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8 - 동정(東征)과 남정(南征)
장정일 글 / 김영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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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편에서 관우의 죽음이 있었고 조조의 죽음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들의 죽음에서 교훈을 찾아야 했었다. 하지만 한날 한시에 죽기로 다짐한 세형제의 결의는 너무도 강한 것이었나 보다. 식음을 전폐하고 술로 달리던 장비는 결국 부하의 칼에 목슴을 잃고 위를 정벌하여야 할 명분을 무시하고 관우의 복수를 위하여 분연히 떨쳐 일어났던 유비마저 관우를 따라 가버렸다. 그렇게 '한'왕실부흥의 꿈은 멀어진다. 그냥 이렇게 끝나버렷다면 삼국지는 오히려 역사에 가까웠으리라.
 
 하지만 [삼국지]에는 그 이후의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이제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창작인지 구분조차 되지 않는 이야기들 속에서 우리도 숨가쁘게 그들을 따라간다. 그들? 누구? 공명 제갈량이지 누구겠는가? 이제부터는 오롯이 제갈량의 이야기이니…. 문득 각 권마다 부록으로 연대표가 첨부되어 역사와 픽션을 비교할 수 있다면 좋으리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건 나중에 따져볼 문제이고….우선은 급박한 정세를 따라 달려간다.
 
 이릉대전의 결말은 촉의 전멸, 20만 대군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3대 전쟁은 관도대전·적벽대전·이릉대전이다. 원소가 조조를 공격하여 관도대전이 시작되었고 조조가 손권(그리고 유비)을 쳐서 적벽대전이 일어났다. 그리고 유비가 손권을 침공하여 이릉대전이 전개되었다. 세 전쟁 모두 공격자가 패배하면서 막을 내렸다. (114)
 
 위의 말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바는? 그만큼 먼저 공격하는 쪽이 힘들다는 이야기이다. 아마도 지리적 이동과 군량미의 공급등이 큰 제약으로 작용한 까닭이리라. 물론 그 와중에 책사들의 능력 차이도 큰 가름을 하였을 것이고…. 그러기에 사전에 준비하여 쳐들어가지만 그럼에도 공격하는 쪽이 모조리 큰 전투에서 패하였으리라. 이 말은 뒤집어 생각하여, 4권에 등장하던 공명의 명장론에 비추어보면, 철저히, 이길 준비도 없이 뛰어든 싸움이니 질 수 밖에 없다고도 할 수 있으리. 그만큼 전쟁은 천변만화한 것이므로....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스스로의 한계를 제대로 파악하고 다음을 기약하는 신중함이 없이 자만에 빠질 경우에는 언제든지 후회할 일이 일어난다는 '항룡유회(亢龍有悔)'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높이 날아오른 용은 반드시 후회할 일이 있다는 이 말처럼 이 전란을 잘 나타내주는 말은 없어보인다. 자족이란 말을 모른다면 후회는 늘 곁에 머무르는 법이다.
 유비의 죽음이 정리되고 공명은 남만 정벌을 떠나 맹획을 잡으러 출정한다. 여기서 유명한 '칠종칠금'의 고사가 탄생하는 것이다. 일곱 번 잡았다가 일곱 번을 놓아주고서야 제대로 길이든 남만의 장수 맹획의 이야기는 타인으로부터 진정한 마음을 얻는 일이 얼마나 지난한 일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뒤집어 맹획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그만큼 싸우고 저항하였기에 확실한 자치권을 확보하였다는 이야기가 되니 우리는 이 부분에서도 배울 점이 있으리라.
 
 그리고 공명은 후주(後主) 유선에게 위를 정벌하겠다는 출사표를 올리는데…..만약에, 만약에 말이다. 공명이 내부를 더 곤고히 하며 촉을 강화시킨 후 몇 년을 더 추스렸다면….  허나, 역사에 도돌이표는 없으니 우리는 그냥 제갈량을 따라 '출사'를 나가는 수 밖에 없다. 터벅터벅….
 
