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초중고, 대학까지 졸업사진이 있지만 엄마 아빠랑 같이 찍은 졸업 사진이 한 장도 없다. 옛날에 아버지는 대학 졸업식 때 오시겠다며 초중고 졸업식은 어머니랑만 갔었고……. 결국 대학 2학년 때 어머니께서 돌아가심으로 대학 졸업식 때는 아버지랑 단 둘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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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 번 써보지도 못하였어. 전화를 건다 건다 하면서 자꾸 미루기만 했지. ~~ 속으로는 갈 거다, 갈 거다, 골백번도 더 말했지. 그래놓고 한 번도 안 가본 거여. 그리고는 큰 맘 먹고 겨우 한 번 전화를 걸었는데, 그땐 이미 너무 늦어버린거여. ~~ 이제 난, 내가 형한테 뭘 원했는지 말할 기회를 영영 놓쳐버렸단 말이여." (2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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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이런가 보다. 기다리고 떠나 보내고 어쩔 수 없이 헤어지고 잃어버리고, 그렇게 살아가나 보다, 라고 담담하게 생각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이제는, 나도. 꺾어진 아흔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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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과 위험'이 함께 하는 이상한 소년의 이야기와 그 소년을 보호하고 따라가는 열다섯 살, 주인공 소녀 더스티의 가슴 아픈 이야기가 펼쳐지는 이 책 [프로즌 파이어]는 10대 소녀의 성장기이자 지나버린 시간에 대한 회한 섞인 추억기(記)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던지는 중요한 질문이기도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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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적 있으세요?" (2권, 1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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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오빠와 집을 나간 엄마를 생각하며 불 같은! 사춘기를 보내고 있던 더스티에게 찾아온 정체불명의 소년과 이어지는 사건들, 그리고 허망한 떠나감. 이 모든 것이 아마도 이미 잊고 갈무리 해야 했을 사랑하던 오빠를 제대로 떠나보내는 과정이리라. 물론 여러 곁가지가 펼쳐져 있지만, 이야기의 끝은 한 곳으로 달려가지 않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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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결말의 반전까지는 여기서 이야기 하지 않으련다. 달리고 도망치고 때로는 생명의 위협까지 겪으며 주인공 소녀 더스티가 겪는 청춘의 불안감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우리는 숨 가쁘게 흘러가는 이야기를 따라가며 이 신비하고 아픈 풍경화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찾아오는 약간은 예상된 결말과 성장. '상처 없는 성장이 어디 있으랴' 는 말처럼 소녀는 그 시간들을 겪으며 자라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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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최대한 그 일을 끌어안고 사는 수밖에. 정말 중요한 수수께끼는……" |
"정말 중요한 수수께끼는 오로지 혼자 힘으로 해결해야 해." (2권, 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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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결국엔 '모든 것이 하나' 이고 '오로지 혼자 힘으로 해결해야' 하는 법, 세상 모든 일이 그렇지 아니한가. 자, 그러니 나처럼 나이 좀 든 이들은 이 아픈 성장을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면 될 것이고, 더스티랑 비슷한 또래의 젊은이들이라면 함께 눈물 흘리며 같이 자라나면 될 것이다. 이것이 인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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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8일은 딸아이의 초등학교 졸업식이었다. 조금은 부끄러워하는 딸애의 부탁 - 아빠랑 할아버지는 오지 않아도 돼용 ^^ - 을 무시! 하고 아내랑 함께 할아버지랑(제 아버지!) 장인 어르신을 모시고 졸업식장에 가서 사진도 찍고, 딸아이 친구네 가족들이랑 함께 점심도 먹고 늦은 출근을 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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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2. 21. 밤, 행복한 하루가 또 지나갑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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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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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02-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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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옮겨 둡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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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미 죽어 있는지도 몰라. 잘은 모르겠지만," |
"그건 또 무슨 소리야?" |
"삶은 뭐고 죽음은 또 뭔지 난 더 이상 모르겠어." (1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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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을 똑같이 따라 말하는 거, 그만둬줄래?" |
"난 네 생각을 따라서 말할 수밖에 없어." (1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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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티, 잘 들어. 이름 같은 건 잊어버려.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니까. 뭐든 네가 부르고 싶은 대로 불러. 그럼 내가 대답할게. ~ " (1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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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혹한 두 눈동자에서는 열정과 위험이 느껴졌다. 소년에게는 미묘한 매력과 이 세상 사람 같지 않은 초월적인 느낌이 있었다. 강렬하고 원시적인, 치명적인 힘이 있었다. (2권, 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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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하나야." 목소리가 속삭였다. (2권, 19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