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만나요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병모 옮김 / 세시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정확히 13년전 '상실의 시대'를 처음으로 시작해서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쓰기를 아주 좋아하게 되었다.

호흡이 짧은 점, 다국적인 독특한 느낌도 좋았지만
뭐니뭐니해도 나를 끌어당겼던 것은
평소에 생각으로만 갖고, 표현하지 못했던 것을
그는 유려하고 세련되게 발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때부터 하루키의 열렬팬이 되었다.
그리고 그의 글들은 빠뜨리지 않고 읽어나가려고 노력했다.

개중에는 실망스러운 '쓰기'도 있었지만
나또한 형편없는 '읽기'를 할때도 많으니,
너그럽고 사랑스럽게 그의 미운오리새끼를 이뻐할 마음을 품는다.

이 책은 39개의 단어를 우선 열거해놓고,
그 단어로 짧은 일기처럼 써내려간 이미지즘 소설이다.

우연히 도서관에 갔다가 아직 읽지 않은 하루키의 소설을 발견하고
기쁜 마음으로 냉큼 빌려오게 되었다.

솔직히 만족스러울만한 작품은 못되지만,
작품이 많으면 모두 수작은 아닌것은 당연하겠지..
싶은 마음으로 가볍게 읽어내려가고 있다.

앞으로도 다작보다는 걸작을 보여주기를
팬의 일원으로서 조용히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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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선인장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사사키 아츠코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호텔 선인장'은 아파트이다.
아파트인데도 호텔이란 이름이 붙은 이 곳에는,
오이와 숫자2와 모자가 살고 있다.

운동을 좋아하고 깊이 사고하는걸 싫어하는 '오이'는
주유소에서 일하는 밝고 긍정적인 청년이다.

소심하고 예민하고 마음이 여린 '숫자2'는
관청에서 일하는 자몽쥬스를 즐겨 마시는 청년이다.

거북이 15마리를 키우며 살고 있는 '모자'는
'나중 일이야 내 알바 아니지만..'를 말꼬리에 붙이고 사는
책을 좋아하고 특별한 직업이 없는 청년이다.

이렇게 조금은 평범하고 다소 특이한 세 청년은
호텔 선인장에서 만나 우연한 우정을 만든다.

이 기이한 세 캐릭터는 각각의 혈액형 타입을 보는것처럼
개성이 뚜렷하고 세계관이 다르다.
(아마도 오이는 O형, 숫자2는 A형, 모자는 B형인듯 하다)

하지만 이들은 호텔 선인장에 모였으며, 친구가 되었다.

에쿠니 가오리가 동화처럼 들려주는 이 우화에는
어떤 철학이 있는것일까?

외롭게 살지만 인간미가 살아 숨쉬는 도시의 청년들의
사랑, 우애, 가족애, 일상, 취향등을 통해서
타인의 취향 인정하기,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기를
가르쳐주려 했던것은 아닐까?

1시간 30분만에 뚝딱 읽을 수 있는 양장본으로 된 180페이지에는
곳곳에 사사키 아츠코의 이국적인 실내를 그린 그림들이
뽀빠이 과자 속에 들어있던 별사탕처럼 기쁨을 주고 있다.

지금은 없어진 호텔 선인장.
오이와 모자, 그리고 숫자2는
이제는 한곳에서 함께 살 수 없지만
언제까지나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고 즐겁게 살았으면..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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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꽃보다 아름답게 하는 사랑
에쿠니 가오리. 쓰지 히토나리 지음, 김난주. 양억관 옮김 / 동방미디어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냉정과 열정사이의 블루와 로쏘편을 공동 집필한
츠지 히토나리와 에쿠니 가오리가 사랑에 대한
에세이를 서간체 형식으로, 또한 일기 형식으로
주거니 받거니 써내려갔다.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여서 밍숭맹숭하기도하며,
또한 그런면이 내 생각을 말해주는 것 같아서
빙그레 미소 지어지기도 한다.

두 소설가의 소설에서의 역량을 기대하시는 분들에게는
별로 권하고 싶지 않은 정말 심플한 에세이집!!



연애는 특별해요!
내 생각에 연애의 적(敵)은 '정론'(正論). '정론' 따위는 엉터리!
올바른 것은 답답해요. 그야 당연히 답답하지 않은 편이 좋지요.
그러니까 연애에 빠지고 나는 올바르지 않은 편이 좋아요.
나는 상대를 속박하고 지배하고 의존하고
또 상대는 나를 속박하고 지배하고 의존하고 그런 것이 좋아요.
P219 (에쿠니가오리)



이성뿐만이 아니라 동성에게 배신당하고
동료에게 배신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면 좋은지 처음에는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회피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액땜이라고 생각하는 방법이지요. 나쁜 일, 불쾌한 일은 모두 액땜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 후에는 좋은 일도 있고 진실한 사람과의 만남이 있을 터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편리한 생각이지요. 나는 배신당하는 것도 인생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나를 배신한 인간은 신이 내 인생을 위해 보내 준 교육자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용서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P236 (츠지 히토나리)