 
2009.1.20. 새벽, 끝이 보이는 길을 따라걷는 이 발길은 ~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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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7 - 형주(荊州) 쟁탈전
장정일 글 / 김영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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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얼굴의 용맹하던 사람이여
 적토마를 타고 바람처럼 다니던 사람이여
 청룡도를 들고 친구를 지켜주던 사람이여
 푸른 등불 아래 역사책을 읽던 사람이여!
 매일같이 떠오르는 해 아직 붉고
 옛날에 손잡고 맹세했던 하늘 푸르른데
 돌아오시오, 돌아오시오
 해가 돌아오듯 돌아오시오
 달이 돌아오듯 돌아오시오
 사계절이 돌아오듯 돌아오시오!
 나는 그대의 아내
 나는 그대의 누이
 그대의 어린 딸자식이니!
 ( 관우의 혼령을 본 유비가 혼절하기 직전 부른 노래 ) (241)
 
 [삼국지]가 세대와 지역을 뛰어넘어 사랑받는 까닭이 어디 한 두개랴만 관우라는 이 매력지존!의 캐릭터가 적어도 10%의 역할은 하리라. 그런데, 그 관우가, 그런 관우가 드디어 죽음으로 간다. 그를 떠나보내는 아픔이 어찌 유비를 따르랴만 그의 죽음을 지켜보는 우리는 못지않게 안타까워하며 책장을 뒤적이는 것이다. 
 
 문득 눈물마저 글썽이며 나 역시 예전에 떠나보낸 벗까지 생각나는 것이다. 세상일이 다 그렇듯 차면 기울고 비우면 다시 채워지는 것이지만 관우의 죽음을 보며 떠나간 벗을 떠올릴만큼 나이가 들었다는 사실에 더 우울해지는 밤이다. 
 
 유비가 촉에서 '한중왕'에 오르지만 이제는 내리막이라는 것을 알고 바라보기에 마냥 행복해할 수도 없는 것이다. 비록 관우의 죽음 뒤에 조조의 죽음도 뒤따르지만 그렇다고 관우를 잃은 슬픔이 상쇄되는 것은 아니리라. 노장 황충의 기개도, 주유·노숙·여몽에 이은 육손의 등장도, 조조의 뒤를 이은 조비의 황제 등극도, 맹달의 배신과 유봉의 허접함, 전쟁도 전투도 인물도 끊이지 않고 이어지지만 7권은 '관우의 죽음' 한마디면 족하리라.
 
 하지만 고개를 아래로 돌리면 여기까지 오는 동안 우리가 그냥 아무렇지 않게 바라보고 보내버린 죽음들이 또 얼마랴는 생각이 들면서 역사속에 사라져간 이름없는 그들을 생각하게 된다. 그들은 관우처럼 이름이 남아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들이 있음으로 삼국지의 역사가 일궈진것이 아니랴는… 하염없이 생각은 자꾸만 퍼져가는데…  
 
 관우처럼 죽어서 신으로 떠받들여져 여태 그 이름을 전하는 사람도 있고 이름없는 풀처럼 피었다 사라져간 그들도 있다. 하지만 그들 역시 그들의 가정에선 소중한 한사람이었으리라. 우리는 영웅들의 행적을 따라가다 이러한 민초들의 삶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영웅의 시대라고들 한다. 똑똑한 한 사람의 전문가가 수십만명의 사람을 먹여 살린다고들한다. 과연 역사는 그렇게 돌고 도는 것인가?  
 
 한사람, 특출난 한 사람이 펼칠 수 있는 능력의 끝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일개 유랑군에 불과하던 유비를 '한중왕'으로까지 부상시킨 제갈량의 능력은 딱 거기까지인가? 그 이상은 하늘의 뜻인가? 삼국통일의 위업은 왜 끝내 이뤄지지 못하는가? 천재를 기다리는 것은 누구인가? 우리같은 서민들인가? 영웅들인가? 쏟아지는 질문을 뒤로하고 터벅터벅 걸어 '촉'으로 간다.
 
 
2009.1.19. 밤, 떠나갈 것은 떠나보내야하는 ~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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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6 - 삼국의 정립
장정일 글 / 김영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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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시간이면 끝날 일을 100여 일이나 걸려 처리할 게 뭐 있습니까?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내가 한 치의 틀림도 없이 일을 끝마칠 테니 말입니다." ~ 100여일 동안 밀렸던 공무를 반나절도 되지 않아 끝내버린 방통이 붓을 던지며 장비를 향해 말했다. "보세요. 내가 정사를 그르친 일이 있습니까? 조조와 손권의 일도 손바닥 보듯 하는데 이까짓 100리도 안 되는 고을의 일로 허송세월하란 말입니까?" (22)
 
 수경선생 사마휘가 '복룡과 봉추 두 사람 중에 한 사람만 얻어도 천하를 편안하게 할 수 있다.'고(24) 이야기한 그 사람, 복룡은 와룡으로도 불리던 공명 제갈량이고 봉추는 바로 못생겨서 더 인정받지 못하던 이 사람 방통이다. 5권 "적벽대전"에 잠시 등장하여 조조에계 연환계를 설득하여 적벽대전의 방향을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하였던 그가 드디어 6권 초입부터 등장한다. 하지만 그는 유비에게도 외모 탓에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다가 위와 같은 일화를 남기는 것이다.  
 
