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가면 42
미우치 스즈에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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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잠깐 한가한 틈을 내서 유리가면 애장판을 다 사버렸다. 나에게 상을 좀 주고 싶었다.

그 엄청난 두께에 놀라면서 천천히 아껴 읽어야지 했다. 읽은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아껴 읽기는 커녕, 며칠 밤잠을 미루고 단숨에 읽어 버렸다.

다 읽고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내가 이 나이에 미쳤나 보다. 마스미의 사랑이 그 눈빛이 너무 가슴 아프다.'했더니, '미치지 않았다. 현실 속에서도 아직 그런 눈빛으로 사는 내가 미쳤지.' 했다.

뭐, 뻔하다. 줄거리도 사랑도. 그래도 기다린다. 빨리 유리가면이 완결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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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 (무선 제작)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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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86쪽의 이 긴 책을 읽어낸 나 자신을 일단은 칭찬하고 싶다. 읽기 어려운 책은 아니었지만, 읽어도 줄지 않을 것만 같은 책의 두께와 정직한 글씨 크기에 질려, 중간에 포기할 뻔도 했다. 그래도 어쨌든 다 읽었다.

  이 책은 ‘왜 각 대륙들마다 문명의 발달 속도에 차이가 생겨났을까? 왜 동양인이 아닌 백인들이 이 지구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걸까?’하는, 누구나 한번쯤은 품어봄직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결론은 환경적 요소들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첫째, 가축화, 작물화의 재료인 야생 동식물의 대륙간 차이-현재 작물화된 다양한 식물들의 야생형을 조사해 보면 구대륙(유라시아)에 현저히 많은 종류의 식물들이 작물화 되었음을 알수 있다. 그것은 구대륙인들의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정말 그럴만한 식물들의 종류에 차이가 있었다. 동물도 마찬가지다. 신대륙(아메리타, 오스트레일리아 등)에는 인간의 노동 생산력에 도움을 줄수 있는 적당한 크기의 야생동물들이 없었다. 현재 지구상에 남아 있는 동물들 중 길들일 수 있는 모든 것은 이미 길들여져 있는데, 그것은 거의 대부분 구대륙에서 살던 동물들이었다.

  둘째, 발전된 여러 가지 문물들의 확산과 이동 속도의 대륙 내 차이-세계지도를 떠올려 보라. 유라시아 대륙이 옆으로 길쭉하게 생긴데 비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는 위아래로 길다. 작물화된 식물들의 전파에 있어 옆으로 길쭉한 대륙이 확산에 유리했다. 위도가 같으면, 기후가 비슷하니까. 비가 많은 겨울에 적응한 식물이 비가 많은 여름이 있는 지역에서 재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건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셋째, 각 대륙 사이의 확산 속도의 차이-지형적으로 어떤 대륙은 다른 대륙보다 더 고립되어 있었다. 유라시아로부터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로 확산되는 것이 가장 쉬었고, 다른 대륙이나, 섬 지역은 확산에 어려움이 컸다. 특히 오스트레일리아는 열도로 인해 유라시아로부터 격리되어 있었다.

  넷째, 각 대륙의 면적 및 전체 인구 규모의 차이-면적이 넓거나 인구가 많다는 것은 잠재적인 발명가의 수도 많고, 서로 경쟁하는 사회의 수도 많고, 도입할 수 있는 혁신의 수도 많음을 의미한다.

  이 네 가지 요인들, 즉 각 대륙의 환경적인 차이로 인해 문화가 발생하고 발전하는데 대륙간의 차이가 생겨났다고 글쓴이는 설명하고 있다. 이런 환경적 차이로 인해, 인구의 밀집, 생산성 확대, 철의 생산, 가축화된 동물에게서 인간으로 넘어온 질병에 대한 면역력에 차이가 생겼고, 다양한 문물의 발명이 결국 대륙간의 힘의 차이, 국가간의 차이, 인종간의 차이를 가져왔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 같은 유라시아 대륙인데도, 비옥한 초승달 지대가 유럽에게 추월당한 이유, 중국이 기술의 전도자 위치에서 유럽에 추월당한 이유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결론은 유럽인들이 동양인보다 뛰어나서가 아니라는 것!

  설명의 과정도 매우 흥미진진했다. 글쓴이의 생물학적, 인류학적, 언어학적 지식들을 엮어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엮어내듯 정교하게 설명해 내려가는 글쓴이의 솜씨가 놀라웠다. 어떻게 이렇게, 훌륭할 수 있는지?

  이렇게 간단히 정리하고 나니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 글을 읽으면서 난 코끼리를 더듬어 보던 생쥐들의 우화를 떠올렸다. 코끼리의 전체 모습을 멀찍이서 바라보고 이해하게 된 생쥐의 느낌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었다.

