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별에 관한 절절한 이야기가 넘쳐 나리라 기대했었다. [좋은 이별]이라니…. 세상에 좋은 이별이 어디 있단 말인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가? 한번 만나 보자는 생각이었다. 이별이 가져다준 상처를 보듬고 다듬어 남은 삶을 살아가는 모습들은 어떠할는지…. 무척이나 궁금한 책읽기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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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만나는 이별은 크게 나누어 두 가지다. 죽음으로써 떨어지는 이별과 서로의 만남이 끝남으로써 갈라서는 이별이다. 어느 쪽이든 살아남은 이에겐 큰 상처가 된다. 그리고 그 상처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그 이별이 '좋은 이별'이 될 수도 있음을, 되도록 이끌어가야 함을 지은이는 차근차근 상세하게 일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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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학계에서 정설이 되어가는 이론이 있다. 만 12세 이전에 사랑하는 대상을 잃거나 사랑의 감정을 박탈당하면 성인이 된 이후의 삶에 심각한 문제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문제를 안은 채 청년기를 무사히 넘긴다 하더라도 중년의 입구에서 정신이 붕괴되는 중증 우울증과 맞닥뜨리게 된다. (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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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받은 상실감은 평생을 간다는 말, 어릴 때 부모님을 잃거나 큰 아픔을 겪고 나면 키도 자라지 않고 몸도 정체된다는 이야기가 사실임을 나는 안다. 아우 녀석이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 다행히 녀석은 엇나가지 않고 잘 자라 주었지만, 키도 몸도 그다지 자라지 않았다. 평균 이상으로 자란 나나 누이동생과 비교하면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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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이별을 겪는 과정 중에 아무리 슬퍼도 눈물은 따로였다. 나의 경우만 하더라도 대학교 2학년 때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보다 3학년 때 지도교수님 돌아가셨을 때 더 많이 울었었다. 책을 읽다 보니 어머니의 죽음은 내면으로 잠재되어 두고두고 샘솟는 슬픔으로 머무르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교수님의 죽음은 집단심리와 관련이 있었음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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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음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눈물은 한 사람의 가장 위대한 용기, 고통을 참고 견딜 수 있는 용기가 있음을 입증하기 때문이다. - 빅터 프랭클 (2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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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여 이 책을 통하여 죽음이든 사랑이든 아픈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에 따라 우리의 남은 삶이 많이 달라질 수 있음을 조금 더 알게 된다. 각 이야기의 장마다 "Recipe"라는 "처방전"이 우리에게 소개되는데 이 처방전만 제대로 따라 하여도 적지 않은 위로가 되리라. 예를 들면 '애도 일지 기록하기', '중요한 결정은 뒤로 미룬다.' 와 같은 조언들과 멈출 수 없는 슬픔의 감정 속에서도 '통제할 수 없는 일은 내버려두기', '용기 있게 살아가기' 등을 실행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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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지만, 쏟아지는 슬픔을 주체하지 못할 때에도 우리가 믿고 의지할 무언가는 없을까? 지은이는 거기에 대하여도 답을 건네준다. 어쩌면 우리는 그 답을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간이 약'이라는 옛 어른들의 말씀, '모든 것은 지나가리라'라는 이야기, 그리고 이별에 대한 집착과 환상 등을 버리라는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니까 감정의 흔들림과 통제 불능에 대하여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로 대처해야 한다는 말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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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날의 삶에서 신성을 찾는 일은 대체로 더하기보다는 빼기의 문제였다." - 라마 수리야 다스 (2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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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에 가서 말하기'(252)라는 지은이의 처방을 보면 '떠난 사람을 마음으로부터 떠나보내는 자기만의 의식'을 '강이나 산, 무덤 등'에 가서 치르고 '모든 과거를 그곳에 두고 오'라고 한다. 그렇게 아픈 추억들을 어떤 곳에 묻는 것이 자신의 기억 속에 잘 재워두는 것이리라. 지은이가 직접 겪었던 우울증과 그 극복 과정도, 이별을 제대로 다루는 법에 대한 여러 가지 처방전도 조금은 놀랍고, 많은 도움이 되는 이야기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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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위로받고 싶은지도 모른다. 이런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 자체가 치료의 한 방편이기도 하다니 말이다. 그러니 앞으로는 우리도 '강에 가서' 이야기를 하자. 답답한 마음이든 하소연이든 떠나보내자. 그 강에 나도 너도 서 있을 테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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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
|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
|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
|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방에 대해 |
| 찬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
|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 |
|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
| 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 |
| 웃겼고, 웃기고, 웃길 몰골에 대해 |
|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
| 당신이 직접 |
| 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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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가에서는 우리 |
| 눈도 마주치지 말자 |
| - 황인숙, <강> 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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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 12. 5. 가을에서 겨울로 달려가는 밤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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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풀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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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246-12-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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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서 옮겨 둡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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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대체로 머리로는 죽음을 이해하지만 그것을 가슴으로 내려 보내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린다. 멀쩡하게 장례를 치른 다음, 한두 주나 한두 달쯤 지난 후에야 비로소 머리에 있던 상실감이 가슴으로 내려온 것을 알아차린다. (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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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편으로 가는 유일한 길은 통과하는 것뿐이다. - 헬렌 켈러 (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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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모퉁이를 돌다가 무슨 일을 만날지 알 수 없는 게 인생이야." (1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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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떠나는 사람들은 먼 길을 돌아와서야 비로소 알아차린다. 그렇게 해도 마음의 문제, 삶의 문제는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사실을. (1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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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담 치료의 핵심도 내면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일이다. 언어는 모든 위험하고 고통스러운 감정을 표현하는 가장 온건한 방법이다. (2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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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자리가 어김없이 2차 노래방으로 이어지는 이유 역시 노래를 통한 간접적인 자기표현이 목적이었다. (2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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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일시, 내면화, 통합은 이별 후 시행하는 애도 작업의 도구만은 아니다. 그것은 일상생활 속에서 영원히 사용 가능한 유용한 생존법이자 성장 방법이다. ~ 성장을 통해 우리 내면은 관대하고, 강하고, 아름다워진다. (26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