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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 2018 제12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한강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괜찮아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 한 강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에서 (76~77)
-, 문학과지성 시인선 438, 초판 3쇄, 2013.12.23
:
제12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수상작 한강의 "작별"을 만났습니다. 마흔몇 쪽의 짧은 이야기에 전해오는 떨림이 이 시를 불현듯 찾게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어디까지가 한계인지. 얼마나 사랑해야 우리가 인간인 건지' (46)
순간, 먹먹해졌습니다. 일찍 떠나가신 엄마가 저에게 던지셨을 질문 같기도 하여, 초등학생 때 곁에서 홀로 엄마를 지키고 있던 아우가 된 듯, 울먹거리며 책을 덮었습니다.
물론, 엄마는,
어머니는 저에게
'괜찮아 / 이제, 괜찮아' 라고 말씀하셨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