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한자 - 연상 암기 학습법, 명탐정 홈스 한자를 추리하라 1
곽백수 지음, 박원길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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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제부터 힘들게 외우지 말고 '연상 암기 학습법' ( LAM : Learning for Associative Memories ) 으로 원리를 알아 가며 과학적으로 배워 봅시다. (6)
 
 첫 쪽을 열자마자 나오는 이 한 문장으로 이 책의 성격이 확연히 드러난다. 마냥 어렵게 암기만 하라는 것도 아니고 재미있는 만화를 따라가다 학습의 본래 취지를 놓치지도 말라는 이야기인데 "작가의 말"(5)처럼 '학습'과 '재미'를 한꺼번에 성취하기란 만만치 않음에도 이 책은 그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책을 보고 나서 아이와 아내에게 보여주었더니 모두 동의하는 데 다만 딸아이는 곽백수의 '트라우마형 캐릭터'(?)에 익숙치 않은 탓인지 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투덜대기는 하였다. 그렇지만 이 책은 분명 만족할 수 있는 한자 학습 만화임에 틀림없다.
 
 '古'는 입 구'口'가 열(十)이니, 열명의 입을 거쳐 전해진 말이니 '오랠 고'로 해석되고 여자(女)가 오래(古)되면 시어머니가 되니 시어머니 고(姑), 나무(木)가 오래 되면 마르니 마를 고(枯), 풀(艸)이 오래 되면 맛이 쓰니 쓸 고(苦) 등으로 '어원'을 풀이 하고 그 어원에 '공통된 부분으로 된 글자를 꼬리에 꼬리를 물며' 배우게 되니 한 두번만 보면 여러 한자를 확실히 배울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연상암기학습법'(6~9)인데 이 책에서만 112자의 한자를 배울 수 있다.
 
 게다가 이야기의 전개는 주인공 '똘이'와 '누나'랑 '명탐정 홈스'와 함께 '할아버지'의 설명을 따라가며 여러 이야기속에서 뿌릿말이 되는 한자와 이어지는 낱말들을 재미있게 추리해가며 배우게되므로 흥미진진하면서도 쏙쏙 머리속에 들어온다. 그리고 각 장의 이음부분에 <한자의 기초>라고 하여 심화학습을 할 수 있도록 되어있고 "특별부록"으로 책에 등장한 한자들을 정확히 정리하여 '한자 제대로 암기하기'로 요약해놓았다. 이 부분만 복사하여 들고다니면서 익힌다면 일주일이면 120여자를 금방 암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제대로 뜻을 익혀가면서....
 
 그런데 왜 나는 "큰 일났다!"라고 하였을까? 그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이다. 첫 번째는 그동안 [만화 ○○문]이라고 하여 원조격에 해당하는 책을 매번 발간 즉시 구입하여 딸아이랑 함께 봐왔었는데 그 책을 능가하는 학습효과를 볼 수 있는 책이 출간되었으니 다시 책을 한 권씩 모아야한다는 생각에 나오는 경제적인 한 숨이다. 한 권에 120여자이면 '1800자'라면 적어도 15권은 되지 않겠는가? 어찌 한 숨 짓지 않으랴…
 
 그리고 다음은 이 책을 초등학교 5학년인 딸아이에게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내가 공부를 등한시 할 경우 조만간 딸아이가 물어도 제대로 답변을 못하는 그런 일이 벌어질 것 같아서이다. 아직까지는 한자는 아빠의 권위(!)를 유지할 수준만큼은 앞서가고 있는데 곧 영어처럼 딸아이에게 뒤쳐지는 일이 생길 것이니 앞서 걱정해보는 것이다. 
 
 하지만 뭐, 아빠를 능가하는 한자실력을 딸아이가 갖춘다면 그만큼 반가운 일이 또 어디 있으랴는 생각에 슬며시 웃음짓는다. 그리고 출판사에 강력히 요청하는 바이다. 빨리 다음 권을 출간하라고….감질나게 오래 기다리도록 하지말고, 누구처럼 말이다.
 
