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6 - 삼국의 정립
장정일 글 / 김영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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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시간이면 끝날 일을 100여 일이나 걸려 처리할 게 뭐 있습니까?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내가 한 치의 틀림도 없이 일을 끝마칠 테니 말입니다." ~ 100여일 동안 밀렸던 공무를 반나절도 되지 않아 끝내버린 방통이 붓을 던지며 장비를 향해 말했다. "보세요. 내가 정사를 그르친 일이 있습니까? 조조와 손권의 일도 손바닥 보듯 하는데 이까짓 100리도 안 되는 고을의 일로 허송세월하란 말입니까?" (22)
 
 수경선생 사마휘가 '복룡과 봉추 두 사람 중에 한 사람만 얻어도 천하를 편안하게 할 수 있다.'고(24) 이야기한 그 사람, 복룡은 와룡으로도 불리던 공명 제갈량이고 봉추는 바로 못생겨서 더 인정받지 못하던 이 사람 방통이다. 5권 "적벽대전"에 잠시 등장하여 조조에계 연환계를 설득하여 적벽대전의 방향을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하였던 그가 드디어 6권 초입부터 등장한다. 하지만 그는 유비에게도 외모 탓에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다가 위와 같은 일화를 남기는 것이다.  
 
 고백하자면 개인적으로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중에 나랑 닮은 한사람을 꼽으라면 '방통'이라고 술김에 이야기한 적이 몇 번 있다. 아마도 젊은날 한 때의 치기로 나 역시 방통만큼 능력이 있음에도 나를 알아주는 이가 없어 고만고만한 일이나 하고 있다는 이야기였으리라. 하지만 나는 안다. 아직도 나는 더 많은 일, 더 크낙한 일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고 있음을…. 나도 방통처럼 '100여일 동안 밀렸던' 일을 '반나절'만에 끝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고 인정받고 싶다는 것은 나를 버팅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므로.
 
 하지만 나는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그런 자만심이 빚어냈던 지난날 처참한 실패의 경험을. 겨우 '6권'에 제대로 등장하자마자 곧 죽어버리는 방통처럼 그렇게 살다갈 수는 없지 않은가. 늦게 시작하여 조급함으로 치닫다 결국엔 일찍 막을 내린 그의 삶처럼 허망하게 살다갈 수는 없다. 그러기에 나는 방통을 그리워하면서도 그의 죽음을 부여잡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마침내 삼국, 위,촉,오가 정립하는 6권에는 주유가 일찌감치 죽고 유비는 자신의 터전을 닦고 조조는 이윽고 병에 걸려 '식음을 전폐하다시피'(322)하는 지경에 이러르니...우리는 죽고 사는 것, 일이 이뤄지고 말고는 하늘의 뜻임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진인사대천명! 사람은 마땅히 자신의 일을 하고 하늘의 부름을 기다려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 잊지들 맙시다!
 
 왼쪽에는 용, 오른쪽엔 봉황
 서천으로 날아드네
 어린 봉은 땅으로 내려오고
 누운 용은 하늘로 치솟는구나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것은 
 하늘이 정한 이치이네
 때를 잘 살피고 움직여
 부디 죽음이나 면하소서.
 ( '자허상인'이 방통의 죽음을 예견한 노래 ) (162)
 
 
2009.1.19. 저녁, '저뭄'이 있으면 '떠오름'도 있으리니 ~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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