 고백하자면 개인적으로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중에 나랑 닮은 한사람을 꼽으라면 '방통'이라고 술김에 이야기한 적이 몇 번 있다. 아마도 젊은날 한 때의 치기로 나 역시 방통만큼 능력이 있음에도 나를 알아주는 이가 없어 고만고만한 일이나 하고 있다는 이야기였으리라. 하지만 나는 안다. 아직도 나는 더 많은 일, 더 크낙한 일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고 있음을…. 나도 방통처럼 '100여일 동안 밀렸던' 일을 '반나절'만에 끝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고 인정받고 싶다는 것은 나를 버팅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므로.
 
 하지만 나는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그런 자만심이 빚어냈던 지난날 처참한 실패의 경험을. 겨우 '6권'에 제대로 등장하자마자 곧 죽어버리는 방통처럼 그렇게 살다갈 수는 없지 않은가. 늦게 시작하여 조급함으로 치닫다 결국엔 일찍 막을 내린 그의 삶처럼 허망하게 살다갈 수는 없다. 그러기에 나는 방통을 그리워하면서도 그의 죽음을 부여잡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마침내 삼국, 위,촉,오가 정립하는 6권에는 주유가 일찌감치 죽고 유비는 자신의 터전을 닦고 조조는 이윽고 병에 걸려 '식음을 전폐하다시피'(322)하는 지경에 이러르니...우리는 죽고 사는 것, 일이 이뤄지고 말고는 하늘의 뜻임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진인사대천명! 사람은 마땅히 자신의 일을 하고 하늘의 부름을 기다려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 잊지들 맙시다!
 
 왼쪽에는 용, 오른쪽엔 봉황
 서천으로 날아드네
 어린 봉은 땅으로 내려오고
 누운 용은 하늘로 치솟는구나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것은 
 하늘이 정한 이치이네
 때를 잘 살피고 움직여
 부디 죽음이나 면하소서.
 ( '자허상인'이 방통의 죽음을 예견한 노래 ) (162)
 
 
2009.1.19. 저녁, '저뭄'이 있으면 '떠오름'도 있으리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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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5 - 적벽대전(赤壁大戰)
장정일 글 / 김영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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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이란 유연해야 하는 것입니다. 배고픈 거지가 밥을 좀 달라고 하면 먼저 밥부터 주면 되는 것이지, 이 거지가 왜 배가 고픈지 어떻게 고픈지 의서(醫書)를 모두 살펴본 후에 '아, 이 거지가 이러한 연유로 배가 고프구나' 하고 다 따지고 나서 밥을 주는 것이 옳습니까? ~ 학문이 지적 놀음이나 하고 현학의 허세를 부리자고 있는 것입니까? 시대의 사명과 과제를 명확히 알아내고 풀어나가기 위해 지식도 필요하고 학문도 필요한 것입니다. ( '공명'이 동오에서 문신들을 설득하는 "군유설전(群儒舌戰)"중에 하는 말에서) (65)
 
 동오에 가서 조조와의 전쟁에 참전을 설득하는 와중에 나온 말이지만 공명의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관점이 명확히 드러나는 이야기이다. '유연성'은 학문뿐만이 아니라 전쟁중에도 꼭 필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길 수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조조가 유비를 두고 이런 말까지 하였겠는가?
 
 유비,내가 일찍이 이놈을 요절내지 못한 것이 원통하다. 이 놈은 마치 물처럼 형체가 정해져 있지 않으니 이리저리 피해다니며 내 속을 뒤집어놓는구나. 얕아 보이다가도 깊고, 한낱 물줄기에 지나지 않아 보이다가도 폭포처럼 변하니 실로보통내기가 아니다. 그런데다 어느새 제갈량인가 뭔가 하는 모사꾼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놓지 않았나. 제갈량, 이놈 또한 화근덩어리임에 틀림없다. ('조조'의 독백) (33)
 
