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코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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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섹스와 SM 이야기를 주로 써오던 무라카미류가
그것들은 아예 차치해 두고 소설을 썼다니 믿기 어려웠다.

군인으로 일본에 왔던 쿠바계 미국인 호세 페르난도 코르테스에게
차차차를 배운 교코는 춤이란 것을 가르쳐줬던 그를 잊지 않고
저 멀리 미국땅까지 찾아가 은혜를 갚는다.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교코의 이미지는 <캔디>를..
차차차, 룸바, 맘보같은 춤 이야기는 <쉘위댄스>를..
병자를 이끌고 먼거리 여행을 떠나는 줄거리는
아사다 지로의 <천국까지 100마일>을...
줄거리를 이끌어 나가는 방식과 느낌은
폴 오스터 소설을 닮았지만,,

1장에서 13장으로 이루어진 단락을
이런 저런 사람의 시각으로 써나간 소설방식은 나름 재밌다.

양장본으로 이뤄진 200여 페이지의 작은 책에는
세상사람 누구나 좋아하는 교코의 순진 무구한 마음과
춤에 대한 열정과 아름다운 미모에 대한 찬사가 늘어져있다.

마음 먹고 읽으면 1시간이면 족히 읽을만한 활자를 읽는데
3주가 걸린건 책을 펼치면서 드는 수많은 마음의 분산이었을게다.

이제 가을.
아마도 1년중 가장 책 읽기 좋은 때에 시간을 놓치고 있다.
정진해야지..
목표를 정하면 곧바로 달려가는 교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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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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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에쿠니 가오리의 단편 컬렉션.
그녀 특유의 허무가 뚝뚝 떨어지는 12편의 단편들이
외롭게 옹기종기 모여있다.

가끔 단문일지라도 묘한 표현력에
짧은 활자를 오랜동안 들여다보며 되새길만한 글귀들이
여기저기 박혀있다.
연인의 눈에 박혀있는 오묘한 사랑스러움처럼..

이 단편들은 주로 '사랑'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해야할 사람들..
사랑이 끝난 사람들..
사랑할 수 없는 사람들..
그들의 연결 고리와 그것을 끊을만한 힘에 대한..

그녀의 장편처럼 강인한 매력은 결여되었을지언정,
이 단편들도 그닥 나쁘지만은 않다.
다만, 다 비슷한 모양으로 자라있어
어느 하나 제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한다는 아쉬움만 남을뿐.



1. 전진 또는 전진이라 여겨지는 것
2. 뒤죽박죽 비스킷
3. 열대야
4. 담배 나누어 주는 여자
5. 골
6. 생쥐 마누라
7. 요이치도 왔으면 좋았을걸
8. 주택가
9. 그 어느 곳도 아닌 장소
10. 손
11. 울 준비는 되어 있다
12. 잃다


- 굵은 글씨는 특히 매력 있는 단편들이다.
어쨌건 개인 취향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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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 - 2004년 제28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김훈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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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꼭 읽게 되는 이상문학상 수상집.
이 한권의 책을 읽음으로써 전년도 우리 문학계의 흐름을
대충 파악할 수 있게 된다는 느낌을 갖는다.

2004년의 수상작은 김훈의 '화장 (火葬)'
연륜이 있는 작가지만 문단에는 늦게 등단한 신참내기
작가의 시사성있고 중의성 있는 글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끔 한다.

책에 실린 전체 단편들의 느낌은,
전년도 전전년도 대비 소재부족과 흥미부족이라는 느낌이 새록~

게다가 하성란과 전성태의 단편은
2004년도 현대문학상 수상집에도 동시에 실려있어
2003년도 우리 문학계에 작품들이 많지 않았음을
유추할 수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어느 방송국 창사 특집 드라마 시나리오 같은
문순태의 '늙으신 어머니의 향기'와
돌고 도는 인생의 쳇바퀴같은 고은주의 소설 '칵테일 슈가'
현대인의 고독을 잘 담은 정미경의 '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가
인상 깊었다.

현대소설을 읽으면 생각하는 인간의 한없는 고독을
거기서 엿볼수 있다.
그래서 어쩌면 작은 위안을 받게되지 않나..싶다.



