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 2만리 아셰트클래식 1
쥘 베른 지음, 쥘베르 모렐 그림, 김석희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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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이맘때 온 가족이 아주 재밌게 보았던 영화가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였다. 영화의 원작은 쥘 베른의 [지구 속 여행]이었다. 방금 손에서 내려놓은 [해저 2만 리]의 지은이랑 같은 인물이다. 그리고 어릴 적 내 가슴을 뛰게 하였던 소년들의 모험담 [15 소년 표류기] 역시 쥘 베른의 작품이다. 인제야 알게 되었지만 쥘 베른은 한 시대 이상을 앞서 살았던 상상력의 보고이자 이야기꾼이었다. 아, 아직도 기억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의 뗏목여행도 [15 소년 표류기]의 모방이 아니었던가....... 
 

 '원전을 완역하고 작품 속 세계가 눈앞에 펼쳐지듯 생생한 일러스트를 더한 프랑스 최고 출판그룹 아셰트의 역작'이라는 띠지의 선전문구에 전혀 부끄럽지 않은 '시대를 앞선' '걸작 SF소설!'이라고 한마디로 이 책을 말할 수 있다. 물론 어린 시절 이 책을 보았을 것이지만 이번에 만난 이 책은, 책을 보고 있으면 주인공을 따라 해저를 실제 항해하는 듯한 착각에 몇 번씩 빠져들 만큼 화려한 삽화가 특징이다.  책의 모양새만으로도 기존의 번역본들과는 차원이 다른 셈이다. 

 




 
 
 사진으로 책 속 몇 장면을 옮겨보았지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파리 자연사박물관 교수 아로낙스 박사와 그 하인 콩세유, 작살잡이 네드 랜드잠수함 노틸러스호의 주인공인 네모 선장이 해저 2만 리를 여행하며 겪게되는 갖가지 해양 생물들과 바다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롭고 화려하다. 아마도 요즘 기술로 다시 영화를 만든다면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를 능가하는 멋진 해양영화가 탄생할 것이다.
 
 바다 속의 풍광과 현실의 인간들과의 어우러짐과 엇갈림이 빚어내는 이야기도 좋지만, 무엇보다 넘쳐나는 바다 생물들에 대한 설명과 소개, 그림까지 모두 궁금하고 맛깔스러운 것이었다. 이 책에서 많이 설명되고 보이지만 요즘의 CG 기술이라면 더욱더 풍부하고 현실감 있는 영상을 만날 수 있을 터이니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Ⅱ]를 당연히 기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돌풍으로 말미암아 네모 선장과 헤어진 아르낙스 박사 일행은 다시는 네모 선장의 뒷이야기를 듣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에겐 다행히 네모 선장의 정체를 알 기회가 있다. 5년 후 출간 된 [신비의 섬]에서 폭풍우 속으로 사라졌던 네모 선장의 정체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고 한다. 그러니 이제 우리에게 남은 일은 그 섬을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닐까? - 다행히 1,2,3권으로 출간되어 있고 구매도 가능하다.-
 
 "야만인?" 네모 선장은 빈정거리는 투로 대꾸했다.  "이 지구의 육지에 발을 들여놓았는데, 야만인을 발견한 게 놀랍습니까? 야만인이 없는 육지가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당신이 야만인이라고 부르는 그 사람들이 다른 야만인보다 더 야만적이던가요?" (219)
 
 이 지구상에 고통받는 사람들과 억압받는 민족이 있다는 걸 내가 모르는 줄 아십니까? 도움이 필요한 불행한 사람들과 원수를 갚아주어야 할 희생자들이 있다는 걸 내가 모르는 줄 아세요?  (367)
 
 이런 말을 던질 줄 아는 지식인, 네모 선장이 왜 세상을 등지고 해저 세계에만 머물렀던 것일까? 그가 가끔 만나는 육지인과의 연계는 또 무엇일까? 바다를 사랑하고 사람을, 원주민을 사랑할 줄 아는 네모 선장이  왜 육지인들에게는 가혹하리만치 냉정한 보복?! 을 하는 것일까? 이 모든 궁금증을 풀려면 [해저 2만 리]를 거쳐 [신비의 섬]에 도달해야 하리라. 자, 그러니 어서들 이 배에 오르시기를…. 
 