  인종주의적인 편견이 있는 사람들, 서구중심적인 생각 때문에 괴로워 한 적이 있는 비서구인들이라면 정신 건강을 위해 꼭 한 번 읽어봄직한 훌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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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전쟁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10
로버트 코마이어 지음, 안인희 옮김 / 비룡소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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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진하게도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지막 장이 궁금했다. 제리가 어떻게 이 비열한 싸움을 끝장낼까?  어떤 해피엔딩이 기다리고 있을까? 그게 궁금했던 것 같다. 내가 알고 있는 99%의 청소년 소설은 그러했으니까.

  하지만, 소설은 차갑고 냉혹하게 끝난다. 그리고 그것은 현재 진행 중인 진실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딴 얘기 하나 할까? 우리 학교에서는 두 주 전에 학급 반장들을 불러내려, ‘제 14회 사랑의 동전 모으기 100원의 기적’이라는 스티커가 붙어있는 하트 모양의 저금통을 나누어 주었다. 이 저금통이 어디에서 왔고, 그 수익금을 어떻게 쓰여지는지 나는 모른다. 아무도 알려 주지 않았다. 담임인 나도 모르니까 애들도 모른다. 애들은 궁금해 하지도 않았다. 그냥 어느 날 방송으로 회장을 불러 학급원 수만큼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두 주 후에 걷는다고 했다.

  물론 이 저금통이 어디 좋은데 쓰일 거라는 걸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 초콜릿 판매 대금도 아마 어디가 유익한 곳에, 학교를 위해, 아니면 더 좋은 일에 쓰였을테지.

  그냥 좋은 일이니까 아무에게도 동의를 구하지 않는다. 자발적인 의지가 끼어들 여지는 없다. 걷을 때는 명렬표에 표시해서 걷는단다. 누가 냈는지.... 학급 담임인 난 그걸 보고도 모르는 척하고 있다. 침묵함으로써 나도 이런 일에 기꺼히 동참하고 있다.

  

  가슴이 답답하다. 점심 먹은 게 안 내려간 모양이다. 언제쯤 이런 얘기를 읽고도, 남의 얘기로 느껴질까?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이 책을 권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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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케의 동물 이야기
악셀 하케 지음, 이영희 옮김, 미하엘 소바 그림 / 창해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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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가에 꽂혀 있는 책들을 한가롭게 들춰보고, 책을 고른 게 언제더라. 근데 바로 집 옆에 생긴 도서관에서 한가롭게 서가 사이를 걷다가 발견한 이 책! 하케의 동물 이야기!

  번역자는 글 뒷부분에 문화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는 유머에 대해, 따라서 책의 내용을 지역화를 할 수 밖에 없음에 대해 극구 양해를 구하고 있는데, 나도 그 점이 아쉽다. 이 재미있고 신랄한 유머를 직접 읽을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웃어야 할지, 찡그려야 할지 생각하다보면, 어디까지가 농담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나의 지식들을 이리저리 되짚어보다 보면, 아슬아슬 줄타기하듯 읽다보면 금세 이 책의 마지막 장에 다다른다.

  마지막 장, 코뿔소의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 하케가 이토록 빈정거리며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듯하다.

  깨어나라, 인간이여.

  그리고 기억하라.

  그들도 한때는 모두 야생동물이었다는 사실을......


  하케의 동물이야기는 무더위에 내리는 시원한 소나기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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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그림자 1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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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근하기 싫어 콱 죽어 버리고 싶은 3월을 견디기 위해 내가 고른 소설!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모든 것이 낯선데, 또 모든 것이 비슷비슷하다는 느낌이 참 이상했다. 다 다른 얼굴들인데, 결코 새롭지 않다. 한꺼풀 겉만 다르지 결국은 같다. 더 알고 싶은 것도 없고, 흥미로운 것도 없다. 낯설면서도 권태로울 수 있다니....

  내 주변을 외면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책 속으로 숨어들었다. 숨어 들기에 딱 좋은 책이었다. 책 속의 무대는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건물 하나도, 유적 하나도 내가 알지 못하는 도시, 아는 거라고는 그 이름밖엔 없는 도시, 그 도시는 내가 숨어 들기에 딱 좋은 곳이었다. 카락스, 아니 쿠르베가 그랬던 것처럼.

  첫 장면부터 이 이야기의 매력에 빨려드는 느낌이었다. 갈수록 더해가는 궁금증,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다니엘이 카락스의 운명을 따라가는게 아닐까하는 불안감!

  물론 이 미스테리의 마지막이 누리아가 다니엘에게 남긴 편지에 의해 다 밝혀진다는 점은 아쉬웠다. 작가가 마지막에 너무 손쉬운 방법을 택한 것 같다.

  조만간 바람의 그림자를 영화화 한다는 얘기가 들려올 법도 하다. 이미 작가는 그걸 염두에 둔 건 아닐까 할 정도로 장면하나 하나에서 영상이, 분위기가, 색깔이 떠올랐으니까

  

  나처럼 뭔가로부터 잠시 숨어있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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