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를 향하여
서이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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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정말 탁월하다, 고 생각했다. 이건 괴물같다, 와는 다르다. 사람들이 보통 젊은 작가에게 기대하는 건 천재성, 광기, 실험성, 불안함 등이다. 하지만 서이제는 놀랄 만큼 안정적으로, 원숙하게,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90년대 초반생(아마 92~94년생 정도?)의 삶을 그려낸다. 비슷한 또래의 예술하는 사람들에게 흔히 관찰되는 자의식 과잉, 불안, 폐쇄성, 히스테리는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고 자조나 달관을 가장한 위악을 부리지도 않고 정직하게, 일체의 비하나 연민 없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다, 그것도 거기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이렇게 쓰면 이렇게 읽히겠구나를 충분히 고민하고 글을 쓰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 에세이, 비평, 학술논문, 웹툰(작가는 영화를 전공했다지만 난 이쪽이 제일 잘 맞을 것 같다) 등 정말이지 다양한 장르가 소설에 녹아 있는 느낌인데, 작가가 글쓰기의 영역을 좀 더 확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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