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나의 기적 - MBC <휴먼다큐 사랑> 감동실화
이영미 지음 / 아우름(Aurum)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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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나야. 서울엔 한바탕 소나기가 내렸어. 이 비를 맞고 움직일 땅속의 씨앗들처럼 잠시 쉬는 네 몸엔 파릇파릇한 건강과 희망의 새싹이 돋아나길 기도해. 늘 응원한다 해나! 힘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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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 세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3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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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무라카미 하루키 씨의 일기를 훔쳐 본 기분이랄까.

아니면 작품구상 중 끄적인 메모. 단상. 엉뚱한 상상 등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눈 기분이랄까.

 

짤막짤막한 글 속엔 그가 주변을 바라보고 듣고 겪으며 느낀 바가 어떤 두툼한 수식과 암시의 옷도 입지 않고 가볍고 경쾌하게, 그저 본연의 모습 그대로 놓여있는 듯 하다. 앵? 하고 끝나는 글이 있는가 하면 음……하고 끝나기도 하고, 맞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마지막 문장을 읽기도 했다. 글을 읽으면서 내내 마음이 유쾌해지고 가벼워짐을 느꼈다. 세상을 무겁게만 바라보면 무거워지는 법이다. 그의 글들은 가볍고 바람을 따라 흐르는 비눗방울 같았다. 사라지면 그만이지만 눈을 마주하고 있는 순간은 아름답고 황홀하다.

 

책은 작가가 일 년 동안 일본 잡지 <앙앙anan>무라카미 라디오란 이름으로 자유롭게 연재했던 글을 모아 담고 있다. 표지의 제목과 그림은 p.13쪽, '잊히지 않는다, 기억나지 않는다' 부분에서 만날 수 있다.

그가 이런 연재를 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으레 "매주 용케도 쓸거리가 있군요. 화제가 떨어져서 곤란한 적은 없습니까?" 란 질문을 종종 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경우 미리 오십 개 정도의 토픽을 준비해두고 연재를 시작하며 날마다 생활 속에서 새로운 화제가 자연스레 생겨나니 뭘 쓰면 좋을까, 하며 고민한 기억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그래, 이것도 써야지' 하고 새로운 토픽이 떠오르는 순간은 꼭 잠들기 직전일 때가 많아 문제라고 한다. '졸리지 않는 밤은 내게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만큼이나 드물다', 는 것. 샐러드 볼을 안고 포크질을 하는 사자의 그림도 그렇고, 하루키 씨의 유쾌한 표현도 기분 좋았다. 이 책 속의 이야기들도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만큼이나 드물게 지나는 시간들 속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이기에 그 제목을 만나게 된 것일까.

 

 

그래서 오후 1시경에 소파에 누워 슈베르트의 현악5중주곡을 듣는 둥 마는 둥 들으면서 "아아, 오늘도 특별히 상처 입는 일 없이 이대로 한가로이 낮잠을 잘 수 있을 것 같군. 다행이야." 하고 인생에 감사한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젊을 때 세파에 시달리며 제대로 상처를 입어두면 나이를 먹은 뒤 그만큼 편해지는 것 같다. 만약 기분 나쁜 일이 있다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푹 자면 된다. 뭐니 뭐니 해도 그게 제일이다. 힘내세요. -p.147, '낮잠의 달인' 부분

 

 

그는 삶에 심드렁하게 이야기하는 듯하면서도 진지한 자세를 잃지 않는다. 젊었을 때에 비해 바깥에서 자신을 공격해 날아오는 화살을 피하지 않고 마주할 지혜가 생겼지만 순수하던 순간에 바깥을 향하던 호기심과 날카로움은 잃어버렸다고 이야기한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고 버리고 난 뒤엔 채워지기 마련인, 우리 삶의 이치를 그는 빙그레 웃으며 넌지시 이야기하고 있다. 부러 진지하지 않아도 삶은 충분히 진지하게 흘러가므로. 우리는 웃으며 그 시간들을 열심히 살아내기만 하면 된다. 아플 땐 충분히 아프고 싸워 견디며 웃을 수 있을 땐 마음껏 웃으면 된다. 노력하며 사는 사람만큼 강하고 무서운 존재는 없다.

