내벗이 몇인고 하니, 책뿐인가 하노라! 고서의 독서력

2007/11/2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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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욱

 



언제나 곁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고나

 



손 뻗어 다가가면 조용히 자신을 열어 보이누나

 



모든 걸 주면서도 내세우거나 자랑하지 않는구나.

 



벗이라 떠벌이지 않으나 진실한 벗처럼 우정을 드러내는구나

 



너를 두고 달리 벗으로 삼을 이가 있을까

 



벗이 몇인고 하니 책뿐인가 하노라

 

 

(책을 찾아서...)
 

(오, 찾았다!)

 

 








 



 

 

(책 속의 세상을 찾아서...)

 

독서는 여행이다. 이미 지나온 과거로의 추억여행이며미래로의 상상여행이다. 이 때 책은 기차가 되고 비행기가 되는 것이다. 우리를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주는 발길이 되어준다.   

 

또한 독서는, 지금 여기에서는, 함께 하는 도보여행이 된다. 그 땐 책이 벗이 되며 동행이 된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즐거운 여행과 같다. 딸이 시를 쓰듯 재잘거리면 아빠는 가만히 귀 기울여 들으면 된다.

 

추억여행은 언제나 아름답다. 현재에 만족하며 충실하게 사는 사람에겐 말이다. 아무리 고통스런 기억마저도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다. 누군가 과거 때문에 힘들다면 지금 행복하게 살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로 돌아가 제대로 된 시선으로 지난 삶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책을 통해서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러면 우리는 더 이상 과거에 연연하지 않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지금 나는 책을 벗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렇기에 모든 과거가 다 아름답게만 느껴진다.   

 

뒤돌아보면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기억의 편린들을 간간히 주워 담을 수 있다. 어떤 깨달음에서였을까, 진정한 벗은 뿐이라고 노트 한구석에 적어 둔 기억이 난다. 친구들을 무척 좋아했다. 어머님께는 꾸중 섞인 친구밖에 모른다고 소릴 자주 들었고이웃들에겐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우정에 목숨거는 이야기를 좋아했던 젊은이가 어째서 책만이 유일한 친구라고 비밀스럽게 적어 놓았을까.  

 

자기 실현적 예언은 성취되는가 보다. 나는 언제 어디를 가나 책과 함께 하며 틈만 나면 책을 읽으며 산다. 책을 호흡한다고나 할까. 아무리 친한 벗이라도 이처럼 가까이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외롭고 힘들 때엔 위안과 격려가 되었으며, 고통과 고난에 맞설 용기를 주었다. 무료하고 심심할 때는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했고, 여행길엔 동반자가 되어주었다.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이처럼 가까운 친구를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는가. 어렸을 적 친구들 하나 둘 자신의 길을 가기 위해 떠나갔지만 책만은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진정한 벗은 친구들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수석송죽월(水石松竹月)도 아니다. 내게 남은 벗은 책 뿐이다.  

 

어려선 책보다는 친구들을 훨씬 더 좋아했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모임을 만들었다. 무슨 맥을 잇자고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지었다. 대학에 진학해서도 친구들과 모임을 가지며 때때로 만났지만 언제나 먹고 마시고 노는 일 뿐이었다. 그건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 외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서로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만남이 되지 못하고 매번 같은 날의 반복이었다. 이래선 안 된다 싶어 꾀를 짜냈다.

 

나는 한바탕 연극을 했다. 주연, 각본, 연출 모두 혼자 맡았다. 중요한 일이 있다며 친구들을 긴급 소집한다. 울먹이며 심각한 표정으로 고백한다. 암에 걸려 곧 죽게 되었으니 내가 죽더라도 배우며 성장하는 삶을 추구하면서 살라’고 유언을 남긴다. 충신이 죽음을 무릅쓰고 임금에게 바른 말을 고하는 심정으로 친구들에게 배움있는 삶을 탄원한다. 연극은 훌륭하게 막을 내렸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친구들과의 만남은 변함이 없었다. 예전처럼 먹고 마시고 노는 만남의 연속이었다.

 

우정을 짧았고 남은 인생은 길다. 결국 맥 모임은 명맥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어린 나이었지만 앞일을 내다보는 선견지명이 있었을까, 모임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간언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던 것이다. 친구들은 남들처럼 살기 위해 제 갈 길을 갔다. 모두가 그렇듯 다들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열심히들 살고 있다. 그 옛날 젊은 시절의 삶의 목적이 유희였다면, 이제는 잘 사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다. 무엇이 잘 사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우리 모두의 인생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나는 소중한 친구, 책 곁으로 돌아왔다. 그는 서운했다고 불평하지 않고, 말없이 나를 반겨 맞이해 준다. 조용히 자신의 세계를 열어 보인다. 마음껏 이 책 저 책 속으로 뛰어들어간다. 잊고 지냈던 시절로 돌아가기 위해선 헌책과 헌책방으로 시간여행을 한다. 아름다운 과거로의 순례길이다. 수 많은 책과 만나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도 만난다. 이렇듯 책과 함께 하는 삶은 즐겁고 기쁘고 행복하다. 언제나 마음은 풍요롭고 정신은 순수하고 맑다. 문득 옛 친구들이 그리워지면 아련한 슬픔이 몰려온다. 나 혼자만 행복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제 아름다운 미래로 상상여행을 떠나고 싶다. 수 많은 책으로 만들어진 우주선을 타고 가는 여행이다. 그리운 옛 친구들에게 함께 가자고 손을 내밀고 싶다. 그들의 가족들과도 동행하고 싶다. 친구들의 모든 친척들과 이웃들과도 모두 동행하고 싶다. 또 그들의 모든 친척들과 이웃들을 불러 함께 가고 싶다. 그 여행 속에선 모두가 책을 읽으며 배우고 성장하여 서로를 비추는 등불이 되어준다. 책을 통해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깨닫는 삶이다. , 얼마나 아름다운 삶이란 말인가.

 

상상 여행에서 현실로 돌아오면 슬프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은 책을 멀리 한다. 잃어버린 친구들을 영영 만날 수가 없다. 마음과 마음을 나누며 만날 수가 없다. 너무나 간절한 마음이 들어 기도를 하고 싶다, 이 세상 사람들이 책을 읽으며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제발 함께 책을 읽으며 살자고 권하고 싶다.   

 

나는 가난하지만 책과 독서를 사랑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너무나 부족하고 부끄럽지만, 용기를 내어 책을 사랑하고 산 삶을 열어 보이는 것은 타산지석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에서일 뿐이다. 상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했나. 그렇다면 늘 모든 사람들이 함께 독서 여행을 떠나는 상상을 하고 싶다.          

 

더 이상 내 벗인 몇인고 하니 책 뿐인가 하노라 라며 외치고 싶지 않다. 이웃들 모두가 책을 벗삼는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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