 
2008. 9. 7. 세상 좋아지고 있습니다.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다니~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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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을 바인딩하라 (일반편) - 기적의 노트 3P 바인더의 비밀
강규형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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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은 '캐시'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CASH(현금) 말고 KASH다. 지식(knowledge), 태도(attitude), 기술(skill), 습관(habit)의 4가지 균형은 대학과 직장을 넘어 평생학습의 표준을 제시한다. 지식이 없는 훈련은 맹목적이 되고 훈련이 없는 지식은 쓸모가 없다. 지식과 훈련의 균형을 갖춘 자기경영이 성공인생의 DNA인 것이다. ("프롤로그"에서) (16)
 
 이 책을 통하여 배워야할 가장 중요한 사실은 '자신에게 맞는' 다이어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프랭클린 플래너'이든 '3P 바인더'이든..
 
 처음 책을 펼쳐들고 훑어나가자 현재도 사용하고 있는 프랭클린 플래너와의 차별성을 찾지 못하였다. 여러가지 설명이 더해지고 조금씩 다른 형태의 양식이 나오기는 하지만 이 책은 분명 프랭클린 플래너의 모사품이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이렇게 책으로 낼만한 까닭이 없지 않은가라는 관점에서 다시 접근하여 찬찬히 들여다 보았더니 지은이, 자신에게 맞게 특화시킨 '바인더 활용시스템'을 통한 플래너라는 것이다.
 
 꿈리스트, 사명선언서,비전선언서,평생계획,라이프플랜,연간,월간,주간계획의 시간구분등은 몇 년간 사용해온 프랭클린 플래너를 통하여 대부분 익힌 개념들이다. 특히 '소중한 것을 먼저하라'는 개념까지도..그 재료들을 자신에 맞게 특화시키고 '바인딩'이라는 개념을 덧붙여 이처럼 특화된 자신만의 파일시스템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 프랭클린 플래너를 그동안 사용하여 오면서 몇차례 변경+개선 노력을 한 바 지금의 형태로 사용중인 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무턱대고 큰, 속지가 많은 '클래식'사이즈를 구입하여 매일매일을 빈 칸으로 보내는 일일 업무란을 바라보다 좌절도 하고 'CEO사이즈'를 만나 흐뭇하게 몇 년을 사용해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불편한 점이 있었으니 내가 일하는 업의 특성상 월간 단위의 반복되는 업무를 챙기기에는 주간,일간 단위의 업무일정표만으로는 활용도가 많이 낮았다. 
 

 물론 이 책에도 프랭클린 플래너에도 '월간 계획표'가 있긴하지만 너무 작아서 한 달치 업무를 모아두고 매일 바라보며 체크하고 확인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월간계획표만 따로 되어 있는 일지였다. 그리고 보조적으로 CEO사이즈에 맞는 일년치 수첩으로 된 프랭클린 플래너-가격도 무척 저렴한-를 통하여 함께 업무를 체크중인 것이다.

 


    - 월간 업무 일정표

 

 물론 내 상황은 월간단위의 고정+순환적인 업무가 있으면서 매일매일 기재할 업무는 적은 사람들에게 적당한 사례이다. 결국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라도 자신의 업무 내용과 스타일에 맞지 않으면 그 활용도는 떨어진다는 얘기이다. 나 역시  몇 년간의 방황?을 통하여 이제서야 자리를 잡은 경우이다. '자신에게 맞는' 다이어리를 찾아서 매일매일 활용 한다면 좀 더 나은 '업무+일정+생활'관리가 가능할 것이다.

 

 



 

- 프랭클린 플래너(수첩형)

 

 

 이 책은 다이어리(플래너)를 처음 사용하는 초보자들에게는 아주 유용한  시스템이다. 책 자체를 들고 다닐 수 있는 다이어리로 제작하였으므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책+시스템 다이어리이다. 겉표지도 PP재질로 되어 있어 휴대및 보관이 쉽게 되어 있다.

 

 



 

- 나만의 시스템 다이어리 ^^

 

 
 *다이어리 활용팁 : 모든 일정은 한 곳에서 관리한다 / 개인적인 일정과 업무일정도 한 곳에서 기록하되 색깔 볼펜을 활용하여 구분한다.- 나의 경우는 회사 업무는 검정색, 개인 일은 파란색 펜을 사용중임  
 
 
2008. 9. 7. 힘들지만 보람된 자신만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말씀~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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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 공주는 공주가 아니다?! - 발도르프 선생님이 들려주는 진짜 독일 동화 이야기
이양호 지음, 박현태 그림 / 글숲산책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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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에 한 사람의 장구한 일생이 압축돼 있다 보는 겁니다. 신화는 영웅의 삶을 그리지만, 동화는 보통 사람의 지혜를 보여줍니다.  '새하얀 눈 아이' 이야기에는 자기가 타고난 본래 마음을 세상살이에서 힘들게 지켜내고, 마침내 드러내는 보통 사람의 삶이 닮겨 있지요." ( 지은이, <한겨레 신문>인터뷰에서) 
 
 앗, 백설공주, 우리가 늘 알고 지내던 그 공주가 아니란다. 아니, 아예 백설'공주'가 아니란다. 그저 '눈처럼 새하얗고, 피처럼 붉고, 창틀의 나무처럼 검은 아이'(26)란다. 그리고 그 뜻은 하늘과 사람과 땅이 어우러진,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참사람'이란다. 누가? 그 백설'공주'가.
 
