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Ⅰ. |
| 고혹적인 책표지 사진과 잘 뽑혀진 책제목만으로도 50% 먹고 들어가는 책, 연재때부터 관심을 갖고 만나던 이야기,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그 겉모양새만으로도 탐을 내는 책, 거기다 더하여 11명의 '매혹적인 독서가'들의 책이야기라니…. 어찌 이 책을 그냥 바라만 보고말겠는가? |
| |
|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계속 불평과 불만을 쏟아내었다, 나의 책읽기는 입에서 뱉어지는, 조금은 순화된 불만용어 '쳇,쳇,쳇'과 함께 시작된다. |
| |
| Ⅱ. |
| 나는 자신의 책에 대해서 가장 겸허하게 생각했다. 그것을 읽는 사람들을 나의 애독자로 생각한다고 말하는 건 잘못이다. [---] 그들은 나의 독자가 아니라 그들 자신의 독자일테니까. (발터 벤야민,<베를린의 어린 시절>) (26) |
| |
|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에서 이미 만난 바 있는 책에 대한 이야기는 책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시작부터 만나며 따라간다. 진중권,이진경,박노자 - 정이현,공지영,김탁환,은희경,신경숙 - 임순례,변영주,문소리 까지 나름대로 분류하여보면 크게 '세부류의 아주 유명한 문화인!들'이다. |
| |
| 먼저 진중권,이진경,박노자 - 이들은 '인문사회과학'人이라 부를 수 있을터인데 그들의 독서일기는 과연 화려하고 넓고 깊다. 나는 그들의 독서를 따라가다 지쳐 그들의 저서를 만나보리라 생각하고 딱 한 권씩만 뽑아보는데… [미학 오디세이](진중권), [노마디즘](이진경), [박노자의 만감일기](박노자), 이 책들의 공통점은? 이미 내가 소유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아직 손에 들고 읽어보지 않았다는 것, 결국 책장의 장식물로 보관중이라는 아픈 얘기다.쩝…. 좋은 책을 골라놓기는 하였는데 도대체 난 뭘하고 있었던 것인지.... |
| |
| 텍스트를 읽는 것보다는 사물을 읽는 것에 끌리는 거죠. 그러다 보니 간판 하나도 한국 사회를 말하는 것 같아요. (진중권) (25) |
| |
| 삶에 대해서 진지해질라치면 운동은 피할 수 없는 거였어요. 저는 지금도 딴 건 몰라도 진지하긴 해요. 제게 있어서 진지함은 뭐냐면 옳다고 믿으면 그대로 살아야 한다는 거죠.. (이진경) (167) |
| |
| 제게는 장자가 인류 역사 최초의 아나키스트지요. (박노자) (270) |
| |
| 믿는 그대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늘 가슴 한 켠을 아리게 하는데 이들은 그 많은 독서량과 폭으로도 또 나를 압도한다. 쳇, 나같은 보통의 따라쟁이는 어디까지 따라가야하는지…. |
| |
| 다음 정이현,공지영,김탁환,은희경,신경숙- 이들은 모두 작가,소설가이다. 그리고 김탁환의 소설을 제외하고는 최근에 나머지 네 사람의 작품을 제대로 만난 기억이 없다. 그래도 그들의 책 이야기는 재미있고 한편으로는 짜증났다. 왜냐구? 뭐 이리도 많이들 읽어대는지. 역시 가랑이가 찢어질 것같아 훑어보기만 한다. |
| |
| 결국 흘러가는 모든 것을 사랑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조심성이 아니라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으려는 자세인지도 모른다. ('정이현'에서) (42) |
| |
| 삶이 불가해하다는 것, 그것이 어느 날 일상에서 툭 튀어나온다는 것, 그래도 삶은 어떻게든 계속 이어진다는 것. ('정이현'에서) (57) |
| |
| 나에게 일어나는 일은 타인에게도 일어나리라 (오스카 와일드, <옥중기>) (74) |
| |
| 인생은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고요함 속의 들끓음. ('은희경'에서) (145) |
| |
| 그랬었다. 나는 꿈이 필요했었다. 내가 학교에 가기 위해서, 큰오빠의 가발을 담담하게 빗질하기 위해서. 공장 굴뚝의 연기를 참아낼 수 있기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신경숙, <외딴방>) (209) |
