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영어문장 강화 프로젝트 1 : 간결하고 힘찬 영어 쓰기 - 소통과 글쓰기 4 아로리총서 10
안수진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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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하며 만난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우리말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왜일까?  책 제목처럼 [간결하고 힘찬 영어 쓰기]를 위해서 우선 필요한 것이 '우리말을 간결하고 힘차게' 쓰는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래의 두 문장을 보자.
 
 암을 이겨낸 사람들이 수천 명이 있다. = There are thousand of people who have recoverd from cancer.
 
 수천 명이 암을 이겨냈다. = Thousand of people have recoverd from cancer. (16)
 
 군더더기가 넘쳐나는 긴 말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쫙 빼버리면 위와 같은 간결한 문장이 된다. 글쓰기의 기본에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결국 우리말이나 남의 말이나 똑같다는 말이다. '불필요한 요소를 과감히 빼' 버리는 것! 이 부분이 간결하게 영어 쓰기의 핵심이기에 이처럼 첫 장에 등장하는 까닭이리라. 
 
 네 개의 장으로 나뉘어진 내용들을 요약해 보자면 1장은 '줄이고, 빼고'에 관한 이야기이다. '불필요한 요소들' - be동사, 전치사, 중복되는 내용, 뻔한 내용, 습관적으로 쓰는 불필요한 표현들 - 을 제대로 빼버릴 때 우리말도 영어도 살아나는 것이다. 하여 우리말 공부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 것이다.
 
 오래전 대학생들이 주 수강생인 '원어민 영어회화반'을 잠시 수강한 적이 있었다. 그 때 경험한 바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었다. 강사가 뉴스위크지에 나온 '집단자살 뉴스'와 관련한 내용을, 당연히 영어로 이야기 하는데 함께 공부하던 - 평소에는 대화를 잘하던, 젊은이들이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고 헤매이는 것이었다. 그들은 그 기사에 관하여 전혀 아는 바가 없었던 탓에 강사의 이야기를 도통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다. 결국 잡지 실물과 사진 등을 보여주고나서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자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들이 늘어났다. 사물이나 세상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없으면 우리말도 영어도 소통이 어려움을 보여주는 그런 사례이리라.
 
  지은이는 '불필요한 요소'들을 빼버린 후 '전달력 강한 어휘 - 핵심동사, 자체발광 동사, 형용사, 복합 형용사, 자체 발광 형용사, 중소기업 명사 - 를 120% 활용' 하여 글을 맛있게 버무리라고 2장에서 가르쳐주고 있다. 지은이가 우리에게 가르치는데 사용하는 우리말 자체가 '간결하고 힘찬' 느낌을 주고 있다. 그만큼 생각하고 가려 뽑은 말들이리라. 그 덕에 176쪽의 이 작은 책이 넉넉한 내용으로 풍부히 채워져 있으니 고마운 마음마저 든다. 
 
 '빼고,'더하고' 그 다음은 '다듬는' 일이다. 3장에서 '다양한 - 물주주어, 부사구,동격구, 전치사(구), 대시와 콜론, 핵심개념 단어 추리기, 세미콜론으로 압축 등 - 단문활용법을 익'서 맛깔나는 문장으로 다듬으면 이 책의 공부는 끝나는 셈이다. 4장의 '간결 어휘를 콕콕 집어 익혀두자!'는 관련 어휘공부를 위한 부록의 성격이 짙으므로 이 책에서 말하는 공부법의 보조자료로 보아야한다. 실제 공부를 위하여서는 이 부분부터 익숙해진뒤에 1,2,3장의 단계를 밟는 것도 괜찮으리라.
 
 내가 요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많지만 다음의 세가지 이유가 중요한 이유들이다. = There are lots of reasons why I like cooking, but the following three reasons are major reasons.
 
 나는 세가지 이유로 요리를 좋아한다. = I like cooking for three reasons. (98)
 
 올해 영어공부를 위하여 처음 만나 나를 기쁘게 한 이 책은 '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에서 문고판형으로 펴내는 "아로리총서"의 11번 째 책이다. '소통과 글쓰기'라는 시리즈로 보면 네 번째 책이기도 하고. 저렴한 가격(값 5,900원)에 알찬 내용이라 부담없이 읽고 주변에도 권할만하다. "한국의 다리","휴대폰이 말하다", "어린이 지식 정보책 쓰기","동화 쓰기 특강" 등이 나와 있으니 한 번씩 만나보시기를 권해 드린다.  
 