 

 

분명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 그 자체가 아니라, 지식을 얻고자 하는 마음과 의욕일 터. 그런 것이 있는 한, 우리는 자신이 자신의 등을 밀어주듯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 잘 풀리면 아무것도 몰라요 하고 모르는 것을 '자랑'하는 작가가 될 수도 있다. 인생이란 꽤 복잡하다. -p.63, '모릅니다, 알지 못합니다' 부분

 

아름다운 것, 바른 것은 사람 각각의 마음속에 있는 것으로 말은 그 감각을 반영시키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닐까? 물론 말은 소중히 해야 하지만, 말의 진짜 가치는 말 그 자체보다 말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관계성 속에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내내 했습니다. 미안합니다. 손은 깨끗이 씻었으니 괜찮습니다. -p.207, '젖은 바닥은 미끄러진다' 부분

 

 

 

현실이 주는 것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수용할 수 있는 삶까지, 그는 어떤 시간을 지나왔을까. 소설가이기에 사람들에게 욕을 먹기도 하고, 소설가이기에 편하기도 하며, 소설가이기에 먹고 살 수 있으며, 그러므로 소설가이기에 좋다는 그의 말 하나하나에 그를 지탱하는 굵은 뼈대들이 느껴졌다. 어쩐지 사랑할 수밖에 없는, 글들이었다. 물론 이런 글로 책을 출간할 수 있는 건 무라카미 하루키이기 때문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의 수많은 작품에서 우리는 진지한 그의 사유와 이야기의 힘을 느꼈기 때문에 그의 농담도 받아들여지고 그 속에 숨어진 삶의 진짜 모습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곧 그의 장편소설이 출간될 예정으로, 많은 독자들의 그의 신간을 기다리는 만큼 오프라인 서점가와 인터넷 서점가가 뜨겁다. '다자키 쓰쿠루'의 삶은, 무엇으로 인해 달라졌을까. 그의 신간을 기다리며 느끼는 초조함과 갈증을 이 책으로 달래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 그 일어날 것 같지 않은 모호한 시간의 이름을 당신의 것으로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불가능한 듯하지만 세상에 불가능한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마음은 늘 찰나의 순간에 움직이고, 우리는 그 찰나의 순간을 만나기 위해 모든 시간을 땀 흘리며 살아가야 하는 아이러니한 '오늘'처럼.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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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으면 - 낮의 이별과 밤의 사랑 혹은 그림이 숨겨둔 33개의 이야기
황경신 지음 / 아트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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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앞에 서면 궁금해지곤 했다.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이 그림을 그렸을까. 무슨 이야기를 담고 싶었을까. 그의 어떤 생채기가 이 슬픔을 그리도록 했을까. 그림은 말을 하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내 앞에 서있을 뿐이다. 그래서 오히려 말을 걸려하지 않을 때가 많다. 가만히 바라보다 눈앞에서 치우면 그 뿐이라는 마음으로.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그림에 대한 많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작가도 나와 비슷한 마음으로 그림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그녀의 이야기는 다소 일방적이면서도 아름다우며 거칠면서 따뜻하고 몽환적이기도 하다.

 

처음 책을 읽으면서는 화자에 몰입할 수 없어 애를 먹었다. 주인공을 알 시간 없이 글은 이어지고 금세 맺어지며 끝에 놓인 그림과 마주보는 일은 영 어색했다. 당신의 이야기였군요, 하고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그림으로부터 발현된 이야기, 라는 점에 주목하여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었다. 33명의 화자. 그들은 모두 미성숙했고 이별에 아팠다. 그 고통을 앓고 나오며 성장했고 다시 사랑을 기다릴 용기를 얻었다. 알면서도 그 과정 속에선 벅찬 삶의 수순들. 작가의 문장은 그 마음의 혼돈을 아름답고도 애처롭게 그려나갔다. 사각의 귀퉁이에 갇힌 그녀들의 혼란과 상처 속에서 나 또한 혼란과 아픔을 느꼈다.

 

이 책 속의 그림은, 작가의 첫 문장을 시작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종이에 갇혀 있던 그녀가 말을 하기 시작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나는 숨을 죽인다. 공감하고 부정하고 아파하면서 처음 만나는 그림 앞에 아련함을 느낀다. 인기척을 느낀다. 무엇도 궁금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저 그 여인의 담담한 표정과 그 먹먹한 공간 속에서, 고통을 뚫고 나오려는 몸부림이 느껴졌다. 그림을 바라보던 마음이 바깥까지 이어졌다. 그녀의 글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내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다른 이야기의 고리를 만들어 갔다.

 

이 책을 덮고 난 뒤 어떤 그림을 보아도 그 그림의 소리가 들렸다. 그 재잘거림이, 눈물이, 아픔이, 생생하게 내 마음 곁을 맴돌았다. 그림은 내 감정의 거울이기도 하다. 그 느낌은 현재의 내 감정을 반영한다.

