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맘때 온 가족이 아주 재밌게 보았던 영화가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였다. 영화의 원작은 쥘 베른의 [지구 속 여행]이었다. 방금 손에서 내려놓은 [해저 2만 리]의 지은이랑 같은 인물이다. 그리고 어릴 적 내 가슴을 뛰게 하였던 소년들의 모험담 [15 소년 표류기] 역시 쥘 베른의 작품이다. 인제야 알게 되었지만 쥘 베른은 한 시대 이상을 앞서 살았던 상상력의 보고이자 이야기꾼이었다. 아, 아직도 기억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의 뗏목여행도 [15 소년 표류기]의 모방이 아니었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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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을 완역하고 작품 속 세계가 눈앞에 펼쳐지듯 생생한 일러스트를 더한 프랑스 최고 출판그룹 아셰트의 역작'이라는 띠지의 선전문구에 전혀 부끄럽지 않은 '시대를 앞선' '걸작 SF소설!'이라고 한마디로 이 책을 말할 수 있다. 물론 어린 시절 이 책을 보았을 것이지만 이번에 만난 이 책은, 책을 보고 있으면 주인공을 따라 해저를 실제 항해하는 듯한 착각에 몇 번씩 빠져들 만큼 화려한 삽화가 특징이다. 책의 모양새만으로도 기존의 번역본들과는 차원이 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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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책 속 몇 장면을 옮겨보았지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파리 자연사박물관 교수 아로낙스 박사와 그 하인 콩세유, 작살잡이 네드 랜드와 잠수함 노틸러스호의 주인공인 네모 선장이 해저 2만 리를 여행하며 겪게되는 갖가지 해양 생물들과 바다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롭고 화려하다. 아마도 요즘 기술로 다시 영화를 만든다면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를 능가하는 멋진 해양영화가 탄생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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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속의 풍광과 현실의 인간들과의 어우러짐과 엇갈림이 빚어내는 이야기도 좋지만, 무엇보다 넘쳐나는 바다 생물들에 대한 설명과 소개, 그림까지 모두 궁금하고 맛깔스러운 것이었다. 이 책에서 많이 설명되고 보이지만 요즘의 CG 기술이라면 더욱더 풍부하고 현실감 있는 영상을 만날 수 있을 터이니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Ⅱ]를 당연히 기대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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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에 돌풍으로 말미암아 네모 선장과 헤어진 아르낙스 박사 일행은 다시는 네모 선장의 뒷이야기를 듣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에겐 다행히 네모 선장의 정체를 알 기회가 있다. 5년 후 출간 된 [신비의 섬]에서 폭풍우 속으로 사라졌던 네모 선장의 정체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고 한다. 그러니 이제 우리에게 남은 일은 그 섬을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닐까? - 다행히 1,2,3권으로 출간되어 있고 구매도 가능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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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인?" 네모 선장은 빈정거리는 투로 대꾸했다. "이 지구의 육지에 발을 들여놓았는데, 야만인을 발견한 게 놀랍습니까? 야만인이 없는 육지가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당신이 야만인이라고 부르는 그 사람들이 다른 야만인보다 더 야만적이던가요?" (2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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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구상에 고통받는 사람들과 억압받는 민족이 있다는 걸 내가 모르는 줄 아십니까? 도움이 필요한 불행한 사람들과 원수를 갚아주어야 할 희생자들이 있다는 걸 내가 모르는 줄 아세요? (3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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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을 던질 줄 아는 지식인, 네모 선장이 왜 세상을 등지고 해저 세계에만 머물렀던 것일까? 그가 가끔 만나는 육지인과의 연계는 또 무엇일까? 바다를 사랑하고 사람을, 원주민을 사랑할 줄 아는 네모 선장이 왜 육지인들에게는 가혹하리만치 냉정한 보복?! 을 하는 것일까? 이 모든 궁금증을 풀려면 [해저 2만 리]를 거쳐 [신비의 섬]에 도달해야 하리라. 자, 그러니 어서들 이 배에 오르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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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16. 꽁꽁 추워도 바다 속은 따듯하겠지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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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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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50-1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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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옮겨 둡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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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느끼고 경험했든, 실제로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항상 남아 있다.! (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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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 그 미지의 심해에는 태초의 거대한 동물이 아직 남아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일 년 전이나 백 년 전이나 천 년 전이나 한결같은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그 거대한 종의 마지막 변종을 바다가 가슴속 깊이 감추고 있지 말란 법이 어디 있는가? (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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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어떤 일도 거꾸로 하지 않습니다. (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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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예 모든 희망을 버리고 가장 깊은 절망 속에 빠지려고 애썼지만, 끝내 희망을 버릴 수가 없었다. 있을 성 싶지 않은 일이지만, 그것은 사실이다. (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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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동작은 그 사람의 됨됨이를 나타낸다고 말한 디드로의 주장은 정곡을 찔렀다. (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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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사랑하시나보군요, 선장." |
"사랑하고 말고요! 바다는 아주 중요합니다. 바다는 지구의 10분의 7을 덮고 있지요. 바다의 숨결은 건강하고 순수합니다. 바다는 드넓은 황무지이나, 여기서 인간은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사방에서 고동치는 생명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바다는 거대하고 초자연적인 존재가 살 수 있는 환경입니다. 바다는 움직임과 사랑 그 자체예요. 어느 시인이 말했듯이 바다는 살아 있는 무한입니다. ~ " (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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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아름답고 하늘은 맑았다. 길쭉한 배는 넘실거리는 물결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가벼운 동풍이 수면에 잔물결을 일으켰다. 안개가 걷혀서, 끝없이 이어져 있는 수평선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었다. (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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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해초들은 실로 창조의 기적이며, 세계 식물계의 경이라고 할 수 있다. 지구에서 가장 작은 식물도 가장 큰 식물도 모두 해초다. (1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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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다를 보세요. 박사, 바다야말로 진정한 생명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화를 내기도 하고, 때로는 부드러워지는 순간도 있지 않습니까? 어제는 바다도 우리처럼 잠들었지만, 평화로운 밤을 보내고 이제 다시 깨어나고 있군요!" (1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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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그 광경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으랴! 왜 우리는 느낌을 서로 전달할 수 없는 것일까? 왜 우리는 유리와 금속으로 만든 이 가면 속에 갇혀 있어야 하는가? 왜 서로에게 말을 할 수 없는가? 왜 우리는 물에 사는 물고기처럼 살 수 없는가? 하다못해 땅과 물을 오가는 양서류처럼 살 수는 없을까? (2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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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족할 줄 모르는 지식욕 때문에 목숨을 잃게 된다 해도, 아직껏 아무도 보지 못한 것들을 마저 보고 싶다! (2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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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인도인은 억압당한 나라의 주민입니다. 나는 그 사람의 동포이고, 내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그 사람의 동포일 겁니다!" (2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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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 근처에서는 아무것도 끝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하에 있는 불은 아직도 지구를 만들어가고 있지요. ~ " (3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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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님 말씀이 옳습니다." 콩세유가 말했다. "벽은 과학자를 괴롭히기 위해 만들어진 겁니다. 벽은 어디에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 (4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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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소식을 전했을 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주인님이 원하신다면"이 전부였다. (4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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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닐세. 누구 목숨이든 귀중한 건 다 마찬가지야. 너그럽고 친절한 사람보다 더 훌륭한 인간은 없네. 자네는 너그럽고 친절해." (47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