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진짜 야한 영화래~"하면서 이 영화를 권했다.
나는 그저 'Killing time용이겠지'하는 생각에 머리를 비우고 영화를 보러 갔다.
그러나 영화는 상식 이상의 상식선이 존재하는 다소 암울한 영화였던 것이다.
<바람난 가족>이라는 제목이 말해주고 있듯이,
이 가족은 이미 와해된 가정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었다.
투병중인 아버지(김인문)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싸우고 있을때,
어머니 (윤여정)은 '자아를 찾겠다'며 죽음으로 가는 남편에는 아랑곳 없이
다른 노인을 만나고 다닌다.
이에 질세라, 검사인 아들 (황정민)은 밥먹듯이 외도를 하고,
황정민의 아내 문소리 역시 이웃집 고등학생에게 소소한 호기심을 갖게 된다.
입양한 자식을 가진 황정민, 문소리 부부는
겉으로는 아닌척 하나, 그렇게 서로에게 금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공허함을 억누르며 살아오던 그들에게 치부를 들추는 사건이 생긴다.
아이의 죽음.
황정민에게 원한이 있던 사람이 아이를 유괴, 살인까지 저지르면서,
이들 부부는 신뢰와 사랑은 무너져 버리고 만다.
죄책감이 미움으로 변질되어 급기야 남편은 아내에게 폭력을 휘두르게 되고,
둘은 밖으로 밖으로 내돌리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남편은 다른 여자에게, 아내는 다른 남자에게 눈길을 돌리며
그들의 부부 사이는 점점 틈을 좁힐 수 없는 지경까지 가 버리고 만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만약 세상의 모든 부부들이 모두 저런 공허를 가슴에 안고 있으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한 생각이 엄습했다.
몸의 바람보다는 정신의, 마음의 바람이 들기전,
붕괴되기 전에 보수공사는 꼭 필요하다는 생각.
이것이 임상수가 던져주는 메세지였을까?
화면을 가득 매우는 직접적인 대사들과 너무나 리얼하다 못해 끔찍하기까지 한 장면들,,,
우리의 인생은 이렇게도 미적 심상들과는 동떨어진 것이 었단 말인가?
이런 생각도 안할 수 없었다는..ㅡㅡ;
다만, 전 출연진의 우수한 연기에는 쿨~한 박수를 보내고 싶다.
평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