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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나날
제임스 설터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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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뭉클했다. 쓸쓸했다. 슬펐다. 곧 담담해졌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나는 세상이 멈춘 것 같은 고요 속에 있었다. 정신없던 어느 날 보았던 거울 속 그 여자가 내게 와서 미래를 보여준 뒤 사라진 것 같았다. 

7월, 세상의 한 귀퉁이는 여린 생명이 보여준 기적으로 희망이 만개했고 또 다른 세상의 한 귀퉁이는 분노와 살인으로 공포스러웠다. 그 모든 것이 한꺼번에 밀려드는 시간의 물살 앞에서 나는 희망의 온기에 울고 내일의 두려움에 울었다. 비가 내리고 그치길 끝없이 반복하고 있었다. 내 마음도 기울었다 세워지길 반복했다. 곁엔 제임스 설터의 『가벼운 나날』이 있었다.

 

지금 읽어야 할 책. 이 시간이 아니면 내게 아무것도 아닐 책. 최근에 한 권의 소설도 제대로 읽지 못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들에 좀처럼 마음이 가지 않았다. 오랜만에 어두운 수면등에 바싹 붙어 페이지를 넘겼다. 읽을 수 있음이 행복했다. 내 마음이, 감정이, 정신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때때로 책이 운명처럼, 삶의 일부처럼 내게 다가오는 것처럼, 제임스 설터의 『가벼운 나날』은 어떤 약속처럼 찾아왔다는 느낌이었다. 문장을 천천히 읽었다. 곱씹어보았다. 단단하고 아름다운 문장 위로 삶의 모습이 여과 없이 지나갔다. 그 씁쓸함이 좋았다. 삶이 버거울 때, 그 씁쓸함을 기억할 수 있다면 조금은 담담하게 그 삶을 견딜 수 있지 않을까.     

한살 한살을 먹으며 변하는 건 삶의 채찍 앞에 선뜻 몸을 내놓기도 하고 누군가의 말에 쉽게 흔들리지 않으며 죽음이 더 이상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사랑을 하고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다. 급격한 심리적 성숙과 변화를 겪으며 나는 많이 지쳤다. 가정을 꾸리는 일은 하나의 기업을 세우는 일이었다. 여자는 아이를 낳음과 동시에 총체적 책임자가 되어 모든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끊임없는 사회 변화에 적응하고 주변을 살펴야 하며 공격적인 세상과 타협할 줄도 알아야 했다. 사랑이 사랑으로 느껴지지 않는 순간, 기업은, 가정은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여자는 그제야 자신을 들여다본다. 삶은 균형 없이 나로부터 떨어진 것에 집중되어 있고 몸에는 군살이 붙었고 얼굴은 화장기를 잃은 지 오래였다. 반질반질하게 자라난 아이들이 엄마라고 불러줄 때에야 반짝, 자신이 빛났다. 그러나 곧 아이들은 떠날 준비를 할 것이다.  

 

이 부부 사이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이 끝도 없이 계속되는 제휴의 시간 속에서? 무엇이 길을 찾아가고, 무엇이 흘러가는가? -p.113

 