사람은 늘 고독하고 처음에는 사람을 믿지 않지요.
하지만 누군가를 진심으로 믿게 되면 완전히 무대를
다른 곳으로 옮기게 되니까 절대 되돌아갈 수 없어요.
설사 그 상대가 거짓말을 하든 배신을 하든 일단 누군가를
진짜 믿게 되면 -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말로 바꿔도
상관 없어요- 처음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말이에요.
P238 (에쿠니 가오리)



땅에 묻히지 않겠다면 죽어서 화장을 한 다음
어떻게 할 생각이냐고 묻는 사람이 많습니다.
나는 내 뼈를 가루로 만들어 마지막에
나와 같이 산 여자가 허락한다면
그 사랑하는 여자의 뼈와 섞어 동그란 공을 만들어서
태평양 같은 데 던져 주기를 바랍니다.
지중해건 대서양이건 바다면 됩니다. 이 별에서 만나,
이 별로 돌아갑니다. 그것도 두 개의 혼이 하나가 되어 돌아가니,
연애하며 살리라 다짐한 내게는 더 없이 이상적인
무덤이 될 것 같습니다.
P255 (츠지 히토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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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푸트니크의 연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정환 옮김 / 자유문학사 / 199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두번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은 한번 읽을 필요도 없다"고
괴테가 말했지만, 같은 책을 두번 읽는다는것은 좀처럼
쉬운일이 아니다.

한번 알아버린 스토리를, 문장을 곱씹는다는것은
그만큼의 깊이와 철학과 미려함이 포함되어 있는것이 아니면
곤란하다는 얘기!

이제는 문학계에서 바로 전 세대의 바람이 되어 버렸을지도 모르는
하루키 열풍은 아직도 낮은 바람으로나마 소소히 불고 있고,
데운 우유처럼 부드러우나 또한 사막의 모래바람처럼 날카로운
회초리같은 그의 미문은 동질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

<스푸트니크의 연인>은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네번을 읽었다.

'나'와 스미레의 안타까운 거리감이 좋아서..
뜨거운 여름 그리스 어느 섬에 가 있는듯한 느낌을 받을수 있어서..
나, 스미레, 뮤 세사람이 이루고 있는 삼각형의 대화법이 좋아서..
하루키의 음악에 대한 문학에 대한 지성미에 감탄할 수 있어서..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
나를 지키는 힘은 무엇인가?
무엇이 나로하여금 혼자가 아니게 하는가?
이 세상에 단 한명이라도 마음을 다하여 나눌수 있는 대상이 있나?

이런 의문들이 책을 덮는 그때까지도 뇌리에서 맴돌아
특별한 답을 주고 있지 않다.

아무래도 몇번은 더 읽어야 깨닫지 않을까?
아니면 얼마는 더 살아봐야하나? ^^;



누군가를 사랑한 적은,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217P, 뮤의 고백)


내게는 아무도 없다.
내게는.....
나밖에 없다
늘 그렇듯이 (107P, '나'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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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박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남주 옮김 / 열린책들 / 199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벨기에 출신인 아멜리 노통은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여류 작가다.

그녀의 책을 읽을때마다
프랑스 소설 치고 너무나도 간결하며
속도감이 있고 흡인력 또한 충분히 함유하고 있음에 놀라고만다.

은퇴한 교사 부부가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 조용한 시골에서
여생을 즐기려하던 차에 뜻하지 않은 이웃의 방문을 받고
인간의 도의적인 예의와 인간의 본성 사이에서 갈등한다.

아멜리 노통은 늘 내 안에 숨겨진 여러가지 모습에 대해서 지적한다.
어린 아이 만화에서나 볼수 있는 내 안에 감춰진 천사와 악마가
때때로 출현하여 나를 괴롭히는 모습을 노통의 책 안에서는
흔히 발견할 수 있다.

나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으며 무얼 중시하고 있는지..
내 안의 추악한 면과 나의 가식적인 면을 낱낱히 밝힘으로서
종말에는 허무함과 뒷목에 묵지근히 타격을 안겨준다.

죽음에 대해 늘 생각하는 이 소설가는 죽음을 무시무시하게
몰아가는것이 아니라 해학이라는 장치로 유약하게 만들어버린다.
그래서 그녀의 소설은 유쾌하면서도 허를 찔린듯한 아픔과
일말의 두려움, 깊은 철학등을 두루 맛볼 수 있다.

평화로운 당신의 일상에 함께 하기엔 너무나도 괴로운 이방인이
매일 2시간을 앗아가려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적어도 나는 나에게 솔직해져야 한다'
노통은 그런 답을 나에게 주입하지 않았을까?





Amelie Nothomb * Les Catilina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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