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쓴 시간: 07년 1월 14일 13시 37분 25초 ~ 07년 1월 14일 20시 14분 17초
(허브 / 강혜정 . 배종옥 . 정경호 주연, 허 인무 감독 / KM컬쳐 제작)
영화는 한가한 사람들이나 보는 것으로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어려서 어쩌다 몇 년에 한번씩 영화를 보았을까, 거의 영화를 보지 않고 살았다. 하지만 작년 봄부터 아이들에게 영화를 보여주면서 나도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드리머와 같은 영화를 보면서 아이들이 꿈을 꾸는데 도움을 주고, 영화평을 쓰게하여 글쓰기 실력을 키워주려고 아이들에게 영화를 보여주기로 했던 것이다. 그래서 재작년 12월 해리포터와 불의 잔을 시작으로 해서 6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은 기간에 10편 정도의 영화를 보았다. 짧은 기간에 무척 많은 영화를 본 것이다.
그러다가 여름부터 영화를 보여주지 않았다. 영화를 너무 자주 보여주니까 영화보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서일까 영화평을 정해진 시간 내에 쓰지 않아서 6개월간 영화를 보여 주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다. 무엇이든지 너무 자주 하게 되면 즐거움이 떨어지는 법이니, 한동안 영화를 보지 못해야 자주 영화를 보는 것이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지난 6개월간 영화를 보지 않았다. 물론 나도 단 한편도 보지 않았다. 그래서 여름 이후 개봉되어 히트를 친 영화들을 보지 못했다. 괴물, 타자,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등의 영화를 보고 싶어도 보지 못했다.
영화를 보지 않다가 영화를 보게 되면서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되어서일까 전에는 몰랐는데 영화가 계속 나오는 것을 보고 참 많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화라는 상품이 그렇게 많이 소비되는 것이 놀랍기도 했다. 한편의 영화를 1,300만이나 되는 사람들이 본다니 참으로 신기하지 않은가 말이다. 영화를 보면서 무엇을 얻길래 많은 사람들이 적지 않은 돈을 쓰는 것일까. 대부분은 허구인 영화를 보면서 무엇을 얻는 것일까. 감동, 서스펜스, 공포, 대리만족, 긴장과 스릴 등등. 어째튼 좋은 느낌을 느끼기 위해 보는 것일 게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의미를 찾는다. 어떤 부분이 특히 감동적이었으며, 그를 통해서 무엇을 배우고 깨달을 수 있는가를 살펴본다. 물론 남들처럼 즉흥적인 느낌을 느낀다. 웃을 자아내는 장면에서는 웃고, 사랑하는 연인의 밀어를 들으며 가슴 가득 기쁨이 넘치게 되며, 너무나 슬픈 광경을 보면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돈을 들여 일정한 시간 동안 기쁜 감정에 빠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뭔가 두고두고 곱씹어보아도 좋을, 오랫동안 마음에 새겨 둘 수 있는 프러스 알파를 요구한다. 여운이 남아야 한다. 영화를 보고도 의미를 찾을 수 없다면 돈과 시간을 허비한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너무 계산적인 생각인가?
그래서일까 어려서 본 중국영화에서조차 의미를 찾곤 했다. 목숨 건 우정, 진실한 사랑, 초인적인 용기 등 특별한 감동을 찾았다. 기억력이 나빠 오래 전에 본 영화에서는 예를 들 수 없지만, 최근에 본 영화로 무인 곽원갑 같은 영화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이 영화는 영화관에서는 보지 못하고 야매로 파는 DVD를 사서 보았지만, 오랫동안 두고두고 보고 싶어서 정품 DVD를 구입했다. 또 드리머와 같은 영화도 참 감동적이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너머서 인간과 동물간의 교감까지 다루고 있어 참으로 아름답기까지 했다. 그러던 중 작년에는 폭력물까지 몇 편 보았다. 물론 나름대로 의미를 찾을 수는 있었지만 끔찍하다는 생각에 과연 그런 영화를 만들어야 할지 의심스러웠다. 다양한 장르로 영화의 폭을 넓혀갈 생각이지만 깊은 의미를 찾아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늘날 우리는 가상 세계에 빠져 살고 있는 것 같다. 많은 시간 동안 영화, 게임, 인터넷과 같은 허구의 세계 속에서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삶을 영위하고 있다. 가상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진 것이다. 너무 현실과 괴리된 삶을 살면서 어느 쪽이 진실인지 모르게 되어가고 있다. 장자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꿈에서 나비가 되는 것인지 나비가 꿈을 꾸는지 모르고 있다. 앞으로는 점점 더 가상 공간에서 나비처럼 살게 될 것이다. 현실과 허구가 혼동될 때 우리의 정신은 어디로 갈지 몰라 더욱 혼미해질지 모른다. 이런 혼란에서 벗어나려면 현실 속에서의 삶에 더욱 충실해지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자연 속에서 사람과 부대끼며 땀을 흘리며 생동감있는 삶을 영위해야만 할 것이다. ~ 14:27 17:25 ~
과학기술적으로 얘기하면, 점점 온라인 네트웍으로 엮인 가상 세상세계의 비중이 커질수록 가능한 한 온라인을 벗어나 오프라인 속에서 사는 시간을 늘여나가려고 노력을 해야만 한다. 그래야 개성을 잃지 않고 하나의 뚜렷한 인간으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네트웍속의 부속물처럼 기계적인 인간으로 살아가는 위험에 빠지고 말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늘 염두에 두고 살아야 깨어있을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부지불식간에 온라인의 가상세계속으로 빠져들고 말 것이다.
