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도마뱀 친구가 뜨개질을 하게 된 사연 신나는 책읽기 2
채인선 글, 강을순 그림 / 창비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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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읽기에 편해 보이는 크기에 그림책을 떠오르게 하는 표지와 삽화. 그리고 채인선이라는 작가가 쓴 책. 처음 이 책을 대하고는 기대에 차서 책장을 넘겼다. 그런데 다 읽고 난 느낌은 좀 어리둥절하다. 내가 아이들이 상상하는 세계로 들어가지를 못하는 건가? 정말로 이런 이야기가 아이들 머리 속에 펼쳐지는 유쾌한 상상의 나라 인가? 잘 모르겠다.

<그 도마뱀 친구가 뜨개질을 하게 된 사연>
외딴 섬에서 아이와 도마뱀이 처음 마주치는 모습은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아이가 쓰레기통을 뒤지는 도마뱀을 한심하다고 몰아세우는 다음 장면에서부터는 왠지 아이의 생각이라기보다는 어른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네에서 도둑고양이가 쓰레기통에 떼거리로 몰려있어도 고양이에게만 관심을 쏟는 게 아이들인데, 과연 쓰레기통 뒤지는 도마뱀을 한심하다고 생각하는 아이가 있을까?
심심해서 그런다는 도마뱀더러 유용한 일을 해야한다고 하면서 아이가 가르쳐 준 것은 뜨개질이다. 하지만 더운 섬나라에 사는 도마뱀에겐 벌거벗고 사는 쪽이 더 자연스러운 게 아닐까? 뜨개질을 할 줄 몰라서 옷을 안 입는다는 건 아무래도 억지스럽게 느껴진다.
아이가 도마뱀 친구에게 권하는 일이 뜨개질 이라는 것도 선뜻 이해가 가질 않았다. 하필이면 왜 뜨개질이었을까? 할머니가 늘상 하시던 말씀 때문이라고 생각해 보았지만 그래도 아이가 첫번째로 꼽을 만큼 뜨개질이 정말 유용한 일일까 싶다. 그것도 도마뱀에게.
제목은 '뜨개질을 하게 된 사연'이지만 사연을 다 듣고 나서도 좀처럼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바다에 떨어진 모자>
이 글 역시 아이의 마음보다는 어른의 마음이 더 짙게 느껴지는 글이다. 복잡한 서울 생활에서 지친 모자가 일부러 주인에게서 떨어져서 평온한 바다에서 쉬려고 한다는 설정은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 어른들의 마음이 아닐까.
아이들도 생활에 지쳐 조용한 곳에나 가서 쉬고 싶다는, 이런 생각을 하나? 요즘은 이곳 저곳 학원순례를 하느라 지친 아이들이 마음의 병을 앓기도 한다지만, 그런 잘못된 경우를 빼면 원래 가만히 쉬는 것을 못 견뎌 하는 게 아이들 모습인데 말이다.

<우리 방이 동물원이 되었어요>
책에 실린 여섯 편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글이다. 주인공이 책 속의 동물과 만나게 된다는 설정은 다른 책에서도 흔하게 나오는 구성이긴 하지만 그런 대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펼쳐졌다. 특히 매일 한 마리씩 새로운 동물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특징을 살핀다든지, 동물원의 동물들이 모두 나타나서 바글거리는 대목은 아이도 재미있어 한 부분이다.
하나 걸리는 건 동물들이 동물원으로 돌아가고 나서 동물원 원장이 주인공을 찾아와서 네 덕분이라고 하는 점이다. 아이가 어떻게 했는데 아이 덕분이라고 할까? 그 전날 밤에는 더이상 책을 읽지 않아서 동물들이 돌아왔다는 건가? 그렇다면 이 아이 때문에 동물들이 없어졌다는 건 어떻게 알았을까?

몇 번이고 책을 다시 읽어보았지만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한 편 한 편의 글을 읽으면서는 있을 수도 있는 설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읽을 수가 없었다. 읽고나면 꼭 그래서? 라는 의문이 남는다. 쓰다만 글을 읽었을 때처럼. 뭐라고 꼬집어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상상의 세계라고 해서 그냥 떠오르는 대로만 쓰면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다보면 조금이라도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 있으면 그 즉시 왜? 라는 질문이 튀어나오는걸 본다. 상상의 세계를 그린 동화라고 해서 그럴 때마다 이건 그냥 꿈이야, 이건 상상이야 라고 대답해 줄 수는 없지 않을까.
자유롭게 펼쳐지는 상상이지만 꼭 진짜처럼 느껴지는, 그런 상상 이야기를 읽고프다.


2000/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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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etant 2012-01-13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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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써서 어디 뽑혀 본 건 처음이라 엄청 뿌듯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