소설은 한 부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이를 낳았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몸과 매력을 지닌 네드라와 건축가로 일하며 벽난로 곁에서 아이들에게 이야기책을 읽어주는 비리는 누가 보기에도 완벽한 부부이며 완벽한 가정이다. 부부는 아이들을 통해 행복을 느끼며 미래의 희망을 보았다. '아이들은 우리의 작물이고, 밭이고, 땅이다. 어둠 속에 풀려난 새들이다. 새로이 회복된 실수다. 그래도 아이들은 우리보다 삶을 조금 더 잘 알고 조금 더 성공적으로 그려나갈 수 있는 유일한 원천이다. 어떻게 해서 그들은 한 가지 일을 할 것이고,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이고, 정상을 볼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믿는다. 미래로부터, 우리가 보지 못할 날들로부터 흘러나오는 밝은 빛을. 아이들은 살아야 하고 승리해야 한다. (p.114) ' 기도문처럼 외웠던 말들의 균열은 아이들이 훌쩍 자라고 부부가 늙어가는 시점에서 조금씩 일어난다. 헐거워진 삶의 틈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공허함과 무의미함은 생활이 고요해질수록 더 큰 파도로 밀려왔다. 네드라와 비리는 가정 안에서 완벽한 모습으로 타인과 마주하고 술과 함께 유쾌한 이야기를 나누지만 그들의 내면엔 채워지지 않는 욕망과 감정의 허기, 자괴감, 무의미한 현실들이 어지럽게 뒤엉켜 있었다. 소설 속에는 그들을 뒤흔드는 욕망과 채워지지 않는 결핍이 신랄하게 드러나고 그들은 욕망을 채우기 위해 은밀하게 움직인다. 현실에선 금기된 부분이 서슴없이 보여진다. 그와 동시에 인간의 채워지지 않는 감정의 그릇도 헛헛하게 드러난다. 제임스 설터는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어느 부부의 모습 안에서 우리가 그토록 갈망하는 삶의 실상을 목도하게 한다. 우리 각자가 홀로 숨어 싸우던 실상이 누구나에게 있다는 사실은 작은 안도감을 준다. 

 

 

언젠가, 아이들을 챙기며 정신없이 집 안을 다니다 거울 속 나를 마주하고 가만히 섰던 때가 있다. 몹시 피곤해 보이는, 생기 잃은 한 여자의 낯빛이 슬펐다. 화장을 한 지가 언제인지 까마득한 얼굴. 짙은 그림자. 시간이 새겨놓은 쓸쓸함이 현현했다. 무엇을 위해 이 자리를 선택했을까. 의미 없는 물음표가 나를 허공에 매달았다. 아이들 챙기며 집안일을 하며 정신없이 돌아다닐 때, 거울엔 그 여자가 안타깝게 나를 바라보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뒤로도 여러 번 나는 내가 아닌 나를 보았다.

공감과 동요 사이를 위태롭게 오가며 책을 읽었다. 주부가 되어 느끼는 삶의 나른함은 한가함과 게으름과는 달랐다. 그것은 황폐이고 온기의 결핍이었다. 내  안을 혼란스럽게 채우던 감정들, 헛것 같고 무의미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던 그 감정들의 선명한 모습들을 보았다. 네드라가 겪고 있는 삶의 혼돈들. 그 한 귀퉁이가 내게도 있었다.  그녀가 결국 남편과 이혼을 택했을 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이와 나누는 마음 앞에서 잠시 눈을 감았다.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녀는 그렇지 못했다. 처연했고 쓸쓸했다. 발버둥처럼 보였다. 아이를 낳고 키우며 견딘 거센 시간의 물살 속에서도 아름다움과 지성을 유지했던 그녀가 처음으로 늙고 연약해 보이던 순간이었다. 견딜 수 없는 슬픔이 일었다. 모든 삶의 끝이 이러할까. 어느 날 부턴가 나는 행복은 불행의 전조 같은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왔다. 마냥 좋아할 수 없고 마냥 슬퍼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버린 것이었다.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찾아오는 중요한 깨달음 중 하나는 꿈꾼 대로 살 수 없다는 것이다. -p.325   

 

 

 작가는 이 소설을 왜 썼을까. 그것은 이러한 삶을 왜 부득부득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일 수도 있었다. 좀처럼 요약할 수 없는 책의 여운 속에서 신형철 평론가님의 추천사를 읽으며 마음을 다독였다.

 

그러므로 삶이란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그 순간에만 겨우 의미를 갖는 것임을 입증하는데 성공한다. 

 

 

소설 속에서 흔들리고 사랑하고 위로받고 나니 조금은 내 삶에 너그러워진다.

