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공감 - 김형경 심리 치유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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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공감》은 한겨레신문에 2005년 5월부터 만 1년 동안 연재됐던 칼럼 ‘형경과 미라에게’ 중에서 소설가 김형경 님의 상담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오랫동안 정신분석학과 심리학 관련 책을 읽어 왔고 2년에 걸쳐 정신분석을 받으며 자기 자신을 치유했던 경험을 앞서 나온 소설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과 여행에세이 《사람풍경》에서 풀어냈다. 여행지에서 겪은 일을 통해 우리가 맞닥뜨리는 다양한 감정을 파헤친《사람풍경》이 조금은 딱딱하고 차가운 느낌을 주는 교과서와 같다면 《천 개의 공감》은 예제를 들어 하나하나 설명한 쉬운 해설서라 하겠다.

책은 크게 ‘자기 알기’, ‘가족 관계’, ‘성과 사랑’, ‘관계 맺기’ 네 부분으로 나뉜다. 우리의 마음은 빙산과 비슷하다. 겉으로 나타나는 감정이나 행동은 사소할지 몰라도 그 내면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사실이, 그것도 여럿 숨어 있다. 가장 가깝고 사랑하는 - 아니 사랑해야 한다고 강박적으로 생각했던 - 사람들인 부모, 형제, 배우자, 아이와 부딪히며 상처 입고 상처 주며 힘들었던 사람들은 이제껏 고민하고 숨겨왔던 일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서 먼저 위안을 얻을 것이다. 그리고 저자의 차분한 안내에 따라 지금까지 모르고 살아 왔던 자기의 내면을 조금씩 들여다보게 된다. 결국 긴 마음 여행 끝에 우리는 ‘이 세상에서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우리 자신밖에 없다’(36쪽)는 결론에 다다른다.

사실 좋은 점을 먼저 얘기했지만 이 책이 그리 편안한 책은 아니다. 읽는 동안 한 마디로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려워도 이 대목 저 대목에서 어쩐지 껄끄러운 느낌을 받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냥 작은 문젯거리를 해결하고 싶을 뿐인데 그런 나의 내면에 분노, 우울, 불안, 무기력이 숨어 있다니! 게다가 연거푸 나오는 투사니 동일시니 나르시시즘이니 에로스니 하는 용어가 어렵기도 하거니와, 모든 문제에 프로이트 이론을 기계적으로 갖다 붙이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 법하다. 성인이 되어 일어나는 대부분의 문제가 어린 시절에 부모, 특히 어머니와 제대로 애착 관계를 맺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는 진단도 읽는 이들을 불편하게 하는 점 중 하나다. 실제로 내가 아는 많은 이들도 이 책을 읽고 난 후 “무의식 속에 묻어둔 기억을 다 파헤치는 것이 좋은 일일까.” “이제 와 부모를 원망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나.”라는 반응을 보이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천 개의 공감》을 마음의 문제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종종 권한다. 내가 만약 미술 치료를 받은 경험이 없었다면 나 또한 마음을 들쑤시는 듯한 이 책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을 터이다. 별 것 아닌 문제를 괜히 크게 떠벌이는 느낌이 들거나 내 얘기 같으면서도 부인하고 싶어지는 바로 그 대목이 ‘나’를 만나러 떠나는 출발점이라는 것을 내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서 알기 때문에 이 책에 신뢰가 간다.

이미 자기치유의 여정에 나선 이들에게는 때때로 들춰보며 힘을 북돋우는 책으로, 직접 상담을 받을 여력이 없거나 이쪽 분야의 책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괜찮은 길잡이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물론 어느 경우이든 책 한 권을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하거나 받아들일 생각도 없이 무조건 비난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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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etant 2011-09-29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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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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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라는 만화를 처음 본 것은 작년이었다. 자주 가는 사이트에서 어떤 분이 6월 민주항쟁을 다룬 만화가 있다며 주소를 올렸다. 호기심에 들어갔다가 그 자리에서 단숨에 읽었던 기억이 있다. 단행본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에 얼른 샀는데 작가 이름이 눈에 익다. 아기공룡 둘리를 충격적으로(!) 패러디한 작품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에 이어 《습지생태보고서》, 《대한민국 원주민》으로 한창 주목받는 만화가 최규석 님이 이 만화의 작가였구나.