영화를 관람을 즐기면서도 영화는 가상 현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영화 촬영.편집 기술의 엄청난 발전으로 오늘날의 영화는 마치 현실에서의 일처럼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너무 영화 속에 빠지게 되면 영화가 현실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이다. 폭력물을 자주 보게 되면 영화 속 장면처럼 해 보고 싶은 충동이 일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뇌가 그렇게 프로그래밍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누군가에 의해서 현실 속에서 동일한 장면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래서 영화를 즐기지만 영화에 빠지지 않는 기술이 필요한 때이다. 너무 우리를 영화에 맡겨두면 점점 영화에 프로그래밍 되기 쉬운 뇌로 변하게 될 것이다. 경계하지 않으면 안된다.
영화뿐만 아니라, 온라인 게임, 온라인 블로깅 공간, 소설 책 등 여러 가지 형태로 가상 공간에 허구적 삶의 기회를 제공되고 있다. 그런 모든 것들은 우리가 이용해야지 빠지면 안 된다. 슬금슬금 가상공간이 점점 더 우리의 삶을 차지하고 영역을 넓혀온다. 그래서 늘 마음 속에서 경계를 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오늘 우리집 온가족이 우리 삶의 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 속에 빠졌다가 왔다. 감동적이라고 선전되는 그래서 우리의 뇌에 새겨진 영화를 보았다. 딸 예지와 아들 성준이가 보고 싶다고 해서 조조 영화를 예매해두었던 것이다. 평소 같으면 버스를 타고 갔을 것인데 오늘은 4가족 모두 영화를 보러 가는데 버스 왕복요금이 5,300원이나 들기 때문에 차를 갖고 갔다. 하지만 나중에 주차요금을 2,000원이나 냈으니 별 재미를 보지 못한 것 같았다.
새해 들어 온가족이 함께 본 영화를 소개한다. 정신 지체 3급 아가씨의 가족과 애인에 대한사랑 이야기를 들어보자. 영화 허브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 (허브 / 강혜정 . 배종옥 . 정경호 주연, 허 인무 감독 / KM컬쳐 제작) …
언 제 : 2007-01-14 10:40 ~ 12:35
어디서 : 수원역 CGV 5관 6,7,8,9
누구와 : 가족 모두 함께 (아내, 아이들 2)
오래 전에 인터넷을 통해서 사회봉사를 하시면서 사시는 분을 알게 되었다. 신앙심이 깊으신 분이라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정신 지체가 있으신 분들에게 집을 내주어 살게 하시면서 그분들이 독립된 삶을 살수 있도록 도움을 주시는 것 같았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서 한 두번 약간 후원금을 낸 적이 있다.
몇 년 전 언젠가 그분의 집을 방문했다. 마침 점심 시간이라서 식사를 같이하자고 권하는 바람에 동석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정신지체이신 분과 함께 식사를 하는데 놀라운 일을 보게 되었다. 그분이 침을 질질 흘리면서 먹다 만 밥을 드시는 게 아닌가. 자식처럼 여겨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친자식이 먹던 음식도 먹지 않는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참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분들이 사시고 계신 곳도 들러보면서 인사를 나누기도 했었다. 그게 내가 정신 지체 장애자들과 만나게 된 처음이자 마지막 경험이었다.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때는 그분들도 우리와 다름없는 다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느꼈던 것 같다.