 지은이는 독일 사범대학에서 배운뒤 '직역하되, 우리말의 결이 살아 있는 글'(15)로 백설공주 아니 '새하얀 눈 아이'이야기를 들려준다. 새롭고 신선하고 생각할 거리가 많다. 마치 공부하는 기분이다. 그저 동화랍시고 대충 만나보고 대충 생각해왔던 결과이리라. '창의성'을 키우라며 그가 들려주는 원전 이야기는 '꼼꼼한 책읽기와 깊이 있는 헤아림'의 길(17)로 우리를 이끌어 간다. '꼬치꼬치 따지고 캐묻는'(17) 속에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의 고전이 우리 앞에 다가온다. 
 
 원전 독일어와 영문 번역, 그리고 지은이의 번역이 어우러진 책을 통하여 어학공부를 하여도 될 것이지만 이 책이 뜻하는 바는 아닐 것이다. 제대로 따져보고 바라보고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청소년과 부모를 위한 해설>(99~192)이 원작+영문+번역(23~96)보다 더 충실한 동화라니?! 이 책은 동화책이 아니다. 동화를 통하여 지은이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책 읽는 방법, 생각하는 방법에 관한 교양서인 것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묻는 힘'이 너무도 부족합니다. 묻는 힘은 그냥 생기지 않습니다. 헤아려보고 따져보는 가운데, 서서히 생겨나는 것입니다. (104)
 
 뜨끔, 나이 마흔이 넘은 나 조차도 지은이의 질문에 말이 막힌다. 왜 그 애를 '새하얀 눈 아이'라 불렀을까요? (104)
 
 많은 질문들이 쏟아지고 지은이는 차근차근 함께 생각해가며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을 설득력있게 들려준다. 감탄, 또 감탄이다.  '눈 밝혀 읽어야 할 까닭(122), '공부의 바탕은 마음을 맑게 하기(128) 같은 말들은 내용의 무게를 떠나 우리말글의 아름다움을 한껏 살려내고 있다. 글 자체가 멋진 우리말 학습서가 된다. 쉽고도 아름답고 깔끔하면서도 한자말이 아닌 우리말들이 쏟아진다. 고맙고 또 고맙다.
 
 독일 동화 원전의 완전한 번역에 영어 공부도 가능하고 논술서적으로도 훌륭하고 우리말의 참맛까지 느낄 수 있는 이 책, 어찌 권하지 않으랴. 다들 읽어보시기를…. 하지만 책을 다 읽었지만 마음은 상쾌하지 않다. 까닭은 뒷부분에 두번 째 소개해 놓은 진짜 독일동화 2. <순금아이>의 이야기를 읽고 나서인데 다시 쏟아지는 그의 질문에, 나는 답을 제대로 못해내고 쩔쩔매고 있다. 역시 부족한 것은  '나의 생각하는 힘'이라는 아픈 진실을 바라보며 책을 덮는다. 답을 찾아 다시 오리라.
 
 ~ 이걸 깨닫지 못하면, 우리도 태어날 땐 여왕이었지만, 멧돼지로 살다 죽을 수밖에 없어요.  몸을 키우는 먹을거리에서는 농약이 묻어 있니 어쩌니 따지면서, 정신과 영혼을 키우는 먹을거리에는, 독이 있는지 없는지를 안 따지는 우리는 도대체 누구인가요? (165)
 
 
2008. 9. 2. 기쁜 밤, 작지만 소중한 책을 만나다.
 