 
2009.1.24. 행복한 설, 행복한 책읽기 ~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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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傳 4 - 무너진 왕실의 화려한 귀환 한국사傳 4
KBS 한국사傳 제작팀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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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대기순의 익숙한 역사도 아니고 특정인의 일생을 가르치는 교훈적인 전기도 아니면서 무슨 역사책이 이리도 재미나게 읽힌단 말인가? 당장 달려가서 나머지 네 권을 만나보리라 생각하게 만드는 책. 깔끔한 편집, 적절한 컬러 사진들, 그리고 맛깔나는 이야기투까지 어느 것 하나 흠잡을데 없는 역사이야기라니…고맙다, 재미까지 더해져 더욱 고맙다.
 
 4권은 왕실과 관련한 사람들이 8명, 10개의 장으로 나뉘어 등장하는데 - '백제왕 창' 과 '혜경궁 홍씨'는 두 편씩 이야기가 전개된다 -, 이름은 자주 들어보았어도 그들의 삶과 역정에 대하여는 아는 바가 없는 인물들이라 더 신선하고 놀랍게 다가온다. 모르는 사실(史實)을 하나씩 배워갈 때마다 늘어나는 기쁨이 이 책 속에는 있다.
 
 하여 이 책의 내용들을 뒤늦게 알게된 것만으로도 내겐 '다행이다', 그리고 그런 역사속의 진실이 이처럼 잘 정리되어 전해지는 것도 '다행이다'. TV시리즈로 방영되었음에도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하여 더욱 '다행이다'. 행여 이 책의 내용들을 어설프게 알고 있었다면 책 읽는 맛은 줄었으리니…. 그래서 이 책은 내게 '다행이다'라는 안도감을 안겨준 책이 된다. 그럼 그들의 이야기가 왜 나를, 우리를 놀라게 하는지 한 명씩 만나보자.
 
 맨처음 등장하는 인물은 '광해군'이다. 광해군에 대하여는 많이 안다고 생각하였는데 여기서는 강대국의 등살속에서 '등거리 외교'를 통하여 실리를 챙기려던 개혁 군주의 모습을 만난다. 우리 근세사에 이런 군주가 있었다는 사실에 우선 놀라고 그 첫인물이 광해군이라는 점에 더욱 놀란다. 그의 개혁정책이 제대로 자리를 잡았더라면 훗날 인조가 겪었던 치욕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광해군은 인조반정으로 폐위되어 버리고 역사는 승자의 입맛에 맞게 각색되어 버린다. 하여 '승자의 역사가 남기지 않은 광해군에 관한 진실이 바로 우리가 읽어야 할 내용일 것이다.'(41) 아래는 그런 광해군의 외로움이 드러난 유배지에서의 시다.
 
 가고픈 마음에 봄 풀을 실컷 보았고
 나그네 꿈은 제주에서 자주 깨었네.
 서울의 친지는 생사 소식조차 끊어지고
 안개 낀 강 위의 외로운 배에 누웠네. 
 - 제주에서 쓴 광해군의 시  (41)
 
 2,3장은 '스님이 되려한 왕', '위덕명왕 창'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불국토를 세우려던 창왕이 남긴 백제시대의 찬란한 유물-사리함과 명문-은 1400년을 건너와 우리에게 그가 꿈꾸던 세상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다. 비록 더 많은 유적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빛을 발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 찬란했던 문화는 지금도 만나볼 수 있다. 게다가 일본 오사카의 '사천왕사 옆에 자리한 곤고구미(金剛組)는 당시 창왕이 파견한 백제 기술자의 후손이 운영하는 불교건축 전문기업이며 578년에 창업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이'(85)라니. 어찌 놀라지 않으랴.
 
 게다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일본) 법륭사의 각종 건출물뿐만 아니라 백제관음상!(88)까지 당시 창왕 시절에 제작된 유물이라니, 더하여 그 백제관음상의 사람의 모습을 한 얼굴이 위덕명왕 창의 아버지, 성왕의 모습이라니… 잃어버린 아버지, 이루지 못한 불국토의 꿈을 위하여 그는 그처럼 오랜 세월을 거쳐 전해질 유물들을 제작토록 하였으리라. '왕흥사 사리함에 담긴 백제 창왕의 눈물은 잃어버린 한반도의 고대사, 미완의 역사를 완성해나가는 것이 우리 시대의 과제라고 말하고 있는 것'(99)이리라.
 