곁에 있는 나의 아이들에게 좀 더 따뜻해지는 마음, 이것이 진짜 자신을 채울 수 있는 사랑이라고 설터는 말했었다. 그 누구와의 관계로도 채워지지 않던 네드라의 마음이 아이들 곁에서 평온하게 채워지던 모습. 그녀가 죽음 앞에서 딸아이에게 건네는 마지막 애정 어린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왜 사는 것일까, 에 대한 답을 갖는 일보다 지금 이 순간이 있다는 사실에 의미를 갖는 것이 중요했다. 삶은 그 무엇으로도 완벽하게, 영원히, 채워질 수 없다. 끊임없이 시간을 아끼고 노력하는 이에게만 겨우 잠시 아주 작은 의미를 느끼게 할 뿐이다.    

 

시간은 거대한 파도로 끊임없이 다가오지만 결코 내게 머무르진 않는다. 시간이 나를 거대한 파도의 끝에 올렸을 때 눈을 질끈 감지 않고 볼 수 있는 많은 것을 가슴에 담아보려 한다. 우리는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시간의 열차를 타고 선택 없이 시야를 파고드는 어지러운 풍경들을 견디며 늙고 병들어 간다. 성장한다. 열차 밖으로 내던져지는 상상을 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결코 불행의 다른 이름이 되지는 못했다. 다만 끝까지 견뎌 너덜너덜해진 몸과 마음일 지언정 종착역에서 삶의 끝을 마주하는 일이 아름다울 것이다. 휘리릭 넘겨지는 페이지엔 여운이 없다. 기다릴 줄 아는 자가 더 많은 것을 겪고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 계절이 순환하여 우리의 생활을 긴장하게 하고, 견디게 하고, 이기게 하는 것처럼...... 이 책은 셔터를 누르고 싶은 순간이며 사방으로 내리는 빗방울처럼 가볍고 흔한 기억이기도 하고 상처였던 자리가 아무는 시간이기도 했다. 누군가는 지나와 추억하고 누군가는 곧 마주하게 될 삶의 정거장, 그 앞에 선 내게 설터가 소설을 빌어 건넨 담담한 고백은 꽤 오랫동안 내 가슴 속, 창문에 매달린 빗방울 같은 것들이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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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삿집 인테리어 - 정리 정돈 쉽고, 좁은 공간 넓게! 자랑하고 싶은 우리 집
임상범 지음 / 나무수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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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집에 대한 생각을 갖게 되었다. 남편과 둘이 있을 땐 단출했던 짐들이 어느 새 아이들의 짐과 뒤섞이고 집은 각각의 공간을 잃어버린 채 한 덩어리가 되어버렸다. 보다 넓은 집으로의 이사가 절실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이사를 할 수 없다면 이 집에 대해 머리를 굴리고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수납과 작은 집의 활용에 관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많은 책들을 접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읽으며 느낀 바가 많았다. 그것은, 모든 물건엔 제자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건을 하나 들이기 위해선 불필요한 두 개의 물건을 버리거나 나눌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수납도 수납 나름이어서 한 곳에 쌓아놓는 수납은 답답하거나 복잡한 느낌을 주었다. 행거식 옷걸이는 따로 방을 두지 않고 안방에 함께 쓰기엔 정신이 없어보였다. 커튼을 쳐도 좀 그랬다. 차곡차곡 정돈과 정리를 통해 여백을 남기는 일. 또 불필요한 것을 다른 사람과 나누거나 과감히 버리는 것. 칸으로 나누는 수납과 인테리어는 그 다음의 일이다.

 

