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다 지로의 세번째 소설 모음집 <낯선 아내에게>에는 이야기꾼인 아사다 지로의 상상 불가능한 얘기들이 8편 묶여 있다.
어렸을적 크리스마스때 받던 종합 선물 과자 세트처럼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 이 책은 종합 선물 세트를 선물 받은 느낌마저 선사해준다.
아사다 지로의 글을 우리 나라 소설과와 비교한다면, 나는 단연 이윤기와 견주고 싶다.
누가 더 우위에 있다고 말하고 싶은것이 아니라, 쉴새 없이 엮여져 나오는 그 이야기의 힘이 연륜과 철학이 조용히 배어있어 짧은 이야기라 할지라도 결코 가벼운 이야기들이 아니라는 점에서 어떤 상관관계가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고독한 외톨이 고등학생이 느끼는 짧지만 긴 사랑 이야기 <춤추는 소녀>
전직 첼리스트가 후미진 레스토랑의 피아니스트로 근근히 살아가며 제의와 기회를 거부하는 이야기 <스타더스트 레뷰>
어릴적 잘못을 평생 짊어지고 살아가는 세 친구 이야기 <숨바꼭질>
젊은 시절의 행복을 끝내 버리지 못하고 아름다운 기억을 안고 죽음을 맞는 노부인 이야기 <덧없음>
힘없는 야쿠자가 겪는 늪과 희망의 중간 이야기 <의심스러운 시체>
이루지 못한 사랑을 잊고 살았던 중년 여인의 되찾음 이야기 <금팔찌>
경마에 얽힌 추억과 마지막 챈스에 대한 이야기 <마지막 행운>
직장과 가족, 명예를 동시에 잃어버린 외로운 중년 남자의 좌절에 얽힌 이야기 <낯선 아내에게>
8편의 단편을 읽으면서,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 105번을 생각했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에 나왔던 단편들도 떠올렸고, 아름다운 그러나 조금은 슬픈 샹송들도 환청으로 들었고, 영화 <미스틱 리버>도 회상했고, 경마의 룰과 표 보는 법을 모르는 내가 답답했고, 중국어 발음을 몇개 읊조려보기도 했다.
한곳에 앉아 있는 내게 여러곳을 가볼 수 있게 해준 아사다 지로와 그의 소설에게 감사를 보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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