 4장의 '두번 고구려의 왕후가 된 우씨왕후의 이야기는 당시 풍습이던 '형사취수제(兄死娶嫂制) (118)를 생각하면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고구려의 무덤 1만 2000여기가 남아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고분군'(103)이 중국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놀라운 이야기이다. 우리 역사 속 옛나라들의 어마어마한 국력과 규모들을 이렇게라도 확인함은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이야기는 계속된다. 5장은 신라왕자로서 중국불교의 명산에서 최초의 등신불이 되어 '지장왕보살'이라고까지 추앙받는 김교각의 생애를, 6장은 춤을 사랑한 군주 효명세자이야기, 7장은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영원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보살의 자비로운 힘, 끝없는 고통에서 구하나니
 하해와 같은 그 공덕, 세세손손 빛나리로다 
 - 이태백의 시 중 (155)
 
 위 시는 이태백이 구화산에서 수행중이던 김교각을 만나보고 감탄하여 지은 시라고 하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2009년 9월 9일에는 구화산(중국)에 99미터에 이르는 세계 최대 높이의 불상이 그를 기려 건립된다고 한다. "지옥이 비기까지 성불하지 않겠다"(159)는 그의 서원은 우리시대에도 아직 빛을 발하고 있다.
 
 한편 춤과 예(禮)로 새로운 정치세상을 열려하던 순조의 세자, 효명은 22살의 나이로 급서하여 개혁 조선의 불길이 꺼져버리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고려말 개혁군주이던 공민왕과 원나라 공주이던 노국공주의 '신화가 된 사랑'은 아직도 남아 전해지고 있을 정도이고…. 
 
 그리고 8,9장은 조선시대 최대의 비극으로 일컫어지는 사도세자의 부인 혜경궁 홍씨와 [한중록]에 얽힌 이야기이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일개 아녀자, 왕비도 왕후도 세자빈도 아니게 되어버린 한 여자의 일생이 담담히, 그러나 철저히 기록된 [한중록]을 통하여 아들 정조와 손자 순조에게 전해진 암담한 가족사이자 왕조의 참화는 아들과 손자가 왕이 됨과 동시에 다시 피어나기도 하였다. 우리는 자신의 생각이나 삶을 글로 남긴다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를, 한 시대의 기록물이 어떠해야 함을 보여주는 아프지만 명징한 사례로 [한중록]을 읽어야 할 것이다.
 
 이야기는 마지막으로 치달린다. 가장 최근의 인물인 '고종과 흥선대원군'의 이야기에서 나는 앞서 혜경궁 홍씨편에 등장한 '영조와 사도세자'와는 또다른 서글픈 부자 관계를 만난다. 영조가 사도세자를 '못미더워하시더라도 사랑으로 가르쳐주셨더라면 어땠을까.-[한중록] (227) 라고 안타까워하던 혜경궁 홍씨의 마음처럼 흥선대권군과 고종이 합심하여 격동의 근세사를 헤쳐나갔더라면 우리네 역사는 크게 달라졌으리라는 생각에 아쉬움을 더하는 이야기였다.
 
 짧게나마 요약해본 이야기들이라 읽으며 받아들였던 재미와 감동의 10분의 1이라도 제대로 전해지기는 어려우리라. 하지만 이런 책이, 이런 이야기들이 살아남아 우리곁에 이렇게 전해짐은 정말 다행스런 일이다. 묻혀있고 잊혀져버린 이야기들을 그 결을 살려가며 들려주고 보여주어 고마울 따름이다. [역사스페셜 1~7권], [HD역사스페셜 1~5권]을 잇는 [한국사傳 1~5권]에 많은 이들의 사랑과 관심이 함께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자, 우리네 역사속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나보시려면 다들 이리로 모이시라. 한,국,사,傳으로...
 
 
2009.1.21. 저녁, '진실의 실마리들'을 따라가는 즐거운 길 ~
 
들풀처럼
*2009-020-0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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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 10권 세트
장정일 지음 / 김영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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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력 밖의 일인줄 알면서도 무엇에 홀린듯 만난 [삼국지]였다. 시간적인 여유를 일부러 없애버리고 난생처음 도전한 전집 서평이었다. 무려 10권이나 되는 책을 읽고 각 권마다 서평을 한다니….꽤나 멋진 일이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언제나 현실은 생각과는 다른 법.
 