사실 이 책에 대한 기대는, 책의 뒷면에 이삿집 인테리어 핵심 가이드5에 있었다. 저렴하고 실용적인 인테리어 아이템과 완벽한 수납 공식 제안, 아이방 꾸미기 등 내년에 이사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도움이 되는 내용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였다. 그러나 소개되고 있는 모든 집들은 인테리어 시공업체에 몇 천만원씩을 들여 집을 고친 경우들이었다.ㅠ 인테리어 아이템들도 고가의 수입 제품들. 집 안의 대략적인 공간 나눔과 구도, 각각의 공간이 가져야 할 기능들에 대한 팁은 얻을 수 있지만 결코 내 공간에 대입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도 아쉬움 속에서 장점을 들자면, 눈은 즐거웠다. 내 취향도 알 수 있었다. 주택 공간들이 주인에 따라 다른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이 신기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가족 나름의 고민과 그에 따라 고쳐져 간 집을 보면서 누구나 자신만의 집에 대한 꿈과 이야기를 갖고 있다는 따뜻한 느낌도 있었고. 각자에게 필요한 공간을 중심으로 때론 아기자기 하면서도 때론 과감한 배치를 하는 모습을 보며 고정된 생각을 많이 버릴 수 있었다고 할까. 상큼한 벽지 색깔과 수납공간을 배치한 아이의 방과 오롯이 숙면을 위한 안방의 깔끔한 배치들. 주방의 쓰임과 안방의 안락함. 요즘은 대부분 활동공간을 거실로 두고 개인의 방은 잠을 위한 공간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 같다.

 

내년까지는, 이사를 가야 할 텐데 집구하기가 만만치 않다. 이사에 대한 두려움도 있고. 그래도 마음속엔 늘 내가 살게 될 집에 대한 이야기와 모습들이 있다. 이 책을 보며 이만큼 좋은 공간을 가질 순 없겠지만 내 나름의, 내 가족을 위한 공간을 꾸미는 행복을 어서 누리고 싶은 설렘이 생겼다. 두려움도 조금 덜었다.

 

여기 몇 개의, 내 마음을 움직인 공간 활용법을 옮겨본다.

 

 

 

 

* 수납공간이나 태이블로 거실과 주방을 분리한 것이 아주 마음에 드는 구조. 주방 색도 환한 노랑. 예쁘다.

 

 

 

 

 

 

 

* 거실을 서재로 쓰는 것은 나의 오랜 로망. 책꽂이가 천장 끝까지 닿는 것보다 이렇게 여백이 있는 게 더 여유롭고 좋아보인다. 나중에 이사하면 꼭 활용하려는 정보. 테이블은 거실이 얼마나 클지 모르고 뛰어다니는 큰아들을 위해 패스.

 

 

 

 

 *안방 침대와 작은 책상 사이에 낮은 책꽂이를 배치해 분리한 것이 좋은 아이디어 같다.

혹여 책상에서 무얼하면 잠든 사람을 방해할 수도 있는데 좀더 책꽂이를 높이해서 공간을 분리해 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아이들 때문에 꿈을 꾼다. 우리 네 식구가 함께 오손도손 살 수 있는 집에 대한 꿈을.
보다 구체적이 된 나의 꿈을 위해, 나의 아이들과 내 가족을 위해 기도한다. 겸손히. 

 

집이란 공간이 그저 있음으로 하여 다행이기도 하지만, 그 공간을 적절히 활용하여 우리의 삶에 더 편안한 보금자리가 되게 하는 것. 그것이 엄마의 몫인 것처럼 느껴진다. 집에 대한 더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던 책. 무엇보다도 우리가 살고 싶은 집. 가족의 집이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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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 세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3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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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무라카미 하루키 씨의 일기를 훔쳐 본 기분이랄까.

아니면 작품구상 중 끄적인 메모. 단상. 엉뚱한 상상 등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눈 기분이랄까.

 

짤막짤막한 글 속엔 그가 주변을 바라보고 듣고 겪으며 느낀 바가 어떤 두툼한 수식과 암시의 옷도 입지 않고 가볍고 경쾌하게, 그저 본연의 모습 그대로 놓여있는 듯 하다. 앵? 하고 끝나는 글이 있는가 하면 음……하고 끝나기도 하고, 맞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마지막 문장을 읽기도 했다. 글을 읽으면서 내내 마음이 유쾌해지고 가벼워짐을 느꼈다. 세상을 무겁게만 바라보면 무거워지는 법이다. 그의 글들은 가볍고 바람을 따라 흐르는 비눗방울 같았다. 사라지면 그만이지만 눈을 마주하고 있는 순간은 아름답고 황홀하다.

