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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사회 ㅣ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10
심너울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난 SF의 최대 매력은 ‘사고실험’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사소하고 별 볼일 없는 가정에서 시작해, 끝에는 정교하고 그럴싸한 세계를 그려냄으로써 독자에게 지적 쾌감을 안겨주고 상상력을 넓히는 일이야말로 SF의 ‘소명’이 아닐까.
안타깝게도, 『소멸사회』는 내겐 실패한 사고실험으로 남을 듯하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도래한 암울한 2050년대를 배경으로 삼고 있지만, 가정은 허술하고 인물들은 도무지 그 시대 사람들 같지가 않다. 차라리 2010년대의 청년들이라 했다면 보다 그럴싸했을 것이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인구가 줄어 ‘소멸’을 향해가는 마당에 청년들이 뭐 하러 한강에 배를 띄워 사는가? 그냥 무수히 널려있을 빈 집을 점거해 살면 되지.
애초에 200여 페이지 남짓한 분량으로 담아내기엔 너무 무겁고, 커다란 주제였다. 올해 나온 『대멸종』에 실린 단편 「세상을 끝내는 데 필요한 점프의 횟수」를 재밌게 읽었던지라 퍽 기대하는 작가였는데, 이 책은 굉장히 실망스럽다. 곽재식 작가가 이야기한, 너무 별로라 ‘나라면 이렇게 했을 텐데’ 하고 이야기 고치는 연습을 해볼 수 있는 바로 그 정도 수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