 1월 11일 첫 서평을 작성하였으니 거의 열흘 동안 읽고 쓰고 한 셈이다. 일단 스스로의 독서량과 작업량에는 만족한다. 하루에 한 권이니 " [1日1作]-2009 시즌2 "의 목표를 잘 지켜내고 있는 셈이니까. 하지만 내용으로 들어가면 스스로에게도 불만투성이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가 없다.
 
 먼저 서평 형식의 다양함에 대한 실패이다. 10권에 이르는 서평을 쓰며 각 권마다 다른 형태의 서평을 작성하여 보리라 생각하였지만 모자라는 능력과 시간으로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의 바램은 기행문/편지글/한시 형식/ 특정인의 입장(예:장비)에서 바라본 글 등등의 다양한 서평을 꿈꾸었지만 택!도 없는 욕심이었다.
 
 그리고 각 권마다 주요 인물들을 좀 더 상세히 다뤘어야 하는데 이 역시 설렁설렁 넘어간 셈이다. 굳이 변명을 해두자면 다들 아는 인물들이기에 세세한 부분은 과감히 생략하고 한 권의 책을 통하여 받은 가장 큰 느낌만을 공유하려 하였다는 것이다. 물론 제대로 그 뜻이 전해졌는지는 별개의 사안이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몇몇 인물들에 대하여는 별도의 글을 써보리라 메모까지 하였지만 그냥 넘어간 경우가 있다. 이 부분이 돌이켜보면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이번 [삼국지] 다시읽기를 통하여 가장 눈에 띈 새사람은 참모 '가후'이다. 
 
가후(賈詡) : 동탁의 모사였다가 이각·곽사의 군사,장수의 세객을 거친 뒤 조조에게 귀순해 주요 참모가 된다. 그가 이렇듯 주인을 자주 바꾸면서도 조조에게 중용된 것은 그에게 탁월한 능력과 극도의 자기 절제라는 품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진수의 정사 [삼국지]에는 "천하의 지혜를 논하려고 하는 자는 가후에게로 온다"고 적혀 있다.  - <부록 : 인물사전>에서 (19)
 
 조용히 나타나 주요 장면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면서 1권부터 8권까지 등장하는 중요한 인물임에도 결코 드러나지 않는 이 인물을 눈으로 확인한 것만으로 만족해야겠다. 다음에 또 [삼국지]를 읽으면 '가후'같은 이를 또 만나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다른 [삼국지]와는 확연히 다른, 만화가 김태권-십자군 이야기-의 삽화에 대하여도 다루고 싶었으나 모자라는 지식으로는 도저히 평을 할 수가 없어 삼가하였다. 다만 다른 삼국지의 삽화는 그저 장면의 보충설명용으로만 존재하는데 반해 김태권의 삽화는 그 당시의 문물과 역사 유물을 끌어들여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듯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 그리고 그 그림에 대한 설명문 자체가 독특한 해설의 역할을 하는 것이 눈에 띄는 부분이었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많이 부족하고 초라한 읽기였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시작한 책읽기의 길에서 전집을 완독함과 동시에 허접하나마 서평을 작성하였음을 스스로에게 격려하면서 책장을 옮기련다. 혹여 여기까지 따라와 나를 지켜본 이가 계시다면 고마울 따름이다.
 
 끝으로 아래는 10권의 서평 끝에도 옮겨본 詩인데 맘에 들어 한 번 더 옮겨둔다. 끝행行의 '들풀'이 바로 내 이름의 '들풀' 이므로….
 
 영웅과 제후가 쓰러진 땅 위에
 무엇이 끝까지 살아남았는가?
 하늘이 걱정하는 건
 바람에 흔들리는 작은 등불
 하늘이 용납하고 기뻐하는 것도
 철따라 피고 지는 들풀이라네.
 (10권, 256)
 
 
2009.1.21. 새벽, 즐거운 책읽기는 계속됩니다. 꾸벅.^^*
 
들풀처럼
*2009-019-0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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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10 - 천하통일
장정일 글 / 김영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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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비의 뒤를 따라 나서 관우,장비를 만나고 조자룡의 창솜씨에 혹하기도 하며 공명의 신묘한 계략에 무릎을 치며 따라온 10여일 밤길이 이제 끝이 난다. 앞으로 또 언제 이처럼 원대한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며 어깨를 들썩이며 함께 말달릴 인물들을 내 만날 수 있으랴…. 번져가는 어둠만큼 깊어지는 시간들이다.
 