대상 수상작
김훈|화장

대상 작가 자선 대표작
김훈|여자의 풍경, 시간의 풍경
가까운 숲이 신성하다
충무공, 그 한없는 단순성과 순결한 칼에 대하여

특별상 수상작
문순태|늙은신 어머니의 향기
수상 소감 - 그리운 것들은 등 뒤에 있다

우수작(등단년도순)
구효서|밤이 지나다
김승희|진흙 파이를 굽는 시간
전성태|존재의 숲
고은주|칵테일 슈가
하성란|그림자 아이
정미경|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
박민규|고마워, 과연 너구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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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돌아왔다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이우일 그림 / 창비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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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편이 좋다.
짧은 글 안에서 문장은 활어처럼 숨을 쉰다.
조그만 공간에서 펼쳐놓을 이야기 때문에,
작가는 주저리 주저리 너덜너덜해진 단어들을
진부하게 늘어놓지 않아도 된다.

김영하의 단편은 젊고, 생동감이 있으며, 호흡이 짧다.
달리기로 치자면 50m 단거리같은...

그 젊은 생동감이 그의 소설들에 몰입하게 해준다.
책을 읽다가 잠깐 다른 생각을 하고 말아버리게
놔두지를 않는 그 호흡이 어쩔때는 아주 많이 그립다.

그러나 또 김영하는 감각적으로만 문장을 치고,
인기를 구가하려고만 하지는 않는다는 느낌이다.

거기에는 조소가 뭍어있고 귀엽게 시니컬하여
가끔은 어딘지 몰랐던 간지러운 부분들을 절로 시원케 해준다.

<오빠가 돌아왔다>에는
아주 김영하스러운 8개의 단편들이 일기처럼 널부러져있다.

한편 한편 번뜩이는 소재와 톡톡 튀는 이야기 전개 방식이
독자의 귀와 눈을 사로 잡는다.
그리고 책을 덮으면 언제부터인지
맘까지 저당 잡혀버린 느낌마저 드는 것이다.


Tip : 이우일의 삽화도 보너스로 감상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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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아내에게
아사다 지로 지음, 박수정 옮김 / 문학동네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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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다 지로의 세번째 소설 모음집 <낯선 아내에게>에는
이야기꾼인 아사다 지로의 상상 불가능한 얘기들이 8편 묶여 있다.

어렸을적 크리스마스때 받던 종합 선물 과자 세트처럼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 이 책은 종합 선물 세트를
선물 받은 느낌마저 선사해준다.

아사다 지로의 글을 우리 나라 소설과와 비교한다면,
나는 단연 이윤기와 견주고 싶다.

누가 더 우위에 있다고 말하고 싶은것이 아니라,
쉴새 없이 엮여져 나오는 그 이야기의 힘이 연륜과 철학이
조용히 배어있어 짧은 이야기라 할지라도 결코 가벼운
이야기들이 아니라는 점에서
어떤 상관관계가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고독한 외톨이 고등학생이 느끼는 짧지만 긴 사랑 이야기
<춤추는 소녀>

전직 첼리스트가 후미진 레스토랑의 피아니스트로 근근히
살아가며 제의와 기회를 거부하는 이야기 <스타더스트 레뷰>

어릴적 잘못을 평생 짊어지고 살아가는 세 친구 이야기 <숨바꼭질>

젊은 시절의 행복을 끝내 버리지 못하고 아름다운 기억을 안고
죽음을 맞는 노부인 이야기 <덧없음>

힘없는 야쿠자가 겪는 늪과 희망의 중간 이야기 <의심스러운 시체>

이루지 못한 사랑을 잊고 살았던 중년 여인의 되찾음 이야기
<금팔찌>

경마에 얽힌 추억과 마지막 챈스에 대한 이야기 <마지막 행운>

직장과 가족, 명예를 동시에 잃어버린 외로운 중년 남자의
좌절에 얽힌 이야기 <낯선 아내에게>

8편의 단편을 읽으면서,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 105번을 생각했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에 나왔던 단편들도 떠올렸고,
아름다운 그러나 조금은 슬픈 샹송들도 환청으로 들었고,
영화 <미스틱 리버>도 회상했고,
경마의 룰과 표 보는 법을 모르는 내가 답답했고,
중국어 발음을 몇개 읊조려보기도 했다.

한곳에 앉아 있는 내게 여러곳을 가볼 수 있게 해준
아사다 지로와 그의 소설에게 감사를 보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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