 
들풀처럼
*'새하얀 눈 아이' 이야기는 옮기지 않습니다. 꼭 한 번 만나보시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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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자살 클럽
전봉관 지음 / 살림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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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여러 여성들과 동성연애를 즐기던 허영숙도 의사가 된 후에는 춘원 이광수와 결혼해서 2남2녀를 낳고 행복하게 살았다. ('홍옥임,김용주 동성애 정사 사건'에서) (191)
 
 죽음 이야기를 하려는데 왠 동성애?라고 생각하실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 [경성 자살 클럽]은 '근대 조선을 울린 충격적 자살 사건' '10가지'를 당시의 신문기사, 인터뷰,잡지 연재물 등을 동원하여 소개하고 있는데 내게 가장 충격적이었던 내용이 바로 일곱번 째 이야기였던 동성애 자살사건이기에 한 문장 옮겨 보았다. 
 
 이 책을 통하여서야 알게된 사실이지만 당시에는 동성애를 특별히 다른 눈으로 바라보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신여성들은 결혼 전 통과의례로까지 여기고 인터뷰까지 떳떳하게 하고 있으니…. 어쩌면 지금의 이 곳보다 사고방식이 더 열려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남자는 그 당시 본부인 외에 첩을 두거나 바람피는 것을 당연시 여기고 있었고 이로 인한 자살 사례가 이 책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니 배짱좋았다던 신여성 윤심덕 조차 "세상 남자들은 모두 악마 같다. 나는 언젠가 한 놈은 죽이고 죽는다. 그러나 그 죽이는 놈은 아주 천진스럽고 죄없는 지순한 남자다. …."(91) 라고 이야기 하였던 것이리라. 그녀 자신도 결국 의문의 죽음으로 세상에서 사라지지만….
 
 독립항쟁과 관련한 나석주,김상옥의 폭탄투척사건 후 자살은 이 책 전체적인 흐름과는 맞지 않는 내용으로 보이나 아마 지은이는 그 시대의 중요한 자살- 식민지 시대에 의한 타살!-로 판단하여 소개한 듯 하다. 그리고 동성애 자살과 함께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입시지옥으로 인한 학생들의 자살 사례들이니 시대는 바뀌어도 학벌이 주는 스트레스와 중압감은 참으로 길고 지긋지긋하다 하겠다.
 
 가슴 아픈 자살 사건들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각각의 이야기들에서 당시 사람들의 자유로움을 느꼈다면 이상한 책읽기일까? 동성애는 물론이고 부모가 짝지워준 원치않는 혼인의 굴레는 무시하고 사랑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들이 있음으로 현대식 사랑의 정의가 이뤄졌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결국 결론은 여자의 자살이 대부분이니 남자는 역시 나쁜놈이 되고 마는 것이다.
 
 시대상과 생활상도 묻어나오는 기사들과 자료들로 당시의 이야기가 마치 지금 신문에서 가십거리를 읽는 듯한 것은 지은이의 철저한 준비 때문이리라. 그래도 각각의 이야기들이 그냥 소개 수준이라고만 느껴지는 것은 이 책의 큰 아쉬움이 될 수도 있겠다.
 
 특정 시대의 구체적인 생활상을 이렇게 다시 정리하여 둠은 근세를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좀 더 풍부한 사례와 현대의 자살과의 비교가 덧붙여졌다면 더 좋았으리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쉽게 읽히는 만큼 쉽게 잊혀질 것 같은 책이다.
 
 독자에게 강요할 수는 없지만 필자가 의도한 이 책의 주제는 아내에게 잘하라는 것이다. ( 에필로그 "아름다운 자살은 없다"에서) (301)
 
 
2008. 9. 2. 그렇군요, 그럼 이 글은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3'입니다.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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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고 쏠리고 들끓다 - 새로운 사회와 대중의 탄생
클레이 셔키 지음, 송연석 옮김 / 갤리온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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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익숙한 세계는 작은 일은 사랑 때문에, 큰 일은 돈 때문에 이뤄지는 세계였다. 사랑은 사람들에게 빵을 구울 동기를, 돈은 사전을 만들 동기를 부여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랑 때문에도 큰일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115)
 
  현대사회의 최정점, 인터넷 혁명의 최전방에 서서 바라본 세상의 변화와 사람의 변화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 그리고 실전 사례들이 넘쳐나는 책, 언뜻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서 어려운 듯 보이나 사실은 단순하고 심오한 진리를 설파하는 책, [Here Comes Everybody]라는 원제의 뜻이나 [끌리고 쏠리고 들끊다]라는 제목이 너무도 어울리는 책, 나는 이 책을 야구장에 가서도 읽었다.
 