 5권은 "적벽대전"을 둘러싼 이야기이다. 다들 알다시피 "적벽대전"은 [삼국지]의 하이라이트라 할만큼 각 세력들의 지략싸움이 불꽃을 튀기고 그 결과 또한 엄청난 것이었다. 조조는 관우에게 목숨을 구걸하여 살아날 정도였고 유비는 드디어 자신만의 터를 닦으니, 과연 "적벽대전"은  모두에게 중요한 한 판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적벽의 영웅은 당연히 제갈량, 공명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가 그린 초안 위에 주유와 노숙이 힘을 합하고 방통이 연환계를 사용하고 제갈량이 동남풍으로 '화룡점정'을 찍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적벽'을 읽으며 문득 주유를 생각하였다. 분명 그 자신 뛰어난 인재임에도 그의 능력을 훨씬 뛰어넘는 제갈량을 만나 그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나는 주유의 모습은 세상사 속에서 흔히들 만날 수 있는 우리같은 사람이 아니던가. 물론 주유는 범부의 지혜와 기개를 뛰어넘었지만 스스로의 한계를 깨닫지 못하였다. 어쩌면 스스로에 대하여는 잘 알았지만 공명의 능력에 대하여는 짐작을 못하였기에 번번이 공명의 지략에 무너지고 말았던 것이다. 적벽대전도 재주는 곰이 부리고 이익은 공명이 다 가져가는 모양새가 아니던가. 아, 공명, 제갈량.
 
 - 동남풍을 일으키는 공명에 대하여 세상은 '제갈량이 신출귀몰한 재주를 부린다고 놀랄 뿐 그것이 초야에서 지내며 십수 년간 각고의 노력으로 축적해온 지혜의 결정이라는 것을 알아채는 사람은 없었'(183)던 것이다. '지식이 힘이다'라는 사실과 때를 기다리며 철저히 준비를 하여야만 무언가를 제대로 이룰 수 있다는 것과 더불어 우리를 놀라게 하는 또 한가지는 '명성'이 사태 판단을 흐리게도 한다는 것이니 관우는 '충과 의의 인물'(211)이라는 자신의 허명에 매여 조조를 놓아주고 마는 데 공명은 여기까지도 예측을 하고 관우에게 각서을 받아두고 있으니 과연 '4권'에서 스스로 이야기한 '명장론'에 걸맞는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리고 주유, '어리석은 주유'(237), '돌대가리 주유'(330)는 형주의 3군을 제갈량에게 빼앗기고 정략결혼으로 잡아두려던 유비까지 놓쳐버리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처하여서 스스로 죽음을 재촉하는 길에 오르는 것이다.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의 한계를 일찌감치 알고 얕은 꾀를 부리지 않았다면 조금은 달라졌으랴만 주유는 공명보다 두어 수 아래의 인물이었기에 5권 내내 좌충우돌하며 열심히 싸우지만 실속은 하나도 챙기지 못하고 몸만 망치는 만신창이가 되어 버리니 곁에서 보기에 안쓰러울 지경이다.
 
 마지막까지, 끝내 제갈량의 신묘한 전술을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하고 급기야 말에서 떨어지고 마는 불쌍한 '주유를 위하여' 이 밤은 '진혼가'를 부르리라.
 
 술을 마주하니 저절로 노래가 나오네.
 인생은 과연 무엇인가.
 풀잎에 맺힌 아침 이슬처럼 짧은 날에
 지난날의 고됨이 묻혀 있구나.
 그날들을 생각하니 탄식 속에 
 슬픔이 번진다.
 무엇으로 이 슬픔을 달랠까.
 오직 두강주뿐이로다.
 ( '조조'가 "적벽"에서 부른 노래중에서 ) (171)
 
 
2009.1.19. 새벽, 이제 삼국이 정립하는 6권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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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4 - 삼고초려(三顧草廬)
장정일 글 / 김영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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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한 몸가짐으로 뜻을 밝히고 고요하게 앉아 먼 곳을 내다본다 (185)
 
 유비가 제갈량을 찾으러 '삼고초려'를 마다 않았을 때 공명의 집에 걸려있던 글귀이다. 때를 기다리고 웅크리고 앉아있던 '와룡'이 꿈틀대기 시작한다. 공명은 드디어 유비의 간곡한 청을 뿌리치지 못하고 세상으로 나선다. 이 장면의 묘사가 세세하게 그려져 있어 당시, 유비가 얼마만큼 공명을 갈구하였는지, 그런  유비에게 공명이 얼마나 맘을 다하여 감복하였는지가 잘 느껴진다. 예전에는 미처 못느끼던 감정들이다. 그리고 공명이 유비와 함께 세상에 나서면서 조조의 헛점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말중에 눈에 확 들어오는 말이 있었으니....
 
