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 얼굴의 용맹하던 사람이여 |
| 적토마를 타고 바람처럼 다니던 사람이여 |
| 청룡도를 들고 친구를 지켜주던 사람이여 |
| 푸른 등불 아래 역사책을 읽던 사람이여! |
| 매일같이 떠오르는 해 아직 붉고 |
| 옛날에 손잡고 맹세했던 하늘 푸르른데 |
| 돌아오시오, 돌아오시오 |
| 해가 돌아오듯 돌아오시오 |
| 달이 돌아오듯 돌아오시오 |
| 사계절이 돌아오듯 돌아오시오! |
| 나는 그대의 아내 |
| 나는 그대의 누이 |
| 그대의 어린 딸자식이니! |
| ( 관우의 혼령을 본 유비가 혼절하기 직전 부른 노래 ) (2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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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지]가 세대와 지역을 뛰어넘어 사랑받는 까닭이 어디 한 두개랴만 관우라는 이 매력지존!의 캐릭터가 적어도 10%의 역할은 하리라. 그런데, 그 관우가, 그런 관우가 드디어 죽음으로 간다. 그를 떠나보내는 아픔이 어찌 유비를 따르랴만 그의 죽음을 지켜보는 우리는 못지않게 안타까워하며 책장을 뒤적이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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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득 눈물마저 글썽이며 나 역시 예전에 떠나보낸 벗까지 생각나는 것이다. 세상일이 다 그렇듯 차면 기울고 비우면 다시 채워지는 것이지만 관우의 죽음을 보며 떠나간 벗을 떠올릴만큼 나이가 들었다는 사실에 더 우울해지는 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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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비가 촉에서 '한중왕'에 오르지만 이제는 내리막이라는 것을 알고 바라보기에 마냥 행복해할 수도 없는 것이다. 비록 관우의 죽음 뒤에 조조의 죽음도 뒤따르지만 그렇다고 관우를 잃은 슬픔이 상쇄되는 것은 아니리라. 노장 황충의 기개도, 주유·노숙·여몽에 이은 육손의 등장도, 조조의 뒤를 이은 조비의 황제 등극도, 맹달의 배신과 유봉의 허접함, 전쟁도 전투도 인물도 끊이지 않고 이어지지만 7권은 '관우의 죽음' 한마디면 족하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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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고개를 아래로 돌리면 여기까지 오는 동안 우리가 그냥 아무렇지 않게 바라보고 보내버린 죽음들이 또 얼마랴는 생각이 들면서 역사속에 사라져간 이름없는 그들을 생각하게 된다. 그들은 관우처럼 이름이 남아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들이 있음으로 삼국지의 역사가 일궈진것이 아니랴는… 하염없이 생각은 자꾸만 퍼져가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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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우처럼 죽어서 신으로 떠받들여져 여태 그 이름을 전하는 사람도 있고 이름없는 풀처럼 피었다 사라져간 그들도 있다. 하지만 그들 역시 그들의 가정에선 소중한 한사람이었으리라. 우리는 영웅들의 행적을 따라가다 이러한 민초들의 삶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영웅의 시대라고들 한다. 똑똑한 한 사람의 전문가가 수십만명의 사람을 먹여 살린다고들한다. 과연 역사는 그렇게 돌고 도는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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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사람, 특출난 한 사람이 펼칠 수 있는 능력의 끝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일개 유랑군에 불과하던 유비를 '한중왕'으로까지 부상시킨 제갈량의 능력은 딱 거기까지인가? 그 이상은 하늘의 뜻인가? 삼국통일의 위업은 왜 끝내 이뤄지지 못하는가? 천재를 기다리는 것은 누구인가? 우리같은 서민들인가? 영웅들인가? 쏟아지는 질문을 뒤로하고 터벅터벅 걸어 '촉'으로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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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19. 밤, 떠나갈 것은 떠나보내야하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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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풀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