무언가 그림을 바라보는 특별한 시선 하나가 생긴 기분이다. 많은 말로 할 수 없는 느낌과 기분들이 나의 손끝을 움직였고 무언가를 생각해보라 부추겼다. 특별한 방향 없이 내게 온 책. 그러나 방향이 없어 더 많은 상상을 갖게 한 책. 눈을 감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그림이 움직이는 시간. 그 속에서 우리는 내 안의 감정과 조우한다. 그리고 그림 밖의 더 많은 것들을 만나고 아파하며 조금씩 서툴게 나아가는 당신의 삶을 애틋하게 될 것이다.

 

 

 

 

그녀가 노래한 것은 언제나 희망이었지

반짝이는 것과 따뜻한 것이 그녀를 키웠으므로

푸른 가지마다 매달아놓을 것이 많았지

그러나 겨울은 한없이 깊어가고

가시처럼 융숭한 가지들이

문득 그 노래를 그치게 할 때

따뜻한 마음과 반짝이는 눈빛이 얼어붙을 때

무정한 눈과 바람이 모든 길을 감출 때

 

그녀는 알게 되었지

희망이란

까만 하늘에 박혀 있는 수억 개의 별이 아님을

가장 깊고 어두운 우물 속에 감추어진

단 하나의 사람

단 하나의 생명이라는 것을

지상의 모든 노래가 사라질 때

비로소 불러야 할 이름이라는 것을

- 본문 중에서

 

 

희망은 아무것도 보지 않는다. 현재와 현실과 미래와 구원을 직시하는 순간, 희망은 희망을 잃고 만다. 희망이 희망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희망 외의 것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리하여 희망은 스스로 눈을 가린다.  -p.11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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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을 읽으며 잠을 설치던 기억. 그 끔찍한 공포가 내게 찾아왔을 때 나는 두려움으로 꿈에서 깨었을 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다만 그녀의 책을 끝내야 한다는 맘으로 소설을 펴고 읽었다. 끝까지 긴장을 풀 수 없었던, 슬픔에 수장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못내 아팠던 책. 작가는 그런 글을 쓰기 위해 얼마나 아팠을까, 싶어 그즈음 텔레비젼 인터뷰에서 그녀의 얼굴을 오래 바라보며 마음 아팠던. 그녀의 글엔 우리의 삶의 통각을 깨우는 냉정함과 슬픈 현실이 빼곡히 담겨 있다. 그 글 속에 우리는 바짝 얼굴을 들이 밀고 슬픔을 마주본다. 그리곤 개운하게 나와 삶을 좀더 바짝 조인다. 내일을 위한 삶보단 오늘을 사는 것이 더 현명하다. 그 공포도, 내일로 부터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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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시공 - 책 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
정수복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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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내게 가장 멋진 옷이고, 거울이었다. 그런 책에 대해 나는 어떤 마음을 갖고 있을까. 늘 읽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렇지 않으면 나의 존재 자체가 무의미해질 것처럼 책을 읽어왔다. 그것은 적절한 긴장감이기도 했고 때론 부담이기도 했다. 내가 채운 서가를 둘러보면 읽었던 책들보다 읽지 못한 책들이 더 많다. 그러면서도 나는 매일 서점과 출판사의 사이트를 기웃거리고 내게 자극이 될 책들의 목록을 더 얻길 원한다. 좀더 괜찮은 무언가가 되고픈 내 욕망이 나를 자꾸만 책 쪽으로 이끈다.

 

대학시절엔 젊은 작가들의 소설과 시를 주로 읽었다. 그들의 문장과 생각을 닮고 싶어서였다. 직장을 얻고 일을 하면서는 띄엄띄엄 책을 읽었다. 역시 소설과 시. 그러나 다 읽지 못하고 덮기 일쑤였다. 나는 꿈을 조금씩 포기하기 시작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는 뜻밖에도 다양한 책들을 접하였다. 에세이와 실용서, 아동책, 요리책, 까지. 나의 책읽기는 리뷰로 개인적인 글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아이가 생기면서 그 아이를 위한 책 구매에 좀더 시간과 돈을 들이게 되었지만, 지금도 내게 가장 큰 소비는 책이다. 그것만큼 나를 후회 없는 소비로 이끄는 것은 없었다.

