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습기 다이어트 위픽
김청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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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하는 걸 좋아하는 엄마는 제습기를 산 뒤로 물건이 마음에 들었는지 한 달에 한 번씩 옷장 문을 활짝 열어두고 제습기를 틀기 일쑤였다. 습기를 느끼지 못할 날씨에도 몇 시간 후에 물통에 물이 꽤 차있는 제습기 통이 신기하기만 했는데 그날도 여느 날처럼 제습기 소리를 ASMR 삼아 잠이 들었고 '우리 딸 미라가 되면 어떻게 해'라는 엄마의 농담을 자장가 삼아 잠이 슬쩍 들었는데 엄마의 농담이 사실이 되고 말았다.

오똑한 코, 늘 잡혀있던 이중턱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힘주지 않아도 평소보다 훨씬 커 보이는 눈과 도드라진 쇄골, 가느다란 손목과 손가락 통통하던 볼살은 잡히지도 않았고 배는 홀쭉하고 허리도 가늘어졌다. 미라가 되어도 보기 싫은 게 마른 게 아니라 무척 예뻤다. 제습기가 모든 수분을 빨아들인 것처럼 온몸이 건조했고 심장박동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몸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으며 부자연스럽지 않았다. 

주인공 선아가 미라가 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제습기 다이어트'가 선풍적 인기를 끌게 된다. 제습기를 켠 채로 자고 일어나면 로또의 확률로 미라화가 진행되는데 이들은 선망받는 신인류로 모델, 유튜버, 인플루언서가 되기 때문이었다. 

수능 스트레스로 급격하게 살이 쪄서 스트레스였는데 제습기로 살이 빠지자 선아 역시 주변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일단 엄마부터 쇼핑으로 입히고 싶던 옷을 계속 사 입히며 주변 시선을 즐겼고, 동네 다닐 때마다 선아의 외모에 대한 칭찬을 즐겼다. 대학 입학하고 사람들의 시선에 처음엔 모든 것이 즐겁기만 했지만 미라가 된다는 것은 먹지도, 마시지도, 화장실을 가지도 못한다는 것이고 썩지 않는 좀비와 다를 뿐 인간 다운 면모가 없음에 서서히 스스로를 고립시켜 가게 된다.

집안에 물기를 제거하듯 내 몸에 살을 쫙 빼주는 제습기가 존재한다면? 한 번쯤 시도해 볼법한데? 싶다가도 주인공이 겪은 미라화가 얼마나 외롭고 답답한지 함께 겪어낸다면 쉽게 시도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장이 뛰는지도 잘 모르겠고, 윤기 하나 없는 피부 결에 생기 하나 찾지 못하다가도 결국 봄비에서 희망을 찾고 스스로 온기를 찾고 희망을 움 틔우는 장면이 따뜻하게 느껴져서 단편이지만 짧지 않게 느껴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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