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알라딘에 와서 내가 올해 한번도 리뷰를 쓰지 않았다는 것에 너무나도 깜짝 놀랐다. 올해도 나는 여전히 수많은 번민에 휩싸였으며 활자중독자답게 엄청나게 많은 책을 읽어제꼈고, 여전히 일주일에 한번씩 독서모임을 하고 있고, 독서모임에서도 꽤 많은 책을 읽었는데 단 한 권도 기록하지 않은 것이다. 어쩐지, 내가 무슨 책을 읽었는지 기억이 안 나더라니 ㅠㅠ


반성하며 2달밖에 남지 않은 올해의 독서를 이제라도 기록해보려 한다. 



뜬금없는 말이지만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드뇌 빌뢰브 감독의 <컨택트>이다.

 

이 책의 원작이 실려있는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책 또한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 



영화 <컨택트>에 나오는 모든 장면을 좋아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대사는 이거다. 



"결과를 알고 있음에도, 어떻게 흘러갈지 알면서도, 난 모든걸 껴안을거야.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을 반길꺼야."








그냥 들으면 삶의 절체절명의 순간을 선택하는 고뇌하는 자의 자기결심 같기도 하고, 니체식 영원회귀의 잠언같기도 한 이 문장은 신기하게도 실재가 무엇인지 바로 직면하려는 물리학이자 현실을 인식하는 뇌과학의 결론이기도 하다. 



그것의 문학적 버전이 바로 이 책 <이토록 평범한 미래>가 아닐까. 그리고 이 결론의 자기계발적 버전은 아마도 <퓨처 셀프>가 되겠지. 















그렇지만 오늘은 우선 <이토록 평범한 미래>부터. 



이 소설이 처음 나온 이후부터 나는 오랫동안 이 책을 사랑했다. 매일마다 이 책에 나오는 글귀를 되뇌이곤 했다. "과거가 현재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미래가 현재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도 이 책 속에 나오는 책처럼 인생을 세 번째 삶을 사는 사람처럼 살고 싶었다. 



이 책에는 내 앞의 세계를 바꾸는 방법에 대해서 나오는데 그것은 놀랍게도 칸트의 인식론이라던가 불교의 일심사상과 일치한다. "아무리 사소할지라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겠다고 결심하기만 하면 눈앞의 풍경이 바뀔 거예요."



"그런데 살아보니까 그건 놀라운 말이 아니라 너무나 평범한 말이더라. 지구는 멸망하지 않았고 우리는 죽지 않고 결혼해 지금 이렇게 맥주를 마시고 있잖아. 줄리아는 그냥 이 사실을 말한 거야. 다만 이십 년 빨리 말했을 뿐그 시차가 평범한 말을 신의 말처럼 들리게 한 거야. 소설에 미래를 기억하라고 쓴 엄마는 왜 죽었을까? 그게 늘 궁금했는데, 이제는 알 것 같아. 엄마도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면 좋았을 텐데."



나도 매일 상상한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그리고 결과를 알고 있음에도, 어떻게 흘러갈지 알면서도, 모든 순간을 껴안고 모든 순간을 반길꺼다. 그것이 너무나 평범할지라도 시차가 주는 그 경이를 알기에. 나는 그것을 상상하면서 오늘을 살아갈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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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dark 2023-12-05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만 이 책을 보고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떠올린 게 아니었군요 ㅎㅎ 반가워서 댓글 달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