 '항용유회(亢龍有悔)' - '하늘을 높이 오른 용은 후회할 일이 있다'(207)라는 이 말은 몇 년전 신영복 선생의 [강의]를 통하여도 만난 말인데 '스스로를 자중장애하지 않고 자만하거나 과욕을 부릴 때에는 반드시 그 화가 자신에게 돌아옴'을 일컫는 내용이다. 굳이 안분,자족의 소극적인 뜻이 아니라도 '정도'를 지키지 않음에서 비롯되는 모든 경우의 사건에 대한 자제를 당부하는 말이리라. 조조가 북방 평정을 한 뒤 기고만장하여 '천자'가 되려는 욕심을 부릴 것이고 그 중에 '항용유회'가 있을 것이라고 공명은 이야기 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디 이 부분 뿐이랴, [삼국지] 전편에 흐르는 지모와 계략간의 싸움에서 항상 패하는 쪽은 상대방의 능력을 과소평가 하거나 스스로의 능력을 과신하는 이들이었다. 이 말은 결국 적절하고 적확한 판단이 없는 분석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이고 그 중심에 '항용유회'라는 말이 존재하는 것이다.  무릇 삶의 지혜란 멀리 있지 않는 법, 곁에서 착실히 따라가며 제 분수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잘 살아가는 한 방편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리라.
 
 차라리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의롭지 못한 일을 할 수는 없소. ( '유비'가 '서서'를 '조조'품에 보내며 ) (160)
 
  이 책, 삼국지 4권은 조조의 성장과 공명의 등장이 엇갈리고 있는데 그 속에서 유비가 보여주는 끊임없는 덕치(德治)- 그저 먹을(!) 수도 있는 형주를 미련없이 포기하는, 어리석기까지 한 - 에는 다시 보아도 놀라울 따름이다.(159)(292) 허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유비로서는 그 길만이 자신의 능력을 키워나가는 방법이었으리라. 왜냐면 '덕(德)'이라는 최후의 보루가 무너져 버리면 유비가 다른 제후들과 비교하여 갖고 있는 장점이자 강점은 사라져 버렸을테니까. 그는 그만의 길을 고집할 수 밖에 없었으리라. 그리고 그 길이 영원히 오래사는 방법이었으리라. 명분과 원칙에서 이길 수만 있다면 그 싸움은 이미 이기고 들어가는 셈이므로, 우리는 난세를 사는 그들뿐만이 아니라 지금 현재에도 명분없는, 원칙을 무너뜨리는 일은 반드시 삼가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4권에서 [장정일 삼국지]만의 도드라진 특색이 나오는 부분이 있으니 바로 우리 겨레와 관련된 최신 연구결과들이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에는 옛 중국사서에서 이야기하던 오랑캐에 해당하는 말갈,숙신,저,선비,동호, 그리고 동이.. 이 모든 부족들이 '대쥬신족'의 한 갈래였음이 이야기되고 있다. 그리고 현재 남아있는 쥬신족은 몽고족,(만주족),우리 겨레,일본인들이라는 사실까지 논의되는데 이 책에 그 일정부분이 등장한다.  '중원을 평정한 조조'편 중 47~48쪽, '형주에서 쫓겨나는 유비'중 278쪽에서 '동호,동이,주신족,숙신'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반갑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한 이야기들!
 
 한 편, 이 책에서 중요한 가르침을 가려뽑는다면 제갈공명이 유비에게 들려주는 '명장'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우리는 공명의 '명장론'을 통하여 우리 시대의 리더십을 유추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 핵심만을 정리하여 옮겨둔다.
 
 명장이란? (260~261)
 1. 전쟁뿐만 아니라 그 전쟁과 관련된 정치·사회·경제적인 요소를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들 - 가후,순욱,조조
 2. 하나같이 병사들의 심리에 능통한 사람들 - 조조 
 3. 지형지물을 최대한 이용하고 어떤 환경이든지 자기에게 유리한 상태로 전쟁을 이끌고 유도할 수 있어야 함 - 아직 없슴
 4. 그 동안의 전쟁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매우 다양하게 작전과 전략을 구사하는 인물 - 아직 없슴
 5. 준비를 철저히 하여 이미 승리한 전쟁을 하는 사람 
 6. 병력의 수에 연연하지 않는다.
 
 제갈량은 위 '명장론'을 이야기하며 아직 전례가 없는 명장의 단계(3,4,5,6단계)에서 전쟁을 할 것임을 유비에게 천명하는데…. 자, 그럼 '적벽'으로 달려가보자.
 
 
2009.1.18. '기쁨이 극에 이르면 슬플 일이 남아 있고, 위기가 극에 이르면 그것은 새로운 기회가 되는 법'! (100)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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