 
2009. 12. 16.  꽁꽁 추워도 바다 속은 따듯하겠지요. ^^*
 
들풀처럼
*2009-250-12-08
 
 
*책에서 옮겨 둡니다.
 물론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느끼고 경험했든, 실제로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항상 남아 있다.!  (22)
 
 ~ 바다, 그 미지의 심해에는 태초의 거대한 동물이 아직 남아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일 년 전이나 백 년 전이나 천 년 전이나 한결같은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그 거대한 종의 마지막 변종을 바다가 가슴속 깊이 감추고 있지 말란 법이 어디 있는가? (23)
 
 자연은 어떤 일도 거꾸로 하지 않습니다. (45)
 
 나는 아예 모든 희망을 버리고 가장 깊은 절망 속에 빠지려고 애썼지만, 끝내 희망을 버릴 수가 없었다. 있을 성 싶지 않은 일이지만, 그것은 사실이다. (63)
 
 인간의 동작은 그 사람의 됨됨이를 나타낸다고 말한 디드로의 주장은 정곡을 찔렀다. (72)
 
 "바다를 사랑하시나보군요, 선장."
 "사랑하고 말고요! 바다는 아주 중요합니다. 바다는 지구의 10분의 7을 덮고 있지요. 바다의 숨결은 건강하고 순수합니다. 바다는 드넓은 황무지이나, 여기서 인간은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사방에서 고동치는 생명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바다는 거대하고 초자연적인 존재가 살 수 있는 환경입니다. 바다는 움직임과 사랑 그 자체예요. 어느 시인이 말했듯이 바다는 살아 있는 무한입니다. ~ " (99)
 
 바다는 아름답고 하늘은 맑았다. 길쭉한 배는 넘실거리는 물결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가벼운 동풍이 수면에 잔물결을 일으켰다. 안개가 걷혀서, 끝없이 이어져 있는 수평선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었다. (129)
 
 이 해초들은 실로 창조의 기적이며, 세계 식물계의 경이라고 할 수 있다. 지구에서 가장 작은 식물도 가장 큰 식물도 모두 해초다. (162)
 
 "이 바다를 보세요. 박사, 바다야말로 진정한 생명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화를 내기도 하고, 때로는 부드러워지는 순간도 있지 않습니까?  어제는 바다도 우리처럼 잠들었지만, 평화로운 밤을 보내고 이제 다시 깨어나고 있군요!" (173) 
 
 아아, 그 광경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으랴! 왜 우리는 느낌을 서로 전달할 수 없는 것일까? 왜 우리는 유리와 금속으로 만든 이 가면 속에 갇혀 있어야 하는가? 왜 서로에게 말을 할 수 없는가? 왜 우리는 물에 사는 물고기처럼 살 수 없는가? 하다못해 땅과 물을 오가는 양서류처럼 살 수는 없을까? (252) 
 
 이 만족할 줄 모르는 지식욕 때문에 목숨을 잃게 된다 해도, 아직껏 아무도 보지 못한 것들을 마저 보고 싶다!  (258)
 
 "그 인도인은 억압당한 나라의 주민입니다. 나는 그 사람의 동포이고, 내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그 사람의 동포일 겁니다!" (298)
 
 "화산 근처에서는 아무것도 끝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하에 있는 불은 아직도 지구를 만들어가고 있지요. ~ "  (341)
 
 "주인님 말씀이 옳습니다." 콩세유가 말했다. "벽은 과학자를 괴롭히기 위해 만들어진 겁니다. 벽은 어디에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 (426)
 
 내가 그 소식을 전했을 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주인님이 원하신다면"이 전부였다. (431)
 
 "아닐세. 누구 목숨이든 귀중한 건 다 마찬가지야. 너그럽고 친절한 사람보다 더 훌륭한 인간은 없네. 자네는 너그럽고 친절해." (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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