 

책은 작가가 일 년 동안 일본 잡지 <앙앙anan>무라카미 라디오란 이름으로 자유롭게 연재했던 글을 모아 담고 있다. 표지의 제목과 그림은 p.13쪽, '잊히지 않는다, 기억나지 않는다' 부분에서 만날 수 있다.

그가 이런 연재를 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으레 "매주 용케도 쓸거리가 있군요. 화제가 떨어져서 곤란한 적은 없습니까?" 란 질문을 종종 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경우 미리 오십 개 정도의 토픽을 준비해두고 연재를 시작하며 날마다 생활 속에서 새로운 화제가 자연스레 생겨나니 뭘 쓰면 좋을까, 하며 고민한 기억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그래, 이것도 써야지' 하고 새로운 토픽이 떠오르는 순간은 꼭 잠들기 직전일 때가 많아 문제라고 한다. '졸리지 않는 밤은 내게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만큼이나 드물다', 는 것. 샐러드 볼을 안고 포크질을 하는 사자의 그림도 그렇고, 하루키 씨의 유쾌한 표현도 기분 좋았다. 이 책 속의 이야기들도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만큼이나 드물게 지나는 시간들 속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이기에 그 제목을 만나게 된 것일까.

 

 

그래서 오후 1시경에 소파에 누워 슈베르트의 현악5중주곡을 듣는 둥 마는 둥 들으면서 "아아, 오늘도 특별히 상처 입는 일 없이 이대로 한가로이 낮잠을 잘 수 있을 것 같군. 다행이야." 하고 인생에 감사한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젊을 때 세파에 시달리며 제대로 상처를 입어두면 나이를 먹은 뒤 그만큼 편해지는 것 같다. 만약 기분 나쁜 일이 있다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푹 자면 된다. 뭐니 뭐니 해도 그게 제일이다. 힘내세요. -p.147, '낮잠의 달인' 부분

 

 

그는 삶에 심드렁하게 이야기하는 듯하면서도 진지한 자세를 잃지 않는다. 젊었을 때에 비해 바깥에서 자신을 공격해 날아오는 화살을 피하지 않고 마주할 지혜가 생겼지만 순수하던 순간에 바깥을 향하던 호기심과 날카로움은 잃어버렸다고 이야기한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고 버리고 난 뒤엔 채워지기 마련인, 우리 삶의 이치를 그는 빙그레 웃으며 넌지시 이야기하고 있다. 부러 진지하지 않아도 삶은 충분히 진지하게 흘러가므로. 우리는 웃으며 그 시간들을 열심히 살아내기만 하면 된다. 아플 땐 충분히 아프고 싸워 견디며 웃을 수 있을 땐 마음껏 웃으면 된다. 노력하며 사는 사람만큼 강하고 무서운 존재는 없다.

 

 

분명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 그 자체가 아니라, 지식을 얻고자 하는 마음과 의욕일 터. 그런 것이 있는 한, 우리는 자신이 자신의 등을 밀어주듯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 잘 풀리면 아무것도 몰라요 하고 모르는 것을 '자랑'하는 작가가 될 수도 있다. 인생이란 꽤 복잡하다. -p.63, '모릅니다, 알지 못합니다' 부분

 

아름다운 것, 바른 것은 사람 각각의 마음속에 있는 것으로 말은 그 감각을 반영시키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닐까? 물론 말은 소중히 해야 하지만, 말의 진짜 가치는 말 그 자체보다 말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관계성 속에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내내 했습니다. 미안합니다. 손은 깨끗이 씻었으니 괜찮습니다. -p.207, '젖은 바닥은 미끄러진다' 부분

 

 

 

