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에 읽은 책을 제대로 정리도 못했는데 벌써 2024년이라니,
요즘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계속 든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을 제대로 하기도 힘든데 새로운 사업에 대한 고민을 접을수가 없을까? 심지어 3년도 더 전부터.
며칠 전 만난 친구들은 내가 계속 하고 싶다고만 하고 포기하는 이유에 대해 몇 가지 의견을 내놓았는데 이런 것들이다.
첫째, 실패하기 무서워서. 이건 일정 정도 맞다. 하지만 이 이유가 큰 것 같지는 않다.
둘째, 완벽한 상태에서 시작하고 싶어서. 이건 아니다. 내가 언제 완벽한 상태에서 시작했던가. 그런 적도 그걸 원한 적도 없다.
세번째 친밀한 관계가 싫어서. 이 이야기를 듣고는 잠깐 소름이 끼쳤다. 이것도 분명 맞다는 것을 내 영혼이 먼저 알아차리고 수긍했기 때문이다. 맞다. 친밀한 (척하는) 관계를 새로 맺는게 싫어서 계속 망설이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렇다면 이쯤되서는 질문을 다시 해봐야 한다. 왜 하지 않는가가 아니라 왜 하려고 하는지를 말이다. 돈 때문에? 맞다. 대출금이 너무 많아서 돈을 갚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그것도 맞다. 내가 좋아하는 수많은 일들 중 하나인 것은 확실하다. 그럼 그 일을 하면 돈을 더 벌수 있나? 그건 아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하는 게 돈은 더 벌수도 있을거다. 그럼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그건 지금도 취미생활로 지금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나는 굳이 왜 새로운 사업을 하려고 하는 걸까?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알았다. 나는 글을 쓰고 싶었던 거다. 나는 다양한 사람들과 책을 나누는 사업을 하고 싶었는데 수익모델이 마땅치 않고, 교육과 북클럽 어디메쯤에서 계속해서 진도가 나아가질 않았다. 그런데 본질적으로 생각해보니 애당초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은 교육도 아니고, 북클럽도 아니고, 그 어디메쯤도 아니었다. 그냥 이것들은 할 수 있을 것 같은 것들이었고(할 수 있다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다.) 내가 하고 싶은 건 글을 쓰고 그 글을 사람들과 나누고 같이 책을 읽는 것이었다. 즉, 나는 그냥 글을 쓰고 싶었고, 혼자 쓰는 일기가 아니라 작가가 되고 싶었던 거다. 그 글을 인스타나 블로그에 연재하고 싶었던 거고, 그것으로서 독자를 얻어서 책을 출판하고 그걸로 강의도 하고 북클럽도 하고 싶었던 거다.
이렇게 단순한 것을 이제야 깨닫다니!!! 맨날 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것만 생각하고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한번도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니. 이걸 눈물이 난다고 해야 하나, 어이 없다고 해야하나, 헛똑똑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데 글 쓰는 사람이 되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작가는 무언가 대단한 사람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김연수 작가의 말마따라 재능이 없고, 문창과를 못 나왔고, 독후감 대회에서 한번도 상을 받지 못한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냥 글을 쓰는 사람이, 계속 끊임없이 쓰는 사람이 작가가 된다. 이걸 깨달은 순간 3년 넘게 나를 따라다니던 사업 생각이 싹 사라졌다. 나는 3년 전부터 글을 쓰고 싶었구나. 하나의 글을 다 쓰고 나서 다시금 갈증을 느끼고 있었구나. 하나가 끝난 바로 그 다음부터 바로.
그래서 이제 돌아가지 않기도 했다. 그냥 글을 쓰기로. 그냥 오늘부터. 그냥 되는대로. 아무 생각없이. 그냥 닥치고 하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