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무엇일까? 처음 육아를 시작하며 잘해보고 싶었다. 잘하는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사랑하는 애 아이들 잘 키워보고 싶었다. 수많은 육아서를 보았는데, 사실 잘 되지는 않았다. 지금은 이유를 알고 있다.
육아라는 것은 지속성의 영역이고, 나와 아이 뿐만 아니라 여러 환경과 유전적 요인 등 여러 가지 원인들이 조합해서 생기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한 육아의 성공, 이런 것은 누가 무엇으로 결정할 수 있을까? 아이가 명문대 가면 육아가 성공한 건가? 혹은 돈 많이 벌면 성공하는 건가?
나는 그래서 행복한 엄마가 성공하는 엄마라고 생각했다. 행복한 엄마가 이기는 엄마라고. 우리 인생을 이루는 것은 매일매일의 시간이다. 이 찰나찰나의 시간이 행복하면 결국 인생이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행복한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키우는 이 시간이 불행하고, 아이 키우기가 너무 힘들고 죄책감과 미안함과 불안에 허덕이는데 행복해질 수가 없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육아에서 가장 필요한 건 공부라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육아서를 읽는 것과 육아를 잘 하는 것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육아는 현실과 다르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건 육아서를 한 5~10권 정도 읽었을 때 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 정도 읽으면 육아가 대략 어떤 것인지 알게 되니까.
애착 이런 거고, 훈육은 이렇고, 엄마표영어는 이렇고, 그런데 실제 육아를 하다보면 육아서랑 다른 현실을 경험하게 된다. 어, 다르네. 왜 다르지? 어어, 이러다가. 에잇. 역시 책은 현실과 달라. 내가 다시는 육아서 보나봐라. 이렇게 되는거다. 하지만 좀더 깊이 넓게 육아서를 읽다보면 어느 순간 세상을 보는 시야가 확 넓어짐을 느끼게 된다. 게다가 육아서는 아이를 키우는 것뿐만 아니라 나를 키우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초반에 가장 도움이 많이 되었던 책은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라는 책이었다.
내가 처음 아이를 키울 때 가장 두려웠던 건 이런 거였다.
- 혹시 내가 아이를 잘못 키우면 어떻게 하지?
- 나도 부모님한테 따뜻한 말 한마디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는데 아이한테 내 상처를 되물림하면 어떻게 하지?
- 나는 아이한테 사랑만 듬뿍 주고 싶은데, 아이를 우리 부모님처럼 키우고 싶지 않은데, 왜 아이에게 자꾸 짜증을 날까?
그러다가 문득 부모가 나한테 상처주었던 행동을 고스란히 아이한테 하고 있을 때 화들짝 놀란 기억이 있다. 아, 내가 싫다고 하면서 아이를 대하는 사고방식과 행동은 예전에 부모님이 나에게 했던 그대로 하고 있구나.
그때 접했던 책이 바로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 라는 책이다. 거의 대학교재처럼 두꺼운 책인데. 이 책에서는 어떻게 어린 시절의 상처가 지금도 계속해서 나한테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하고, 어린 시절의 각 성장단계로 돌아가서 내가 나 자신을 안아주고 스스로 돌볼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사실 나는 대단한 상처나 트라우마 없이 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 아이를 키우면서 나도 모르게 의도치 않은 말과 행동이 나오고, 감정이 격해지는 순간이 있었다. 내가 자랄 때 대부분의 부모님이 그러셨을 테지만 감정을 잘 받아주지 않는 부모님께 자라다보니 어떻게 감정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고, 자꾸 위축되고, 죄책감 느끼고. 그랬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환경적 지원은 많이 받았지만 정서적 지원은 받지 못하지 않았나 생각도 들고. 아이를 낳고 나는 사랑을 많이 주면서 키워야지 생각은 하지만 받아본 적이 없는 정서적 지원을 하려니 조금 힘들고 버겁게 느껴졌다. 왜 나는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지원을 아이한테 해주어야 하나, 억울한 마음도 들고.
그런데 그렇다고 정서를 돌보는 역할은 부모님이 해주지 않았다고 언제까지나 구멍난 상태로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성인이 되면서 나를 사랑해준 많은 친구들, 동료들, 남편, 이런 사랑으로 정서적 지원을 채울 수 있었고, 무엇보다 아이를 키우며 어린 시절의 내가 생각이 많이 났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때의 나를 다시 안아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육아의 과정이 단순히 아이만을 키우는 과정이 아니라 나 자신을 같이 키우는 과정이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지금도 나는 10년 전 아이를 처음 키울 때의 나를 생각하면 그때의 막막하고 괴로웠던 감정이 떠오른다. 아이는 예쁜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고 사랑하긴 하지만 죄책감과 속상함 때문에 맘껏 행복하지 못했던 나의 모습이...
그런데 지금의 나는 아이 생각만 해도 너무 행복하다.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해서 아이가 커가는게 너무너무 아깝다. 그래서 나는 정말 사람들이 육아의 어려움, 힘듦에서 벗어나 행복하고 즐거운, 생각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육아를 했으면 좋겠다. 그런 따뜻한 육아를 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