  강유는 하늘로 치솟은 분을 안은 채 소리쳤다. "내가 할 일을 다하지 못하고 가는 것은 하늘의 뜻이다!"  그는 곧 스스로 칼을 뽑아 자결했다. 이때 강유의 나이는 59세였다. (208)
 
 공명의 뒤를 이어 지략과 담력을 겸비한 장수로 등장한 촉의 명장, 강유, 그의 죽음으로 사실상 삼국시대는 끝나버렸다. 그가 삼국통일의 위업을 명분을 가지고 추진한 마지막 인물이었기에 이후의 사마염에 의한 삼국통일은 그저 힘과 무력에 의한 당연한 통일로 다가온다. 그만큼 제갈량과 강유에 갖는 우리의 충성도!가 높기 때문이리라. 대부분의 작가가 그러하듯 장정일도 이 부분에 대하여는 크게 변용을 하지 않은 듯하다.
 
 서기 280년. 위 · 오 · 촉 삼국은 진나라 사마염에 의해 통일되었다. 진나라는 최초의 통일 왕조였던 진秦나라와 한漢나라에 이어 세번째로 중원을 통일한 국가가 됐다. 위 · 오 · 촉의 주인이었던 조환 ·손호 · 유선은 각각 서기 302년, 283년, 271년에 세상을 떠났다. (256) ~ 하지만 천하란  '원래 나뉘어진 지 오래면 합하게 되고, 합한 지 오래면 반드시 나뉘어진다'고 했듯이 사마염에 의해 간신히 통일을 이룩한 중원은 다시 중국 역사상 가장 혼란한 분열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끝> (259) 
 
 100여년의 난세가 드디어 하나로 정리가 된다. 역사에도 나와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덮으며 울컥 밀려드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것.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지만 소설은 약자의 아픔을 달래어주기에 유비를 비롯한 그 형제들과 제갈공명에 쏟아지던 우리의 관심은 갈 곳을 잃고 헤매인다. 유비,조조,손권에게서 비롯된 통일의 기운은 조조를 거쳐 사마의, 사마소, 그리고 사마염으로 이어져 모두가 다 만족할 수는 없지만 꼭 필요한 통일을 이뤄내지만 우리들은 아니다, 이것은 우리가 바라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느끼는 것이다.
 
 수없는 만약에, 그렇게 하였다면 이라는 가정법도 생각해보지만 다 부질 없는 짓임을 이미 알고 있다. 다만, 그래도 만약에라는 생각을 꼭 한 번만 더 하여 본다면 이제는 한나라의 중흥을 부르짓는 유비와 제갈공명의 입장이 아니라 변두리 오랑캐 족속이던 우리들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싶다. 만약에 중국의 삼국통일이 지리멸렬한 전투를 오가며 계속 지연되었다면 우리 옛 삼국은 어떤 모습으로 발전하여 갔을까? 이제서야 같은 핏줄로 다가오고 있는 동호,숙신,선비,갈 등의 쥬신족은 또한 어떻게 역사속에 자리매김하였을까? 참으로 궁금하다. 그리고 이제서야 그들의 통일이 부러워진다.
 
 자, 이제 [삼국지]를 떠나 우리의 현실로 돌아오는 시간이다. 1800여년전 그들의 이야기에서 내가 만나고 보고 듣고 배워가는건 무엇인지, 우리는 지금도 나뉘어져 남북국 시대를 살고있는데…. 아픈 분단조국의 현실이 문득 눈에 밟히기 시작하는 어둠 속이다. 그리고 우리는 일어서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터벅터벅 걸어 한걸음씩 나아간다. 언젠가는 하나가 될 우리 겨레의 통일을 바라보며 오늘도 우리는 가야하리니….
 
 
 영웅과 제후가 쓰러진 땅 위에
 무엇이 끝까지 살아남았는가?
 하늘이 걱정하는 건
 바람에 흔들리는 작은 등불
 하늘이 용납하고 기뻐하는 것도
 철따라 피고 지는 들풀이라네.
 (256)
 
 
2009.1.21. 새벽, 밝아올 아침을 기다리며 ~
 
들풀처럼
*2009-018-0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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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9 - 북벌! 북벌!
장정일 글 / 김영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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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갈량은 높은 산 위에서 위연이 사마의를 유인하여 상방곡으로 끌어들인 뒤에 불길이 크게 치솟는 것을 보고 '사마의가 이번에는 영락없이 죽게 되겠구나'하고 기뻐했다. 그러나 갑자기 하늘에서 소나기가 내리고, 이틈을 타서 사마의 부자가 도망쳤다는 보고를 받고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은 사람이 꾸미지만 성공 여부는 하늘에 달려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257)
 