다시 봐도 여전히 가슴 속에 묵직한 느낌을 남기는 작품이다. 손으로 슥슥 그린 듯이 연필선이 살아 있는 그림에 흑백 명암을 넣은, 사실적이고도 약간은 투박한 그림체가 가볍지 않은 이야기에 잘 어울린다.

<100℃>는 시골 출신 대학생 영호를 주인공을 하여 이야기를 펼치지만 영호의 이야기라기보다 그 시대에 살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학생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도 방관을 해도 편치 않은 학생, 대학생이 된 자식이 데모에 끼어들까봐 노심초사하는 부모, 자식의 구속이 계기가 되어 민가협 어머니로 변신하는 평범한 시골 아주머니, 노조를 만들었다가 회사에 발각되어 두드려 맞는 여공, 날마다 피어오르는 최루탄 연기에 지겹다 푸념하는 노점상. 게다가 친구가 숨은 곳을 대라며 물고문 당하다가 숨진 영호의 선배, 시위대에 직접 발사한 최루탄을 맞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끝내 숨진 학생, 성고문 사건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벌어지는 공방전……. 나와 비슷한 세대라면 너무나도 익숙하게 느껴질 풍경이고 어렵지 않게 짐작할 사건들이다. 내가 이런 시대를 지나왔구나 생각하니 새삼 머리가 어지럽다.

이토록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피땀 흘린 결과로 ‘백지 한 장’을 얻는 대목에서 <100℃>는 끝난다. 내내 울컥거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읽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래서? 20년 전에 그렇게 애써서 민주주의를 이뤘는데 지금은 왜 또다시 이 모양 이 꼴인데?”하는 의문이 고개를 든다. 그렇다면 이번에 단행본이 나오면서 추가된 <그래서 어쩌자고?>를 펴자.

<그래서 어쩌자고?>는 ‘본격 민주주의 학습만화’라는 다소 거창한 부제를 달았는데, 학습만화라는 말에 시큰둥했던 것이 미안하리만큼 재미있다. 나도 모르게 푸핫핫 웃음을 터뜨리다가 다음 대목에서는 맞아 맞아 소리가 절로 나온다. 정의감에 가득 찬 촛불소녀 촛농이와 “그래서 어쩌자고? 세상 걱정 할 시간에 자기 앞가림이나 잘 해.”라며 빈정대는 녹용 씨(왜 녹용 씨인지는 보면 안다)가 강사와 질문을 주고받으며 민주주의가 무엇이고 민주주의를 지키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렵지 않게 전해 준다.  

“물은 100도씨가 되면 끓는다네.
 그래서 온도계를 넣어보면 불을 얼마나 더 때야 할지, 언제쯤 끓을지 알 수가 있지.
 하지만 사람의 온도는 잴 수가 없어.
 지금 몇도인지, 얼마나 더 불을 때야 하는지.
 그래서 불을 때다가 지레 겁을 먹기도 하고 원래 안 끓는 거야 하며 포기를 하지.
 하지만 사람도 100도씨가 되면 분명히 끓어.
 그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네.”(92쪽)


이 책을 읽으며 그저 지나간 옛일로 치부해 버릴 수 없었던 것은 요즘 우리가 처한 상황과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일을 보면 지금이 과연 2009년이 맞나 싶다. 정녕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고 잘못된 과거를 되풀이해야만 할까.

과연 우리는 지금 몇 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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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etant 2011-09-29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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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cats
snowcat(권윤주) 글 그림 / 바다출판사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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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또 특별하게 관심을 가진 적도 없다.
다만 요즘 들어 이곳저곳 다니는 사이트에 자기가 기르는 고양이 사진을 올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지금까지 눈여겨 보지 않았던 고양이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가끔 흥미가 이는 정도랄까.

날마다 그림 일기 읽는 재미로 들르는 snowcat 홈에 올라오는 '나옹' 사진도 그래서 보기 시작했고, 내가 좋아하는 종류의 고양이는 아니지만 그 여러 모습을 훔쳐보는 건 재미있었다.
(※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고양이는 동네에서 뛰노는 누렁괭이 내지는 얼룩괭이들. ^^ )

그래도 그다지 살 생각이 없었던 (snowcat 일기가 아닌, 나옹 사진집이라니) 이 책을 얼마 전 홍대 앞에서 열렸던 와우! 북 페스티벌에 갔을 때 충동구매해 버렸다. 아마도 또랑또랑 눈을 뜨고 쳐다보는 표지 사진에 끌린 게 아니었을까 싶다.

집에 와서 책을 몇 장 넘겨보다가 이 글에 그만 가슴이 뭉클해졌다.

