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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중독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창해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내가 만약 나중에 소설을 쓸 수 있게 된다면,
나는 전경린도 은희경도 신경숙도 아닌,
요시모토 바나나도 에쿠니 가오리도 아닌,
야마모토 후미오 같은 글을 쓰고 싶다.
특별히 시적이거나 의미가 함축된 문장이 있지 않아도,
대단한 철학이나 연륜이나 메세지가 담겨 있지 않아도,
그녀의 글은 흡수력이 있으며 묘한 매력이 녹아 있어서
그 문장에 운율을 맞춰 다음 문장으로 빨리 읽어내려가고싶게
만드는 힘이 있다.
소설이란, 그런것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플라나리아>라는 단편집으로 나는 그녀를 처음 읽었다.
그리고 <연애중독>이라는 장편으로 다시 재회한다.
흔히 단편이 우수한 작가는 장편에 약하게 마련이고,
장편을 잘 쓰는 작가는 단편이 아쉬울 수 있는데,
야마모토 후미오의 작품은 각각 한권씩 읽었지만
이 모든 분야에 두루 내공이 있는듯한 인상이다.
400페이지에 가까운 책을 급하게 읽어내리게 하는 마력,
나는 그것이 부러울 뿐이다.
그 이면에 내재해 있는 다른 얼굴은 각자가 찾아야할
숙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