| |
| 어떠한 기쁨도 미리 준비하지 말라 (앙드레 지드,<지상의 양식>) (88) |
| |
| 그들이 만나보고 들려주는 이야기들 속에서 나는 어지럽다, 순간 혹하기도 하고 어, 이 책은 나도 읽었는데, 하며 발걸음을 옮긴다. 하지만 그들의 독서편력 역시 길고도 넓다. 원, 아직도 모르는 작가들이 왜 이리도 많은지,라고 생각하며 나를 돌아보니 사실 나 역시 최근에야 책을 바짝, 미친듯이 읽기 시작하였지 지난 십여년 동안에는 한달에 한두권 정도밖에 만나지 않았다. 당연히 독서력!이 딸릴 수 밖에. 욕심만으로 뭘 할 수 있겠는가, 차근차근 따라가며 만나볼 밖에..... |
| |
| 그리고 임순례,변영주,문소리 - 이들은 모두 영화라는 장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감독과 배우이다. 역시 이들의 독서이력도 만만찮다. |
| |
| 이 만족감을 한번 생각해봐, 침대로 기어들어가 19세기 미국 문학 위에서 꿈을 꾸게 된다는 걸 알았을 때의 만족감을. (폴 오스터,<달의 궁전>) (127) |
| |
| 나도 집안에 있는 모든 책담은 상자들을 한데 그러모아 그 위에 이부자리를 펴고 누워볼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보기도 한다. 그러면 지은이의 전작처럼 [침대와 책]이 되는건가? 풉, 어리석기는, 그 책들의 어느 부분들을 얼마나 내가 흡수하여야만 이들만큼 내공이 있는 독서가가 될 것인지, 가늠도 되지 않는데, 또 쳇,이다. 너무 멀다. 따라가는 이 길. |
| |
| 무엇을 미느냐고 묻는다면 말해주지. 인간을 미는 것일세. (나쓰메 소세키,<소가 되어 인간을 밀어라>) (189) |
| |
| 나는 확신이 없는 사람이니까 이미 예술가다 (조너선 샤프란 포어,<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238) |
| |
| Ⅲ. |
| 옮겨두고 싶은 구절들, 정리해두고픈 작품들이 넘쳐나는 데 다행히도 이 책 끝에 "그 혹은 그녀의 책들" (314~323)이라는 '부록'으로 잘 정리되어 있다. 얄밉도록 깔끔한 편집에 괜히 샘도 난다. |
| |
| 그리고 또 한 번 나를 '쳇'하고 시니컬하게 반응하게 하는 것은 이들을 맛깔나게 인터뷰하고도 모자라 자신의 책이야기까지 보란듯이 펼쳐놓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지은이다. 거기다 지은이의 직업이 그냥? 작가도 아닌 '글 잘쓰는 PD'라니. 정말 '쳇'이다. |
| |
| 어떤 사람들이 다른 삶이나 죽음에 이끌린다 해도 그건 절망이 아니라 애착 때문인 경우가 많은데 그들에게 사랑과 반항은 일치한다. 결국 사는 동안 중요한 것은 자신이 속한 세계와 자신을 이어주는 어떤 단서와 끈을 찾느냐 마느냐의 문제같이 느껴진다. (에필로그 "살아보지 못한 삶도 삶이다"에서) (293) |
| |
| 거기에 더하여 이 황홀한 책이야기의 결론까지 제시하고 있으니…. |
| |
| 그렇다면 끝없는 현혹, 혹은 가공의 현실 아래 놓여 있는 우리가 해볼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무엇을 읽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읽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고 실천하는 도리밖에 없다. (에필로그 "살아보지 못한 삶도 삶이다"에서) (312) |
| |
| Ⅳ. |
| 이 한 권의 책을 통하여 소개되는 수 백권의 책을 어찌 내가 다 만나보랴만 그래도 넘쳐나는 욕심을 추리고 추려 리스트를 만들어둔다, 언젠가는 다 만나보리라. |
| |
| 보르헤스의 <픽션들>, 오스카 와일드 <옥중기>, 폴 오스터 <달의 궁전>, 친기즈 아이트마토프 <백년보다 긴 하루>, 블라디미르 마야코프스키 시집, 김현 <시칠리아의 암소>, <벽암록>, 나쓰메 소세키 <그 후>, 아쿠타카와 류노스케 <쓸쓸함보다 더 큰 힘이 어디 있으랴> |
| |
| |
| 2008. 8.16. 새벽, 나도 |
| '아직은 나의 첫 번째 지구에 미련이 많다. 아직 사랑할 사람들이 많다.' (251) |
| |
| 들풀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