현실이 주는 것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수용할 수 있는 삶까지, 그는 어떤 시간을 지나왔을까. 소설가이기에 사람들에게 욕을 먹기도 하고, 소설가이기에 편하기도 하며, 소설가이기에 먹고 살 수 있으며, 그러므로 소설가이기에 좋다는 그의 말 하나하나에 그를 지탱하는 굵은 뼈대들이 느껴졌다. 어쩐지 사랑할 수밖에 없는, 글들이었다. 물론 이런 글로 책을 출간할 수 있는 건 무라카미 하루키이기 때문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의 수많은 작품에서 우리는 진지한 그의 사유와 이야기의 힘을 느꼈기 때문에 그의 농담도 받아들여지고 그 속에 숨어진 삶의 진짜 모습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곧 그의 장편소설이 출간될 예정으로, 많은 독자들의 그의 신간을 기다리는 만큼 오프라인 서점가와 인터넷 서점가가 뜨겁다. '다자키 쓰쿠루'의 삶은, 무엇으로 인해 달라졌을까. 그의 신간을 기다리며 느끼는 초조함과 갈증을 이 책으로 달래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 그 일어날 것 같지 않은 모호한 시간의 이름을 당신의 것으로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불가능한 듯하지만 세상에 불가능한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마음은 늘 찰나의 순간에 움직이고, 우리는 그 찰나의 순간을 만나기 위해 모든 시간을 땀 흘리며 살아가야 하는 아이러니한 '오늘'처럼.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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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으면]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눈을 감으면 - 낮의 이별과 밤의 사랑 혹은 그림이 숨겨둔 33개의 이야기
황경신 지음 / 아트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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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앞에 서면 궁금해지곤 했다.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이 그림을 그렸을까. 무슨 이야기를 담고 싶었을까. 그의 어떤 생채기가 이 슬픔을 그리도록 했을까. 그림은 말을 하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내 앞에 서있을 뿐이다. 그래서 오히려 말을 걸려하지 않을 때가 많다. 가만히 바라보다 눈앞에서 치우면 그 뿐이라는 마음으로.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그림에 대한 많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작가도 나와 비슷한 마음으로 그림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그녀의 이야기는 다소 일방적이면서도 아름다우며 거칠면서 따뜻하고 몽환적이기도 하다.

 

처음 책을 읽으면서는 화자에 몰입할 수 없어 애를 먹었다. 주인공을 알 시간 없이 글은 이어지고 금세 맺어지며 끝에 놓인 그림과 마주보는 일은 영 어색했다. 당신의 이야기였군요, 하고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그림으로부터 발현된 이야기, 라는 점에 주목하여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었다. 33명의 화자. 그들은 모두 미성숙했고 이별에 아팠다. 그 고통을 앓고 나오며 성장했고 다시 사랑을 기다릴 용기를 얻었다. 알면서도 그 과정 속에선 벅찬 삶의 수순들. 작가의 문장은 그 마음의 혼돈을 아름답고도 애처롭게 그려나갔다. 사각의 귀퉁이에 갇힌 그녀들의 혼란과 상처 속에서 나 또한 혼란과 아픔을 느꼈다.

 

이 책 속의 그림은, 작가의 첫 문장을 시작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종이에 갇혀 있던 그녀가 말을 하기 시작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나는 숨을 죽인다. 공감하고 부정하고 아파하면서 처음 만나는 그림 앞에 아련함을 느낀다. 인기척을 느낀다. 무엇도 궁금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저 그 여인의 담담한 표정과 그 먹먹한 공간 속에서, 고통을 뚫고 나오려는 몸부림이 느껴졌다. 그림을 바라보던 마음이 바깥까지 이어졌다. 그녀의 글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내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다른 이야기의 고리를 만들어 갔다.

 

이 책을 덮고 난 뒤 어떤 그림을 보아도 그 그림의 소리가 들렸다. 그 재잘거림이, 눈물이, 아픔이, 생생하게 내 마음 곁을 맴돌았다. 그림은 내 감정의 거울이기도 하다. 그 느낌은 현재의 내 감정을 반영한다.

무언가 그림을 바라보는 특별한 시선 하나가 생긴 기분이다. 많은 말로 할 수 없는 느낌과 기분들이 나의 손끝을 움직였고 무언가를 생각해보라 부추겼다. 특별한 방향 없이 내게 온 책. 그러나 방향이 없어 더 많은 상상을 갖게 한 책. 눈을 감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그림이 움직이는 시간. 그 속에서 우리는 내 안의 감정과 조우한다. 그리고 그림 밖의 더 많은 것들을 만나고 아파하며 조금씩 서툴게 나아가는 당신의 삶을 애틋하게 될 것이다.