만일 내 아이들이 정신 지체 장애자이거나 몸이 불편한 장애자였던 어땠을까? 과연 온전한 아이처럼 사랑할 수 있을지. 가끔 TV를 보면 자식이지만 장애를 갖고 있다고 해서 버리거나 학대를 하는 부모들이 있는 것 같다. 부모나 자식 모두에게 무척이나 감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다 천부적인 존엄성을 갖고 태어난 이상 고귀한 인간으로 대접받으면서 살아야 할 권리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그들이 최대한의 권리를 누리면 살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사회복지제도를 마련해두고 있는 것 같다.
이 영화 허브는 스무살 성인이지만 7살 정도의 정신수준에 멈춰버린 아가씨에 관한 얘기다. 엄마가 암으로 죽은 지 1년 후에 취직을 하려고 면접을 보게 되는데, 면접관들로부터 질문을 받고 답을 하게 되면서 엄마와의 행복했던 삶을 회상하게 된다.
정신지체3급인 상은이는 화원을 운영하는 엄마의 지극한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교통정리를 도와주는 포돌이로 변장한 의무경찰 종범이를 보고 옛이야기에 나오는 왕자로 알고 반하게 된다. 우연하게도 관사에서 쉬고 있는 의경 종범의 눈에 상은이가 눈에 들어오게 되는데 공주처럼 보이게 된다. 이렇게 둘의 사랑이 꽃피어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불행일까 행운일가 종범과 엄마 현숙의 악연도 시작된다. 엄나 현숙이 교통위반으로 종범에게 걸리게 되면서 서로 다투게 된다.
상은이와 종범이의 사랑이 설렘으로 시작되는데, 어느 날 엄마는 상은에게 자건거와 몇가지를 배울 것을 주문하게 된다. 종범의 도움으로 상은은 자건거를 배우게 되는데 자건거가 쓰러져 넘어지는 바람에 가방이 떨어지고 내용물이 쏟아져 나왔다. 상은의 신분증에 적힌 정신지체3급이라는 것을 보고 종범은 상은을 떠난다. 이렇게 종범은 아픔만 주고 상은을 떠나고 상은 가슴이 아파 힘들어 한다. 하지만 종범은 상은의 순수한 모습에 마음이 움직여서일까 다시 상은을 찾게 되고 둘의 사랑은 점점 커져만 간다. 그런데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났다. 엄마 현숙은 친구 미나와 병원에 갔다가 암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상은이를 위해 정리를 하던 중 엄마는 쓰러지고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엄마에게 생일상을 차려주려고 종범과 마트에 쇼핑을 갔다가 소란을 피우게 된다. 엄마는 종범에게 상은이가 모든 것이 느리다면서 헤어질 것을 권유한다. 한편 상은은 엄마와 함께 허브 밭으로 여행을 떠나지만 허브 밭에 도착하지도 못하고 엄마는 그만 숨을 거둔다.
상은의 좀 떨어지지만 순수한 마음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상은은 엄마가 주의를 준 것은 그대로 지킨다. 누가 바보라고 욕해도 당당하게 물어뜯으면서 대항한다. 그리고 쓰러져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난다. ~ 19:09 19:57~ 상은은 엄마를 보내면서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하고 울어줄 수 밖에 없어서 미안하다고 한다. 상은은 엄마가 없어도 씩씩하게 살고 있다. 그것은 엄마가 없어도 함께 살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참으로 다행스럽게 상은은 면접시험에 합격하여 회사에 잘 다니고 있다. 어느날 종범은 허브를 상징하는 연을 날리면 상은이를 찾게 된다. 해피엔딩이다. 이 영화 허브에서 우리는 상은의 순수함과 만날 수 있다. 우리는 너무 쉽게 약속을 어기고 쉽게 포기하는데 상은은 한번 지켜야 한다고 믿는 것은 절대로 어기지 않고 지키려고 한다.
온 가족이 보기에 좋은 영화다. 엄마와 지체장애를 가진 딸의 아름다운 사랑과 좀 모자라는 상은과 종범의 순수한 사랑에 가슴이 따스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우리 집에서는 오후 내내 아이들과 상은이 얘기를 하면서 지냈다.
2007. 1. 14. 20;13
아름다운 사랑을 그린 영화를 보고 즐거웠던 고서
김 선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