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화에 한 사람의 장구한 일생이 압축돼 있다 보는 겁니다. 신화는 영웅의 삶을 그리지만, 동화는 보통 사람의 지혜를 보여줍니다. '새하얀 눈 아이' 이야기에는 자기가 타고난 본래 마음을 세상살이에서 힘들게 지켜내고, 마침내 드러내는 보통 사람의 삶이 닮겨 있지요." ( 지은이, <한겨레 신문>인터뷰에서) |
| |
| 앗, 백설공주, 우리가 늘 알고 지내던 그 공주가 아니란다. 아니, 아예 백설'공주'가 아니란다. 그저 '눈처럼 새하얗고, 피처럼 붉고, 창틀의 나무처럼 검은 아이'(26)란다. 그리고 그 뜻은 하늘과 사람과 땅이 어우러진,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참사람'이란다. 누가? 그 백설'공주'가. |
| |
| 지은이는 독일 사범대학에서 배운뒤 '직역하되, 우리말의 결이 살아 있는 글'(15)로 백설공주 아니 '새하얀 눈 아이'이야기를 들려준다. 새롭고 신선하고 생각할 거리가 많다. 마치 공부하는 기분이다. 그저 동화랍시고 대충 만나보고 대충 생각해왔던 결과이리라. '창의성'을 키우라며 그가 들려주는 원전 이야기는 '꼼꼼한 책읽기와 깊이 있는 헤아림'의 길(17)로 우리를 이끌어 간다. '꼬치꼬치 따지고 캐묻는'(17) 속에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의 고전이 우리 앞에 다가온다. |
| |
| 원전 독일어와 영문 번역, 그리고 지은이의 번역이 어우러진 책을 통하여 어학공부를 하여도 될 것이지만 이 책이 뜻하는 바는 아닐 것이다. 제대로 따져보고 바라보고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청소년과 부모를 위한 해설>(99~192)이 원작+영문+번역(23~96)보다 더 충실한 동화라니?! 이 책은 동화책이 아니다. 동화를 통하여 지은이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책 읽는 방법, 생각하는 방법에 관한 교양서인 것이다. |
| |
| 우리나라 학생들은 '묻는 힘'이 너무도 부족합니다. 묻는 힘은 그냥 생기지 않습니다. 헤아려보고 따져보는 가운데, 서서히 생겨나는 것입니다. (104) |
| |
| 뜨끔, 나이 마흔이 넘은 나 조차도 지은이의 질문에 말이 막힌다. 왜 그 애를 '새하얀 눈 아이'라 불렀을까요? (104) |
| |
| 많은 질문들이 쏟아지고 지은이는 차근차근 함께 생각해가며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을 설득력있게 들려준다. 감탄, 또 감탄이다. '눈 밝혀 읽어야 할 까닭(122), '공부의 바탕은 마음을 맑게 하기(128) 같은 말들은 내용의 무게를 떠나 우리말글의 아름다움을 한껏 살려내고 있다. 글 자체가 멋진 우리말 학습서가 된다. 쉽고도 아름답고 깔끔하면서도 한자말이 아닌 우리말들이 쏟아진다. 고맙고 또 고맙다. |
| |
| 독일 동화 원전의 완전한 번역에 영어 공부도 가능하고 논술서적으로도 훌륭하고 우리말의 참맛까지 느낄 수 있는 이 책, 어찌 권하지 않으랴. 다들 읽어보시기를…. 하지만 책을 다 읽었지만 마음은 상쾌하지 않다. 까닭은 뒷부분에 두번 째 소개해 놓은 진짜 독일동화 2. <순금아이>의 이야기를 읽고 나서인데 다시 쏟아지는 그의 질문에, 나는 답을 제대로 못해내고 쩔쩔매고 있다. 역시 부족한 것은 '나의 생각하는 힘'이라는 아픈 진실을 바라보며 책을 덮는다. 답을 찾아 다시 오리라. |
| |
| ~ 이걸 깨닫지 못하면, 우리도 태어날 땐 여왕이었지만, 멧돼지로 살다 죽을 수밖에 없어요. 몸을 키우는 먹을거리에서는 농약이 묻어 있니 어쩌니 따지면서, 정신과 영혼을 키우는 먹을거리에는, 독이 있는지 없는지를 안 따지는 우리는 도대체 누구인가요? (165) |
| |
| |
| 2008. 9. 2. 기쁜 밤, 작지만 소중한 책을 만나다. |
| |
| |
| 들풀처럼 |
|
| *'새하얀 눈 아이' 이야기는 옮기지 않습니다. 꼭 한 번 만나보시라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