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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코레아니쿠스 - 미학자 진중권의 한국인 낯설게 읽기
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글 싸움에서 시사평론가 진중권 씨에게 이길 사람이 없다면,
말싸움에서 유시민 씨에게 이길 사람은 없어 보인다."
라는 어느 네티즌의 말처럼 진중권의 글은 정말 잘 쓴 글이다.
구체적인 상황과 세심한 분석,그리고 빠뜨리지 않는 충고까지.
그의 글을 보노라면 가슴 한 쪽이 서늘해짐을 느끼곤 한다.
- 이 리뷰를 쓰기전 다른 독자들의 리뷰를 훑어보니 이러한 내용에
공감하면서도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하는 개인적인 판단은
제각각 이었다.-
하여 나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의 뻔한 요약보다는
이 책을 통하여 바라보는 나의 희망사항에 대하여
몇 자 이야기하련다.
때론 부끄럽기도 하면서
때론 자랑스러워지는 한국인의 습속들에 대한
그의 글에서 나는 또 다른 희망의 한자락을 본다.
예전에 - 아마도 백낙청 선생이 얘기했으리라 기억하는데 -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에서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라는
이야기에 난 한 표를 던지고 있다.
비록 아직 그 구체적인 징후들을 발견하기는 어렵지만
몇가지 사례들을 통하여 한반도에서만
존재하는,발생하며 자라가는 제 1,제 2, 또는 제 3의 길이
아닌 새로운 하나의 길에 대한 꿈을 꾸고 있다.
자본주의도,사회주의도, 사회민주주의도 아닌
또 다른 길에 대한 사상이나 길이 50여년을 이어가는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에서 열릴 것이라는 기대는
그냥 꿈일런지도 모르지만 우리 사회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그 징후로 내가 생각하는 것들은
사소하지만 특수한 우리의 사례가 되지 않을까?
첫 번째, 앞서 얘기한 분단의 특수성이다.
제 겨레끼리 싸우고도 강대국들의 이권에 의해 갈라진지 50년이 넘었다.
이러한 특수성 속에서 세계사를 이끌어갈 보편성이
오히려 샘솟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무리인가?
두 번째, 종교에 대한 자유로운 포용력이다.
세계 곳곳에서 종교로 인한 혹은 종교를 빙자한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이즈음에 이 곳은
할아버지는 유교, 아버지는 무(無)교, 엄마는 무(巫)교,
사위는 카톨릭, 며느리는 불교, 아이는 기독교에 빠지고도
큰 탈없이 잘 지내고 있다.
물론 어떤 가정은 종교로 선을 그어 튼튼한 자기네만의
성역을 확보하고 있지만 큰 흐름은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다.
지난해인가 카톨릭 수녀님,원불교 교무님,불교의 여스님이 함께
세계 성지 순례를 다녀온 적도 있지 않은가?
아마도 세계에서 유일하고도 처음 있는 일이었을게다.
새로운 사상이 태동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세 번째, 다양한 문화에 대한 포용력이다.
낯선 것들을 합쳐 하나로 만들어내는 용광로 같은 습속이 우리에겐 있다.
이제 그 문화현상의 최첨단이 내 생각엔 "찜질방"이다.
가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요즘 OPEN한 큰 찜질방에 가면
'게임방','DVD방','노래방' 그리고 '식당'은 기본이고
'술'까지 판매하고 즐기고!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새벽에 찜질방에 가보시라.
낯선 남녀들이 - 물론 혼숙은 아니지만 - 둘셋씩 짝을 지어
바닥에 등을 대고 이불 하나 덮고 함께! 잠을 자는 장엄한 장면을 보면,
어쩌면 우리는 원시시대를 현대에 재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나오는 표현을 빌리자면
前근대의 모습이 근대의 모습과 어우러져 脫근대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네 번째, 글쓴이가 이 책에서 계속하여 반복하고 있는
한국의 문화 현상,습속들에 대한 분석에서
나는 새로운 사상,새로운 길의 뿌리를 발견한 느낌이었다.
전근대-근대-탈근대(포스트 모던)가 하나로 어우러져 나타나는 수많은 사례들,
대표적인 IT강국인 대한민국의 모습들,
전 국민이 IT분야에서는 '얼리어답터'인 모습들...
아직은 글쓴이의 지적처럼
조금은 부끄럽고 유치하고 모자란 부분이 있을지라도
그 모자라는 부분까지 끌어안고 함께 나아가는 포스트모던의 습속들...
이는 분명 우리나라에서만 존재하는 양식들이며
이 혼란과 섞임의 덩어리를 거쳐서 우리는 다시 前근대의 문맹으로 후퇴하거나
새로운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기술적 상상력'을 갖춘 미학적 신체를
갖춘 21세기형에 맞는 예술가형 인간들의 출현]
[미래의 생산은 제품의 생산이 아니라 정보와 지식의 생산이다]
[미래의 생산은 엔지니어,아티스트,인문학자의
컨소시엄에 가까운 모습으로 변모할 것이다.]
"꿈꾸는 과학 예술가"라고
그가 표현하는 미래 사회의 예술가형 인간들의 출현은
한 분야에 올인한 [스페셜리스트가 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이고
동시에 다른 영역들에 대해 폭 넓은 식견을 가진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모든 것이 지금
"뜨겁게(hot),끓고 있는(dynamic)"
이 한반도에서 새로운 사람,새로운 길,새로운 사상이
탄생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라 보는 것이다.
이 역시 단지 나만의 바램일까? 꿈이라도 부디 이뤄지기를...
2007. 4. 3.
들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