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여자가방에들어가신다 - 여성 홈리스 이야기 우리시대의 논리 30
김진희 외 지음, 홈리스행동 생애사 기록팀 기획 / 후마니타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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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들의 행동 현장 활동을 위해 매주 서울역 일대 방문을 시작했다고 한다. 대합실과 공장, 지하보도에 흩어져있는 홈리스들 사이에 여성 홈리스를 마주치는 일은 극히 드물었는데, 광장 어귀에 우산으로 몸을 꽁꽁 숨긴 이가 있으면 여성 홈리스겠구나 짐작하고 두유를 놓고 돌아가는 정도였다고 한다.

이렇게 여성 홈리스들이 숨어야 했던 근원적 이유와 머물 곳 없는 이유들을 여성 홈리스들의 목소리로 담아낸 책이었다.

1959년생 이가혜는 주민등록증이 없다. 서울에서 태어났고 서울에서 자랐으며 2007년도 2월 28일부터 바깥 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을지로 입구에서 한 삼 년 있었고 2015년 봄에 여기 공원 화장실로 왔다고 했다. 이곳에서 하는 일은 화장실을 닦아주고 공원 근처 쓰레질을 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걸레로 화장실 바닥을 닦아준다고 했다. 구청에서 화장실을 청소하는 사람이 있지만 정작 청소는 그녀 담당이었다고, 공원 화장실에서 자는 일은 편하지 않았는데, 화장실을 하루 종일 드나드는 사람은 수도 없이 많고 화장실 안 음악은 밤에 꺼졌다가 새벽 5시가 되면 또 나온다고 했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일어나야 했다고, 공동 화장실이니까 문도 못 닫고 불도 못 끄게 법적으로 정해져 있어서 잠도 못 이룰 때가 많다고 하루의 일과를 이야기했다. 네 차례의 만남 동안 가혜는 자신이 화장실에서 사는 것이 자릿세와 전세의 개념이라며 언젠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수차례 거듭 이야기했다.

2020년 3월 역무원과 한 여성이 크게 싸우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역무원이 그녀의 가방에 '노숙 물품 폐기 처분 경고문'을 붙였기 때문인데 그녀는 이렇게 자신의 짐을 가져가 쓰레기장에 버린 것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호소했다. 역무원들은 노숙자들이 역사 내에 있으면 안 되는 것이 규정이라고 했지만 여행객의 짐은 가만히 두면서 자신이 소지한 물건에만 경고문을 붙이고 짐을 마음대로 가져가 버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 그녀의 입장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강경숙이라고 했다. 목덜미를 잡혀 내팽겨쳐지고, 욕을 먹은 시간들에 대해 오랫동안 하소연을 시작했다.   

서가숙의 양손에 쇼핑백과 가방, 비닐봉지 두어 개와 무릎 아래 한가득 짐이 있다. 짐에 대해 묻자 돌아다니다 보면 짐이 많아진다고 했다. 쓸데없어도 그냥 갖고 다닌다고, 버릇인지도 모를 일이지만 어디 가면 음식 같은 거 싸오니까 비닐봉지가 필요하고 또 필요하다 싶어서 계속 두게 된다고, 한곳에 머물지 못하고 어디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까 아쉬워서 담아서 가지게 된다고 했다. 근데 짐이 많다 보면 노숙인이다라고 표적이 되어 비켜달라, 이동해달라, 나갔다가 이따 들어와달라라고 하거나 지하철 타게 되면 사람들이 쳐다보게 된다고 토로했다.

여성 홈리스가 밥 먹으러 줄 서면 남자 홈리스들이 "식당 가서 일하고 밥을 먹지" 라거나 "아줌마들은 밥해 먹을 줄 아니까 가래요"라는 취급을 받는다고, 여성 홈리스가 적다고 생각하지만 여성들은 아무 데나 눕지 못하니까 장애인 화장실 앞에서 쭈그려 앉아 있거나 화장실 안에 바깥에도 있거나 지인의 집을 오가거나 한다고 했다. 이 밖에도 노숙인 실태조사에서  거리, 시설, 쪽방의 동선에서 벗어난 조사 때문에 여성 홈리스 실재를 잘 못 담아 낸다는 통계가 있어 참 안타까웠던 점이었다. 

책은 여성들의 삶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져 한사람 한 사람의 손글씨 같은 말투들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길 위의 삶이 얼마나 고되고 힘들었는지 알 수 있었다. 공적으로 보장되는 주거의 자유가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임에도 혜택받지 못하고 언제나 하루의 가장 큰 걱정이자 생존의 문제로 걱정하고 있고, 남자라면 아무 데서나 누울 수 있는 공간을 가질 수 있지만 여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누울 수 있는 공간 하나 가질 수 없다는 자체가 참으로 참담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많아보였다. 사회보장제도를 여러가지 이유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부분이 존재하는것 같아 그부분도 안타까웠던 부분이었다.
날씨가 차가워지는 이 계절에 가장 관심이 필요한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같이 더불어 살 수 있도록 사회적 제도와 따뜻한 시선이 함께한다면 이분들의 자립에 조금 더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던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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