고양이 친구

‘고양이’ 하면 귀여운 새끼 고양이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새끼 때야 귀엽지 않은 동물이 어디 있겠냐만은
특히 새끼 고양이를 보고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충동적으로 새끼 고양이를 데려오곤 하는 것이다.

하지만 고양이의 어린 시절은 금방 지나가버린다.
그럼 그 후에는?
고양이는 당신의 동반자로서 함께 사는 것이다.
그저 돌봐줘야 하는 귀여운 동물이 아니라 당신의 친구로서.

그러니 당신의 작고 귀여운 아기 고양이가 금방 커버렸다고,
이젠 살갑게 굴지도 않는다고 실망할 필요 없다.
장담하건대 그보다 훨씬 멋진 시간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본문 18~20쪽에서)



요즘 부쩍 커 버린, 그래서 내 곁에서 성큼성큼 멀어져 가는 느낌이 드는 아이를 보며 생각이 많은 내게 들려주는 듯한 얘기. 저 글에서 '고양이'를 '아이'로 바꾸면 내 마음 그대로겠지.
저런 마음으로 고양이를 키우는구나, 그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고양이에 푹 빠지는구나 생각하니 나옹이, 그리고 많은 고양이들이 새롭게 보이고 그 주인들이 새롭게 보였다. 아니, 애완동물(요즘은 반려동물이라고들 한다지만, 아직은 내게 낯선 말이어서)과 함께 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 마음이 듬뿍 깃들어 있는 글과 사진을 보는 건 참으로 즐거웠다.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건 참 행복하고 고마운 일이다.


2005/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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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etant 2012-01-13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를 방치해 놓다가 오랜만에 좋은 책을 만난 기쁨에 올린 글이었는데
그 달의 우수 리뷰로 뽑혀서 화들짝!

10만 원 적립금 받은 김에 살까 말까 망설이던 아홉 권짜리 <초원의 집> 시리즈를
콱 질러서 딸내미한테 안겨 줬던 기억이 난다.
그 <초원의 집>은 딸내미가 고등학생이 된 지금까지도 읽고 읽고 또 읽는 책이니
아주 훌륭한 선택이었다. ^^*
 
그 도마뱀 친구가 뜨개질을 하게 된 사연 신나는 책읽기 2
채인선 글, 강을순 그림 / 창비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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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읽기에 편해 보이는 크기에 그림책을 떠오르게 하는 표지와 삽화. 그리고 채인선이라는 작가가 쓴 책. 처음 이 책을 대하고는 기대에 차서 책장을 넘겼다. 그런데 다 읽고 난 느낌은 좀 어리둥절하다. 내가 아이들이 상상하는 세계로 들어가지를 못하는 건가? 정말로 이런 이야기가 아이들 머리 속에 펼쳐지는 유쾌한 상상의 나라 인가? 잘 모르겠다.

<그 도마뱀 친구가 뜨개질을 하게 된 사연>
외딴 섬에서 아이와 도마뱀이 처음 마주치는 모습은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아이가 쓰레기통을 뒤지는 도마뱀을 한심하다고 몰아세우는 다음 장면에서부터는 왠지 아이의 생각이라기보다는 어른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네에서 도둑고양이가 쓰레기통에 떼거리로 몰려있어도 고양이에게만 관심을 쏟는 게 아이들인데, 과연 쓰레기통 뒤지는 도마뱀을 한심하다고 생각하는 아이가 있을까?
심심해서 그런다는 도마뱀더러 유용한 일을 해야한다고 하면서 아이가 가르쳐 준 것은 뜨개질이다. 하지만 더운 섬나라에 사는 도마뱀에겐 벌거벗고 사는 쪽이 더 자연스러운 게 아닐까? 뜨개질을 할 줄 몰라서 옷을 안 입는다는 건 아무래도 억지스럽게 느껴진다.
아이가 도마뱀 친구에게 권하는 일이 뜨개질 이라는 것도 선뜻 이해가 가질 않았다. 하필이면 왜 뜨개질이었을까? 할머니가 늘상 하시던 말씀 때문이라고 생각해 보았지만 그래도 아이가 첫번째로 꼽을 만큼 뜨개질이 정말 유용한 일일까 싶다. 그것도 도마뱀에게.
제목은 '뜨개질을 하게 된 사연'이지만 사연을 다 듣고 나서도 좀처럼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바다에 떨어진 모자>
이 글 역시 아이의 마음보다는 어른의 마음이 더 짙게 느껴지는 글이다. 복잡한 서울 생활에서 지친 모자가 일부러 주인에게서 떨어져서 평온한 바다에서 쉬려고 한다는 설정은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 어른들의 마음이 아닐까.
아이들도 생활에 지쳐 조용한 곳에나 가서 쉬고 싶다는, 이런 생각을 하나? 요즘은 이곳 저곳 학원순례를 하느라 지친 아이들이 마음의 병을 앓기도 한다지만, 그런 잘못된 경우를 빼면 원래 가만히 쉬는 것을 못 견뎌 하는 게 아이들 모습인데 말이다.