 

 

 

 

그녀가 노래한 것은 언제나 희망이었지

반짝이는 것과 따뜻한 것이 그녀를 키웠으므로

푸른 가지마다 매달아놓을 것이 많았지

그러나 겨울은 한없이 깊어가고

가시처럼 융숭한 가지들이

문득 그 노래를 그치게 할 때

따뜻한 마음과 반짝이는 눈빛이 얼어붙을 때

무정한 눈과 바람이 모든 길을 감출 때

 

그녀는 알게 되었지

희망이란

까만 하늘에 박혀 있는 수억 개의 별이 아님을

가장 깊고 어두운 우물 속에 감추어진

단 하나의 사람

단 하나의 생명이라는 것을

지상의 모든 노래가 사라질 때

비로소 불러야 할 이름이라는 것을

- 본문 중에서

 

 

희망은 아무것도 보지 않는다. 현재와 현실과 미래와 구원을 직시하는 순간, 희망은 희망을 잃고 만다. 희망이 희망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희망 외의 것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리하여 희망은 스스로 눈을 가린다.  -p.11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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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시공 - 책 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
정수복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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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내게 가장 멋진 옷이고, 거울이었다. 그런 책에 대해 나는 어떤 마음을 갖고 있을까. 늘 읽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렇지 않으면 나의 존재 자체가 무의미해질 것처럼 책을 읽어왔다. 그것은 적절한 긴장감이기도 했고 때론 부담이기도 했다. 내가 채운 서가를 둘러보면 읽었던 책들보다 읽지 못한 책들이 더 많다. 그러면서도 나는 매일 서점과 출판사의 사이트를 기웃거리고 내게 자극이 될 책들의 목록을 더 얻길 원한다. 좀더 괜찮은 무언가가 되고픈 내 욕망이 나를 자꾸만 책 쪽으로 이끈다.

 

대학시절엔 젊은 작가들의 소설과 시를 주로 읽었다. 그들의 문장과 생각을 닮고 싶어서였다. 직장을 얻고 일을 하면서는 띄엄띄엄 책을 읽었다. 역시 소설과 시. 그러나 다 읽지 못하고 덮기 일쑤였다. 나는 꿈을 조금씩 포기하기 시작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는 뜻밖에도 다양한 책들을 접하였다. 에세이와 실용서, 아동책, 요리책, 까지. 나의 책읽기는 리뷰로 개인적인 글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아이가 생기면서 그 아이를 위한 책 구매에 좀더 시간과 돈을 들이게 되었지만, 지금도 내게 가장 큰 소비는 책이다. 그것만큼 나를 후회 없는 소비로 이끄는 것은 없었다.

책이라고 하면 어떤 책? 을 되묻게 된다. 저자와 내용을 묻는 말이다. 한 번도, 그 누구도 책 자체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이 책의 뒷면, 김영하 작가의 추천사를 읽으며 한 번, 흔들렸다. 늘 책을 읽어야지 하면서도 왜 책, 그 자체의 존재에 대해선 생각해보지 못했을까. 대학 졸업 후에 취업으로 선택했던 편집자의 길. 그러나 보기 좋게 떨어지고 선택했던 서점 일. 책과 관련된 일을 하기 원했고 서가와 진열대마다 책이 전시된 서점에서 일을 하면서도, 그렇게 늘 책과 함께 하길 원하면서도 정작 책에 대해선 깊은 사유를 갖지 못했다. 책을 읽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와 작가가 서점을 다니며 가졌던 생각에 대한 이야기들에 또 한 번, 흔들렸다. 언젠가 새 책들의 사이를 거닐며 가졌던 마음, 그 잃어버린 설렘들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서점과 도서관에 있는 것이 당연하고, 마음만 먹으면 쉽게 얻고 읽을 수 있는 책. 그것은 사람 사이에서 과연 얼마만큼의 존재가치를 갖고 있을까.

