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피로사회>로 한국 인문학 독자들에게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던 재독 철학자 한병철의 <시간의 향기>가 나온다. 한국에서는 <피로사회>의 후속작으로 번역돼 나오지만 사실은 <피로사회>의 전작이다. 지난번 <피로사회>가 성과주의와 그로부터 비롯되는 인간의 '피로'가 사회안에서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 쓴 책이라면 <시간의 향기>는 그 연장선상으로 늘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보여준다고 한다. (피로사회가 이 책의 연장선상 일수도..) 저자는 시간의 향기를 되찾기 위해서 "활동적 삶 보다는 사색적 삶"을 사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는 한국인들에게 이건 참 힘든 일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도 책으로나마 위안을 받고 기억속에 묵혀뒀다가 언젠가 끄집어 낼 수 있길 바랄 뿐.

 

 

 

한병철 교수의 신간이 나온 김에 지금까지 번역된 그의 저작과 원서들을 살펴봤다. 대체적으로 원서 표지와 비슷한 느낌이 들도록 디자인 한 것이 눈에 띈다. 몰랐는데 <피로사회>가 알라딘 2012 올해의 책으로 선정이 됐었다. 살펴보니 타 인터넷서점에서도 올해의 책으로 선정이 되었다. 원서제목을 윤색시킨 것도 아닌데, 한국 독자에게 일단 제목부터 잘 먹혀든 것으로 보인다.

 

 

의외로 인기를 못 끌었던 책인데 <피로사회>를 읽었으면 <시간의 향기>가 나오기 전까지 이 <권력이란 무엇인가>를 읽기로 하자. 왠지 지금 읽어도 딱 좋을 책 같기도 하다. 시대가 시대이니 만큼..! 이 책의 매력은 권력 작동의 매커니즘과 본질을 아주 콤팩트하게 하지만 무게있게 그려낸 저작이라는 것이다. 다른 책을 봐도 알겠지만 한병철의 책은 두껍지 않지만 생각할 여지를 많이 준다. 아무리 두꺼워봐야 읽고 끝나는 책은 오래 남지 않는다.

 

 

<시간의 향기>에 뒤이어 출간예정인 <폭력의 위상학> 표지다. 알고보니 이 책과 더불어 <피로사회> <시간의 향기>로 독일 최고의 철학 에세이에 수상하는 'Tractatus-Prize'에 3년 연속 수상 후보작으로 올랐었다. 다만 이 상은 2009년부터 수상하는 상이라 아직 큰 권위와 저변은 보유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순전 개인적 생각..) 하지만 수상후보작의 면면을 볼 때 수년후에 독일 철학분야의 권위있는 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한병철은 이 책들 외에도 약 20여권의 책을 독일에서 독일어로 출간했다고 한다. 독일인의 시각에서 볼 때 동양인이 자신들의 모국어로 전개한 철학을 가치있게 여기는 것은, 언어를 달리해도 철학은 역시 보편적인 인간문제의 성찰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다른 책들보다 얇고 작은, 텍스트만 있는 저작임에도 불구하고 체감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데, 원서도 16유로 정도로 현지에서도 텍스트 양에 비해 싼 편이 아니다. (원서는 111쪽 밖에 안된다.) 또한 최근 저작이기도 하고 인문서중에서도 철학서라 저작권료등 이래저래 가격상승의 요인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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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3-03-14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의 향기가 출간되었군요! 덕분에 소식 알고 갑니다^^

VANITAS 2013-03-14 22:54   좋아요 0 | URL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