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이었나. 주말에 회사에 나가는데 차문 너머로 벚꽃이 흩날리는 것이 보였다. 벌써 벚꽃 필 때가 됐던가. 차문을 여는데 봄내음이 가득한 바람과 함께 벚꽃과 그 뒤의 파랗고 높은 하늘이 보였다. 눈이 부시게 맑은 봄날은 이런 것일까. 생각하며 나는 잠시 운전대를 잡고 울었다. 



나는 지금 뭐하고 있는 것일까. 이렇게 파란 하늘을 보며 벚꽃이 흩날리는 이 좋은 날들에 사람을은 나를 떠나고, 나는 악에 받쳐서 남들 탓만 하면서, 끝임없이 내 몸을 혹사하며 밤낮없이 주말이고 계속해서 일을 하면서.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 내가 미워했던 사람들, 미움은 없었지만 질린 사람들, 더이상 나눌 수 있는 것이 없음을 눈치채고 떠난 사람들, 그리고 나를 사랑했지만 결국 떠난 사람들, 돌아보니 모두 떠나버린 상태. 악만 남은 것 같은 날들이었다. 



 그렇게 작년 겨울부터 봄을 지나 여름까지 울면서 버텼다. 일기장에 이런 말을 주문처럼 쓰면서 말이다. '나는 일상을 살아가야만 한다. 하나씩 재건해나가야만 한다.' 그때 만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에고라는 적>



어린 나이에 일찍이 성공했다가 여러 사업에서 실패를 경험하고 방황하면서 저자 본인이 인생의 전환기마다 이런 책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워하던 경험에서 출발해 쓴 책이라니, 프롤로그를 볼 때부터 알아차렸다. 나도 에고라는 함정에 빠져있었구나. 그래서 지금 그 구렁텅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거로구나. 



에고는 '자기 자신이 가장 중요한 존재라고 믿는 건강하지 못한 믿음'이다. 거만함과 자기중심적인 야망, 모든 사람의 내면에 자리 자고 있는 성마른 어린아이와 같고 어떤 것보다 자기 생각을 우선하는 특성. 그 누구(무엇)보다 더 잘해야 하고 보다 더 많아야 하고 또 보다 많이 인정받아야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에고이다. (p.26)



이 책에는 보이드 라는 장군을 통해 에고에 휘둘리지 않는 삶을 정확하게 표현한다. 그는 우등생들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해주었다고 한다. 


"이쪽으로 가면 자네는 중요한 사람이 될 수 있어. 그런데 타협해야 할 것이고 또 친구들에게 등을 돌려야 할지도 몰라. 하지만 출세한 사람들이 모인 클럽의 회원이 될 것이고 승진에 승진을 거듭할 거야. 또 좋은 임무를 맡게 될 걸세."


"그런데 다른 길로도 갈 수 있네. 이 길로 가면 자네는 중요한 일을 할 수 있지. 조국과 우리 공군 그리고 자네 자신을 위한 일이야. 만일 자네가 그 일을 하고 싶다고 마음을 먹는다면, 승진을 못할수도 있고 좋은 임무를 맡지 못할 수도 있어. 또한 분명히 말하지만 자네는 상관의 마음에 쏙 드는 부하는 되지 못할 걸세. 그러나 이 길을 가면 자기 자신과 타협하지 않아도 되네. 친구들이나 자기 자신을 배반하지 않아도 될 거야. 그러면 자네가 하는 일도 소중한 성과를 낼 걸세. 중요한 사람이 도리 것인가, 아니면 중요한 일을 할 것인가. 인생을 살다보면 분명히 이 갈림길에 서게 될 텐데, 바로 그때가 자네가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이라네." 



"자신보다 더 큰 무언가에 목적을 두고 있다면 갑자기 모든 것은 더 쉬워지고 동시에 더 어려워진다. 당신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이미 잘 알고 있으므로 그것 외의 다른 것들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실천에 관한 문제가 되므로 당신은 타협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선택은 쉬워진다. "(p.60~62)



그러니까 에고는 중요한 일이 아니라 중요한 사람이 되도록 우리를 추동한다. 열정으로 우리를 들뜨게 하며서 감정을 휘두르고 자기만의 영광을 추구하며 목표로 나를 추동한다. 하지만 우리가 진짜 해야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로 다른 사람을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남들과 비교해서 항상 내가 우위에 있어야 한다는 것, 이것은 단순히 남들과의 비교나 다른 사람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도달하지 않은 나의 미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하고 현재를 폄하한다. 누군지 모르는 성공한 사람과 나를 비교해서 평가하고 판단한다. 이 모든 것이 에고가 나 자신과 일,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망쳐버린 결과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탈탈 털려서, 완전히 발려버렸음에도 에고라는 허위에 지탱하고 있다. "이게 다 그 사람들 때문이야." 이렇게 말하면서. 



이쯤되면 사실은 한심한 것 아닌지. 어쩌면 이것이 진실의 순간일지도 모른다. 내가 잘한다고 믿었던 것들, 옳다고 믿었던 모든 것들이 사실은 거대한 에고로 이루어진 허상이었음이 지금 낱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일지도 모른다. 




여기에 직면해버렸으니 이제 더는 무언가를 숨기거가 가장할 수 없게 되어버렸을지도. 여기가 나의 끝이 아니기를, 막다른 길이 아니기를, 바닥이 아니기를, 나는 매일 빌었다. 나의 구렁텅이에 거기에는 거대한 에고만 있었던 것일뿐. 그게 전부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위대한 이야기의 주인공 행세를 할 게 아니라, 위대한 일을 하라고. 일을 실행해는 것 자체에, 무엇보다도 그 일을 탁월하게 해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이제 거대한 에고를 좀 내려놓고 실행에 포커스를 맞추자. 이런 다짐이 아닌 그냥 닥치고 하자.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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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11-29 0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이즘이 지나치면 나르시시스트가 되는 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