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자살 클럽
전봉관 지음 / 살림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학창시절 여러 여성들과 동성연애를 즐기던 허영숙도 의사가 된 후에는 춘원 이광수와 결혼해서 2남2녀를 낳고 행복하게 살았다. ('홍옥임,김용주 동성애 정사 사건'에서) (191)
 
 죽음 이야기를 하려는데 왠 동성애?라고 생각하실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 [경성 자살 클럽]은 '근대 조선을 울린 충격적 자살 사건' '10가지'를 당시의 신문기사, 인터뷰,잡지 연재물 등을 동원하여 소개하고 있는데 내게 가장 충격적이었던 내용이 바로 일곱번 째 이야기였던 동성애 자살사건이기에 한 문장 옮겨 보았다. 
 
 이 책을 통하여서야 알게된 사실이지만 당시에는 동성애를 특별히 다른 눈으로 바라보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신여성들은 결혼 전 통과의례로까지 여기고 인터뷰까지 떳떳하게 하고 있으니…. 어쩌면 지금의 이 곳보다 사고방식이 더 열려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남자는 그 당시 본부인 외에 첩을 두거나 바람피는 것을 당연시 여기고 있었고 이로 인한 자살 사례가 이 책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니 배짱좋았다던 신여성 윤심덕 조차 "세상 남자들은 모두 악마 같다. 나는 언젠가 한 놈은 죽이고 죽는다. 그러나 그 죽이는 놈은 아주 천진스럽고 죄없는 지순한 남자다. …."(91) 라고 이야기 하였던 것이리라. 그녀 자신도 결국 의문의 죽음으로 세상에서 사라지지만….
 
 독립항쟁과 관련한 나석주,김상옥의 폭탄투척사건 후 자살은 이 책 전체적인 흐름과는 맞지 않는 내용으로 보이나 아마 지은이는 그 시대의 중요한 자살- 식민지 시대에 의한 타살!-로 판단하여 소개한 듯 하다. 그리고 동성애 자살과 함께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입시지옥으로 인한 학생들의 자살 사례들이니 시대는 바뀌어도 학벌이 주는 스트레스와 중압감은 참으로 길고 지긋지긋하다 하겠다.
 
 가슴 아픈 자살 사건들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각각의 이야기들에서 당시 사람들의 자유로움을 느꼈다면 이상한 책읽기일까? 동성애는 물론이고 부모가 짝지워준 원치않는 혼인의 굴레는 무시하고 사랑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들이 있음으로 현대식 사랑의 정의가 이뤄졌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결국 결론은 여자의 자살이 대부분이니 남자는 역시 나쁜놈이 되고 마는 것이다.
 
 시대상과 생활상도 묻어나오는 기사들과 자료들로 당시의 이야기가 마치 지금 신문에서 가십거리를 읽는 듯한 것은 지은이의 철저한 준비 때문이리라. 그래도 각각의 이야기들이 그냥 소개 수준이라고만 느껴지는 것은 이 책의 큰 아쉬움이 될 수도 있겠다.
 
 특정 시대의 구체적인 생활상을 이렇게 다시 정리하여 둠은 근세를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좀 더 풍부한 사례와 현대의 자살과의 비교가 덧붙여졌다면 더 좋았으리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쉽게 읽히는 만큼 쉽게 잊혀질 것 같은 책이다.
 
 독자에게 강요할 수는 없지만 필자가 의도한 이 책의 주제는 아내에게 잘하라는 것이다. ( 에필로그 "아름다운 자살은 없다"에서) (301)
 
 
2008. 9. 2. 그렇군요, 그럼 이 글은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3'입니다.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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