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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책이 좋아서 - 책을 지나치게 사랑해 직업으로 삼은 자들의 문득 마음이 반짝하는 이야기
김동신.신연선.정세랑 지음 / 북노마드 / 2024년 1월
평점 :
책 이야기를 다룬 책이 왜 그렇게 끌리는 건지..
일단 나는 병렬 독서를 즐기는 편이다. 평소 이 책 저 책 끊임없이 읽어대고, 한 권 손에 들고 읽는 순간에도 하이에나처럼 이 책 저 책 다시 또 찍먹하는게 취미다 보니 이번에도 역시 책이 나오자마자 제목에 홀려 샀고, 읽은 건 순식간이었는데 게을러서 리뷰는 좀 늦어져 버렸다.
일단 내가 좋아하는 정세랑 작가님 신작 알림이 떠서 바로 장바구니에 담은 책이었고, 읽다 보니 다른 작가님들을 알게 된 책이었다. 나머지 작가님으로는 프리랜서 작가이자 온라인 서점 MD이신 신연선 작가님, 그리고 출판 돌베개 디자이너로 일하신 김동신 작가님 이렇게 세분의 작가님이 각자가 지나치게 사랑한 책을 직업으로 삼으면서 저작, 홍보, 디자인, MD, 콘텐츠 제작으로 발전시키며 다룬 에피소드들을 한 책에 담아낸 에세이였다.
책 한 권이 발간되면 보통 150권에서 300권 안 팎의 증정본이 발송된다고 한다. 이때 들어가는 생산과 물류에 드는 포장재 같은 자원을 생각하면 요즘같은 기후 위기 시대에는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서평단 지원을 즐겨 하는 나는 이 부분에서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책 증정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은 신인 평론가들이거나 책값이 부담스러운 신인작가들이었으면 좋겠다는 작가님의 말도 꽤 일리가 있게 느껴졌다.
이외에도 개정판과 리커버에 대한 개인적 오해가 가장 컸었는데, 왜 책이 조금만 잘나가면 환경오염이 난리라는데 리커버를 계속할까 생각했는데 개정판과 리커버는 기존의 재고가 소진된 후 그다음 쇄부터 다른 디자인으로 들어가는 게 보편이라고 했다. 그 과정에서 버려지는 책이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는 것은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되는 정보여서 평소 오해를 푸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부분이었다.
작가의 외모 노출에 대해서 솔직히 당하는(?) 입장이 아니어서 크게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확실히 디지털 시대라서 그런지 한번 미디어에 노출된 모습이 계속 따라다니는 것이 작가에겐 얼마나 스트레스가 되는지 이런 에피소드에 대해서는 들어볼 기회가 없었던지라 저자의 외모 노출에 대해서 관습적으로 우리가 너무 지나치게 허용적이지 않았나 생각해 보게 했고, 외모가 아닌 작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가진 독자가 되어야겠다는 소심한 다짐을 하게 했다.
독서 구독 서비스와 원고료에 대한 이야기나 교통이 불편한 출판 단지 이야기,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불합리한 원고료에 대한 소리 냄과, 출판계의 안전에 관한 이야기 등 이 책이 아니라면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여러 부분에서 눈이 번쩍 뜨이게 했다.
이외에도 표지 디자인에 관한 심오한 이야기들은 솔직히 어려워서 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축과 배치 그리고 방식들의 기술 등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분야에 대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 귀했고 새로웠다.
특히 출판사 로고와 글씨체의 자유로움과 그들이 추구하는 정체성들을 디자인으로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심오하고 멋진 작업인지 놀라웠고, 익숙한 출판사들의 로고들과 시대마다 유행했던 패턴들이 존재한다는 것과 여러 변칙과 의도를 가진 조합의 표본이라는 것을 알게 했다.
책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분야라서 실패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선택한 책이었다.
물론 익숙한 이야기만 잔뜩 늘어놓는다면 지겹거나 식상하다는 후기가 달렸겠지만 이번에는 정말 새로운 이야기들이 많아서 역시나 책 덕후들의 니즈를 아는구나라고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
하필 책이 좋아서 나무에게 조금 미안하지만 다양한 매력으로 베스트셀러만 사랑받는 게 아니라 다양한 책 종류가 사랑받는 그런 세상, 조금 결함이 있어도 따뜻함 많은 사람들이 많은 글을 쓰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그런 책이 있는 세상을 꿈꾸는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책이어서 내 마음에 쏙 들었던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