<우리 방이 동물원이 되었어요>
책에 실린 여섯 편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글이다. 주인공이 책 속의 동물과 만나게 된다는 설정은 다른 책에서도 흔하게 나오는 구성이긴 하지만 그런 대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펼쳐졌다. 특히 매일 한 마리씩 새로운 동물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특징을 살핀다든지, 동물원의 동물들이 모두 나타나서 바글거리는 대목은 아이도 재미있어 한 부분이다.
하나 걸리는 건 동물들이 동물원으로 돌아가고 나서 동물원 원장이 주인공을 찾아와서 네 덕분이라고 하는 점이다. 아이가 어떻게 했는데 아이 덕분이라고 할까? 그 전날 밤에는 더이상 책을 읽지 않아서 동물들이 돌아왔다는 건가? 그렇다면 이 아이 때문에 동물들이 없어졌다는 건 어떻게 알았을까?

몇 번이고 책을 다시 읽어보았지만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한 편 한 편의 글을 읽으면서는 있을 수도 있는 설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읽을 수가 없었다. 읽고나면 꼭 그래서? 라는 의문이 남는다. 쓰다만 글을 읽었을 때처럼. 뭐라고 꼬집어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상상의 세계라고 해서 그냥 떠오르는 대로만 쓰면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다보면 조금이라도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 있으면 그 즉시 왜? 라는 질문이 튀어나오는걸 본다. 상상의 세계를 그린 동화라고 해서 그럴 때마다 이건 그냥 꿈이야, 이건 상상이야 라고 대답해 줄 수는 없지 않을까.
자유롭게 펼쳐지는 상상이지만 꼭 진짜처럼 느껴지는, 그런 상상 이야기를 읽고프다.


2000/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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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etant 2012-01-13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도연 신입회원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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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마이리뷰'로 뽑혀서 적립금 10만 원 받은 글.
글 써서 어디 뽑혀 본 건 처음이라 엄청 뿌듯했다. ^^*
 
작은 집 이야기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35
버지니아 리 버튼 지음, 홍연미 옮김 / 시공주니어 / 199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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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만 재미있는 책이 있는가하면, 그림만 괜찮은 책이 있다. 물론 둘 모두 좋은 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 글과 그림이 모두 좋은 책 중에서도 재미를 새록새록 주는 책을 가끔 만나는데 <작은 집 이야기>가 그랬다. 서점에 세 번이나 들른 끝에 겨우 이 책을 구할 수가 있었는데, 애를 쓴 것이 조금도 아깝지 않을만큼 재미있었다.

시골 마을의 사계절 장면을 지나면 점차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자연이 망가지고 도시가 들어서는 장면이 나오는데, 점점 매연으로 하늘이 뒤덮이고 회색빛 건물과 길, 사람들로 가득찬 그림에서는 저절로 작은 집의 심정이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처음 이 책을 읽어줬을 때 여섯살난 아이는 작은 집이 망가지고 건물과 도로에 짓눌리는 장면에서 불쌍하다며 눈물을 흘려서 나를 놀라게 했다.

책 전체에 걸쳐서 S자로 뻗어있는 길 그림과 그와 비슷한 모양을 이루고 있는 글 모양에서 생생한 속도감을 느낄 수가 있는데 예전에 얼핏 넘겨보았던 <말괄량이 기관차 치치>와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글을 보면서 숨은 그림찾기 하듯 쬐끄만 그림을 하나하나 찾아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 중 하나이다. 글보다 훨씬 많은 볼거리를 담은 그림은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하루가 다르게 녹색이 없어지고 콘크리트 건물이 들어차는 서울(다른 곳도 비슷하지만)의 모습이 생각나서 책 내용이 더 가깝게 느껴진 것도 같다.
 

1999/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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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etant 2011-09-29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아문학> 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