 기나긴 여정이 끝나간다. 제갈량의 뒤를 이을 강유가 등장하고 내쳐졌던 사마의가 복권하여 실세로 자리를 잡고 그리고 사마의와 제갈량의 마지막 전투…. 하지만 전투의 승패는 둘 사이에서 마무리되지 않는다. 역시 하늘이 그들을 승자와 패자로 갈라놓는다. 살아남은 자가 승자인 것이 우리네 삶이 아니던가? 제갈량은 그 어마어마한 지략과 지모에도 불구하고 생명의 운은 이미 다하였던 것이다.
 
 장막으로 급하게 뛰어든 위연은 작고 큰 등을 밟지 않으려고 갈之자 걸음을 하다가 그만 주등을 엎어 꺼트리고 말았다. 제갈량이 들고 있던 칼을 내던지며 한탄했다. "죽고 사는 일은 천명이니 빌어서 되는 일이 아니로다!" (267) 
 
 끝내, 마침내, 제갈량마저 떠난다. 관우, 장비, 유비,…그리고 공명… 이제 삼국지는 끝이다. 더 보아 무엇하랴. 아무리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쫓고 괴롭혀도,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일 뿐이다. 세상은 그렇게 또 남은 자들의 싸움터로 변해갈 뿐이다. 사마의가 위나라를 집어 삼키든 말든 삼국지는 여기서 사실상 끝난 것이 아니던가?  
 
 그러나 아직 '삼국통일'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역사는 흘러가는 것, 끊임없이 도전하고 깨어져도 이루어지지 않는 '북벌(北伐)- '촉'이 '위'를 정벌하는 일- 을, 제갈량이 떠난 뒤에도 그 뒤를 이어 강유가 출발하나니 우리도 한중으로 돌아가(326) 중원회복에 나서야 하는걸까? 
 
 될 듯 될 듯, 이루어질 듯 하면서도 이뤄지지 않는 전쟁의 온전한 승리는 왜 '촉'의 공신들, 제갈량 그리고 강유에게도 다가오지 않는 것일까? 그들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일까? 를 곰곰 생각하는 밤이다. 항상 그들의 발목을 잡는 것은 모자란 군주가 아니었던지 하는 생각. 아낌없이 밀어주고 지원해주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발목을 잡는 흔들리는 믿음. 부족한 신뢰..특히 유비 다음의 후주(後主) 유선에게서 나타나는 이런 행태가 몇 번의 승리조차 망쳐버리고 마는 것이니 어쩌면 제갈량이나 강유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의 자세로 국정운영의 안정과 신뢰를 굳건히 한 다음에 북벌을 하여야 했으리라.
 
 아쉽지만 아쉬워 해본들 역사는 이미 흘러가고 우리는 그 뒷켠의 얘기들만 듣고 있을 뿐이니 더 말해 무엇하랴만 우리는 이처럼 지나가는 역사에서 뻔한 진실 한 자락이라도 부여잡고 다음 세기로 넘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스스로를 다스리리 못하면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듯이 안에서부터 할 바를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것이 사람의 도리라는 평범하지만 불변인, 그 진실 말이다.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것이 천하의 일입니다.  지난날 선제께서 ~ 파촉巴蜀을 취하신 뒤에 북벌에 나서서 하후연의 목을 베니 조조의 간담이 서늘해졌습니다. 그러나 오가 배반하여 관운장이 형주에서 죽고 ~ 선제께서 백제성에서 뜻하지 않게 임종하시는 바람에 조비는 마음놓고 제위를 찬탈하게 됐습니다. 인간사의 모든 일이 이처럼 뜻대로 되지 않으니, 신은 다만 몸을 돌보지 않고 죽을 때까지 나라를 위해 애쓸 뿐입니다. 일의 성패를 따져 무엇하겠습니까? 그것은 모두 하늘에 달려 있습니다. ( 제갈량의 '후출사표'에서 ) (108)
 
 '신은 다만 몸을 돌보지 않고 죽을 때까지 나라를 위해 애쓸 뿐'이라던 공명,제갈량이 더욱 그리워지는 밤이다.
 
 
2009.1.20. 밤, 그렇게 세월은 가는거지요.
 
들풀처럼
*2009-017-0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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