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9 - 북벌! 북벌!
장정일 글 / 김영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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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갈량은 높은 산 위에서 위연이 사마의를 유인하여 상방곡으로 끌어들인 뒤에 불길이 크게 치솟는 것을 보고 '사마의가 이번에는 영락없이 죽게 되겠구나'하고 기뻐했다. 그러나 갑자기 하늘에서 소나기가 내리고, 이틈을 타서 사마의 부자가 도망쳤다는 보고를 받고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은 사람이 꾸미지만 성공 여부는 하늘에 달려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257)
 
 기나긴 여정이 끝나간다. 제갈량의 뒤를 이을 강유가 등장하고 내쳐졌던 사마의가 복권하여 실세로 자리를 잡고 그리고 사마의와 제갈량의 마지막 전투…. 하지만 전투의 승패는 둘 사이에서 마무리되지 않는다. 역시 하늘이 그들을 승자와 패자로 갈라놓는다. 살아남은 자가 승자인 것이 우리네 삶이 아니던가? 제갈량은 그 어마어마한 지략과 지모에도 불구하고 생명의 운은 이미 다하였던 것이다.
 
 장막으로 급하게 뛰어든 위연은 작고 큰 등을 밟지 않으려고 갈之자 걸음을 하다가 그만 주등을 엎어 꺼트리고 말았다. 제갈량이 들고 있던 칼을 내던지며 한탄했다. "죽고 사는 일은 천명이니 빌어서 되는 일이 아니로다!" (267) 
 
 끝내, 마침내, 제갈량마저 떠난다. 관우, 장비, 유비,…그리고 공명… 이제 삼국지는 끝이다. 더 보아 무엇하랴. 아무리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쫓고 괴롭혀도,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일 뿐이다. 세상은 그렇게 또 남은 자들의 싸움터로 변해갈 뿐이다. 사마의가 위나라를 집어 삼키든 말든 삼국지는 여기서 사실상 끝난 것이 아니던가?  
 
 그러나 아직 '삼국통일'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역사는 흘러가는 것, 끊임없이 도전하고 깨어져도 이루어지지 않는 '북벌(北伐)- '촉'이 '위'를 정벌하는 일- 을, 제갈량이 떠난 뒤에도 그 뒤를 이어 강유가 출발하나니 우리도 한중으로 돌아가(326) 중원회복에 나서야 하는걸까? 
 
 될 듯 될 듯, 이루어질 듯 하면서도 이뤄지지 않는 전쟁의 온전한 승리는 왜 '촉'의 공신들, 제갈량 그리고 강유에게도 다가오지 않는 것일까? 그들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일까? 를 곰곰 생각하는 밤이다. 항상 그들의 발목을 잡는 것은 모자란 군주가 아니었던지 하는 생각. 아낌없이 밀어주고 지원해주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발목을 잡는 흔들리는 믿음. 부족한 신뢰..특히 유비 다음의 후주(後主) 유선에게서 나타나는 이런 행태가 몇 번의 승리조차 망쳐버리고 마는 것이니 어쩌면 제갈량이나 강유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의 자세로 국정운영의 안정과 신뢰를 굳건히 한 다음에 북벌을 하여야 했으리라.
 
 아쉽지만 아쉬워 해본들 역사는 이미 흘러가고 우리는 그 뒷켠의 얘기들만 듣고 있을 뿐이니 더 말해 무엇하랴만 우리는 이처럼 지나가는 역사에서 뻔한 진실 한 자락이라도 부여잡고 다음 세기로 넘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스스로를 다스리리 못하면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듯이 안에서부터 할 바를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것이 사람의 도리라는 평범하지만 불변인, 그 진실 말이다.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것이 천하의 일입니다.  지난날 선제께서 ~ 파촉巴蜀을 취하신 뒤에 북벌에 나서서 하후연의 목을 베니 조조의 간담이 서늘해졌습니다. 그러나 오가 배반하여 관운장이 형주에서 죽고 ~ 선제께서 백제성에서 뜻하지 않게 임종하시는 바람에 조비는 마음놓고 제위를 찬탈하게 됐습니다. 인간사의 모든 일이 이처럼 뜻대로 되지 않으니, 신은 다만 몸을 돌보지 않고 죽을 때까지 나라를 위해 애쓸 뿐입니다. 일의 성패를 따져 무엇하겠습니까? 그것은 모두 하늘에 달려 있습니다. ( 제갈량의 '후출사표'에서 ) (108)
 
 '신은 다만 몸을 돌보지 않고 죽을 때까지 나라를 위해 애쓸 뿐'이라던 공명,제갈량이 더욱 그리워지는 밤이다.
 
 
2009.1.20. 밤, 그렇게 세월은 가는거지요.
 
들풀처럼
*2009-017-0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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