 

 

이 책은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글을 읽기 시작하여 인생의 사계절을 지나면서 흐르는 시간과 변화하는 날씨에 따라, 서재에서부터 집 안의 거실, 부엌, 침대, 화장실, 다락방, 골방, 마루, 옥탑방을 지나고 집 밖의 풀밭, 카페, 지하철, 버스, 배, 비행기, 기차, 호텔방, 산사, 바닷가, 병실, 감옥, 묘지를 지나서 서점과 도서관 등에 이르기까지 책을 읽을 수 있는 거의 모든 공간들을 찾아다니는 이야기다. 책을 읽는 시간가 공간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책의 시공간을 이야기하다보면 책에 대한 이야기와 책 읽는 사람들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이 책 곳곳에는 나 말고도 수많은 사람들의 양서예찬이 알알이 박혀 있다. 책 읽는 사람의 시공간을 이야기하는 이 책의 내용을 넉 자의 한자어로 요약하자면 '책인시공冊人時空'이 될 것이다.

-p.23~24, '책에 대한 책을 열며' 중에서

 

 

저자는 서문을 통해 소개한 대로 책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독서' 란 행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한 책은 크게 책을 읽는 시간, 집 안에서 책을 읽다, 집 밖에서 책을 읽다 로 나누어져 있고, 그 속엔 좀더 세밀한 제목들로 흥미로운 책 이야기를 채우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알고 있지만 인지하지 못하거나 지나친 사소한 것이기도 하며 오롯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최대의 가치이기도 하고 은밀하고 개인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가 가진 방대한 독서량만큼 책 읽는 중간 중간 적절하게 배치된 작가들의 독서 관련 글과 작품들, 옛 선인들의 독서에 대한 예찬 글도 읽으며 알 수 없이 마음이 풍요롭고 너그러워짐을 느꼈다. 푸른 잔디위에 책을 읽는 사람들이 누리고 있는 그들만의 평화로운 시간이 너무나 부러웠다. 언젠가의 나는 그렇게 책 속에서 설렘을 느꼈고 무언가를 하고픈 해내고픈 꿈을 꾸었었다. 그것을 잃어버린 것은 언제쯤 이였을까. 나조차도 모르게 훌쩍 지나가버린 시간. 꿈결처럼, 말이다.

 

나는 왜 책을 읽는 것일까, 하고 스스로에게 묻게 될 날은 누구나에게 한 번쯤 찾아올 것이다. 어떤 의미와 가치로 나는 이 한 권의 책을 선택해 읽는 것일까, 싶은 공허가 독서의 사이에 찾아올지도 모른다. 나에게도 그 의문들이 찾아왔다 떠났다. 답은, 달지 않아도 좋았다. 그저 나를 위로하고 이 삶을 견디게 하는 것이 책을 읽는 행위로부터 시작된다는 것만, 독서로부터 나의 문장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인해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책을 읽는 사람을 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전자책도 함께 발달했지만 인터넷과 게임 등으로 자투리 시간을 보내고 있기가 십상이다. 예전엔 그 시간에 한 권의 책을 펼치고 잠시라도 색다른 이야기에 눈을 붙이려 안간힘을 쓰곤 했었는데.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보낸 뒤엔 무언가 헛헛해진 느낌과 무가치한 기분을 느낄 때가 많다. 작가의 책은 책에 대해 잃어버렸던 다양한 감정들을 되찾게 하고 그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종이책을 읽으며 느낄 수 있는 느낌. 넘겨질 책장을 만지는 시간들. 그리고 삶을 어루만지는 기억과 추억들. 다시 읽는 순간순간마다 다른 느낌을 전해오는, 살아있는 존재와 같은 책. 책을 한 권의 사람이라 비유하는 것을 넘친다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그 모든 감정으로 독자와 소통하는 책과의 긴 대화가 정수복 작가의 손에 의해 태어났다. 우리는 그의 책을 빌려 좀더 긴 대화를, 나와 책만이 나눌 수 있는 은밀한 대화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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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6 22: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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