 2008년 8월 29일, 금요일, 대전에서 한화를 3연패시키고 사직구장으로 내려온 자이언츠가 삼성과 후반기 첫게임을 하던 날, 아버지랑 아우랑 근 스무해만에 함께 야구를 보러갔다. 넘쳐나는 야구에 대한 열기만으로도 며칠밤을 세울 수 있는 사람들 틈새에서 서울에서 잠시 내려와 쉬고 있는 아우와 늘 집에 혼자 계시는 늙으신 아버지와 김해 회사에서 반차(1/2 연차휴무)를 내고 함께 달려온 나는 자연스레 어우러져 야구장에 입성하였다. 경기시작시간은 18:30이었지만 우리가 들어간 시각은 17:00쯤, 벌써 많은 이들이 '끌리고 쏠리고 들끊'는 중이었다.
 
 부산-경남 지방 사람들의 야구 열기야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까지 이어져 오는 그 열기의 중심에는 [롯데 자이언츠]라는 야구단의 실력과는 상관없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고 여러가지로 분석이 되곤 한다. 나 역시 그 분석중하나로 부산지방에는 외항 선원이 많다는 분석을 나름 내노혹 있다. 1년 가까이 배를 타다 내려서 2~3개월씩 쉬시는 분들이 많은 항구도시의 특성상 야구장에 가족과 친구들과 많이 다닐 수 밖에 없고 그 사이에 아이들은 1982년부터 무럭무럭 자라나 다시 팬이 되는 것이다. 나는 82년에 고1이었고 1984년 한국시리즈 우승때 고3이었다. 빌어먹을, 고3. 그 당시 롯데의 우승으로 부산지역 고3 수험생들의 점수는 평균 10점 이상은 낮아졌으리라...나만의 생각이다.
 
 그리고 빠뜨리면 안되는 것이 인터넷을 통한 생각의 공유 및 확산이다. 매경기에 대한 냉철하지만 자상한 분석과 조언이 쏟아지고 그 글들을 찾아 읽고 동의하고 반박하는 사이에 실제 야구를 보는 시간보다 더 우리는 야구에 취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곁에 일어나는 많은 일들이 그러하다. 나만의 기쁨과 슬픔들이 블로그 또는 카페 활동을 통하여 - 책에는 미트업 사이트가 예로 소개되고 있고 우리나라의 싸이월드 이야기(237)도! 등장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익명성속에서도, 벗처럼 또는 친구같이 만나고 기꺼워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격려하거나 다독여주는 역할들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서로를 위해 뭔가를 해줄 수 있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행동을 해보고 싶게 만들 정도로 비용도 적게 드는 세상, 작은 사랑으로 이룬 결실이 그 처음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어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우리의 시회적 도구는 사랑을 재생 가능한 건축자재로 바꾸고 있다. 서로를 충분히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범위로 보나 지속성으로 보나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일들을 이룩해낼 수 있다. 사랑으로 큰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54)
 
 그 대표적인 사례로 지은이는 "위키피디아"의 지속성과 공공성,효용성 등에 주목하고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인터넷에서 이뤄진 많은 감동과 훈훈한 이야기들이 있다. 그리고 올 상반기를 뜨겁게 달구던 "촛불집회"도 있다. 책 속의 성추행 신부들에 대한 사람들의 단합사례(156~173)에 빗대어 볼 수도 있는 우리의 "촛불집회"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진행형이며 세대가 달라졌음을 여실히 느끼게 해준 국민적인 규모의 "퍼포먼스"였다. 물론 지속성을 가진....
 
 인터넷의 확산과 누리꾼들의 참여도 등을 통하여 세상은 변화하고 있고 그 변화의 방향은 긍정적임을 지은이는 차근차근 증명해낸다. 그리고 그의 시각은 긍정적이다, 물론 나도 긍정적이다. 
 
  그날 사직구장에서 우리 세부자는 모처럼 통쾌하고 재밌는 경기를 기쁘게 보았고 '자이언츠'의 연승은 10연승까지 이어져온다. 오늘 저녁도 사직구장은 "끌리고 쏠리고 들끊"을 것이다. 그 속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하나씩 더해질 것이고 경기의 승패와 관계없이 "많아지면 달라진다"는 말처럼 야구 그 자체도, 야구를 보는 시민도, 그 시민을 보는 사람들도 당연히 변해갈 것이다. 결국엔 나도, 여러분도....
 
 얼마나 많은 사람을 아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다른 사람을 아느냐가 중요하다. (247)
 
 
2008. 9. 2. 자정을 넘기고 가을이 오고 있는 소리를 듣다.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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