책이라고 하면 어떤 책? 을 되묻게 된다. 저자와 내용을 묻는 말이다. 한 번도, 그 누구도 책 자체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이 책의 뒷면, 김영하 작가의 추천사를 읽으며 한 번, 흔들렸다. 늘 책을 읽어야지 하면서도 왜 책, 그 자체의 존재에 대해선 생각해보지 못했을까. 대학 졸업 후에 취업으로 선택했던 편집자의 길. 그러나 보기 좋게 떨어지고 선택했던 서점 일. 책과 관련된 일을 하기 원했고 서가와 진열대마다 책이 전시된 서점에서 일을 하면서도, 그렇게 늘 책과 함께 하길 원하면서도 정작 책에 대해선 깊은 사유를 갖지 못했다. 책을 읽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와 작가가 서점을 다니며 가졌던 생각에 대한 이야기들에 또 한 번, 흔들렸다. 언젠가 새 책들의 사이를 거닐며 가졌던 마음, 그 잃어버린 설렘들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서점과 도서관에 있는 것이 당연하고, 마음만 먹으면 쉽게 얻고 읽을 수 있는 책. 그것은 사람 사이에서 과연 얼마만큼의 존재가치를 갖고 있을까.

 

 

이 책은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글을 읽기 시작하여 인생의 사계절을 지나면서 흐르는 시간과 변화하는 날씨에 따라, 서재에서부터 집 안의 거실, 부엌, 침대, 화장실, 다락방, 골방, 마루, 옥탑방을 지나고 집 밖의 풀밭, 카페, 지하철, 버스, 배, 비행기, 기차, 호텔방, 산사, 바닷가, 병실, 감옥, 묘지를 지나서 서점과 도서관 등에 이르기까지 책을 읽을 수 있는 거의 모든 공간들을 찾아다니는 이야기다. 책을 읽는 시간가 공간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책의 시공간을 이야기하다보면 책에 대한 이야기와 책 읽는 사람들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이 책 곳곳에는 나 말고도 수많은 사람들의 양서예찬이 알알이 박혀 있다. 책 읽는 사람의 시공간을 이야기하는 이 책의 내용을 넉 자의 한자어로 요약하자면 '책인시공冊人時空'이 될 것이다.

-p.23~24, '책에 대한 책을 열며' 중에서

 

 

저자는 서문을 통해 소개한 대로 책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독서' 란 행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한 책은 크게 책을 읽는 시간, 집 안에서 책을 읽다, 집 밖에서 책을 읽다 로 나누어져 있고, 그 속엔 좀더 세밀한 제목들로 흥미로운 책 이야기를 채우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알고 있지만 인지하지 못하거나 지나친 사소한 것이기도 하며 오롯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최대의 가치이기도 하고 은밀하고 개인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가 가진 방대한 독서량만큼 책 읽는 중간 중간 적절하게 배치된 작가들의 독서 관련 글과 작품들, 옛 선인들의 독서에 대한 예찬 글도 읽으며 알 수 없이 마음이 풍요롭고 너그러워짐을 느꼈다. 푸른 잔디위에 책을 읽는 사람들이 누리고 있는 그들만의 평화로운 시간이 너무나 부러웠다. 언젠가의 나는 그렇게 책 속에서 설렘을 느꼈고 무언가를 하고픈 해내고픈 꿈을 꾸었었다. 그것을 잃어버린 것은 언제쯤 이였을까. 나조차도 모르게 훌쩍 지나가버린 시간. 꿈결처럼, 말이다.

 

나는 왜 책을 읽는 것일까, 하고 스스로에게 묻게 될 날은 누구나에게 한 번쯤 찾아올 것이다. 어떤 의미와 가치로 나는 이 한 권의 책을 선택해 읽는 것일까, 싶은 공허가 독서의 사이에 찾아올지도 모른다. 나에게도 그 의문들이 찾아왔다 떠났다. 답은, 달지 않아도 좋았다. 그저 나를 위로하고 이 삶을 견디게 하는 것이 책을 읽는 행위로부터 시작된다는 것만, 독서로부터 나의 문장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인해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책을 읽는 사람을 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전자책도 함께 발달했지만 인터넷과 게임 등으로 자투리 시간을 보내고 있기가 십상이다. 예전엔 그 시간에 한 권의 책을 펼치고 잠시라도 색다른 이야기에 눈을 붙이려 안간힘을 쓰곤 했었는데.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보낸 뒤엔 무언가 헛헛해진 느낌과 무가치한 기분을 느낄 때가 많다. 작가의 책은 책에 대해 잃어버렸던 다양한 감정들을 되찾게 하고 그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종이책을 읽으며 느낄 수 있는 느낌. 넘겨질 책장을 만지는 시간들. 그리고 삶을 어루만지는 기억과 추억들. 다시 읽는 순간순간마다 다른 느낌을 전해오는, 살아있는 존재와 같은 책. 책을 한 권의 사람이라 비유하는 것을 넘친다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그 모든 감정으로 독자와 소통하는 책과의 긴 대화가 정수복 작가의 손에 의해 태어났다. 우리는 그의 책을 빌려 좀더 긴 대화를, 나와 책만이 나눌 수 있는 은밀한 대화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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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6 2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