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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본점 앞에서 만나 - 어느 직장인의 로또 명당 탐방기
원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4월
평점 :
일주일에 한번, 나는 나만의 로또 명당을 찾는다.
오천원을 투자해서 받는건 달랑 종이 한 장이지만, 그 한 장의 무게는 꽤나 무겁다. 여기서 무겁다는 뜻은 무섭게 무겁다기보다 셀레임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는 뜻이다.
이렇게 로또에 진심인 내게 꼭 맞춤 AI처럼 찾게된 제목이 바로 이 책이었다.
나만큼 로또에 진심인 사람이 또 있다니, 반갑다는 생각 이 먼저 들었다. 거기다 제목으로 유추해보니 작가님 역시 아직 일등이 된게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일주일의 설렘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으로써 (동지애, 전우애 이런 느낌으로) 이건 꼭 사야겠다 생각이 들어, 로또 한장보다 좀 더 되는 가격을 과감하게 투자했다.
우선 작가님의 이름은 원도, 원래부터 예쁘다 할때 원과 영화 도둑들의 도라고 했다. 번호 맞추는 운은 공무원 시험때 다 쓴게 분명하다는 자체 평가와, 어느 사주 집에서 인생에 없는게 두가지가 있다 했는데, 그게 하필 로또랑 부동산이었다. 로또와 인연이 굉장히 없어보이지만, 로또 핏줄은 타고난게 10년간 또로회라는 착실히 로또를 구입하는 로또교의 신도의 딸이었다. 어째든 여러 모로 나와 비슷한 부류임을 직감했고, 그녀의 로또 사랑에 대해 조금 더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고 싶어졌다.
로또를 처음 산 날의 설레임을 기억나게 했던 작가님의 로또 첫 구입기를 시작으로, 경찰 공무원 학원에서 잠과의 싸움에서 지고 있을때 다른 이론적인것은 다 기억에서 휘발되었지만 이왕 뇌물 받을거 15억 이상 받으라던 학원 선생님의 깊은 뜻이 담긴 조언(?)은 잊혀지지 않고 공무원 평생을 15억의 케이크 조각으로 나누어 생각하게 된 자신만의 소비와 수입에 대한 생각들이 내 처지와 다르지 않게 느껴져 굉장히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던 이야기였다. 이외에도 해외여행 한번 못가본 나에게 한번만에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는 도시 뉴욕 여행기는 로또나 되야 갈 수 있는 곳이구나 싶게 했고, 나랑 비슷한 시기를 겪었다고 생각이 들었던 소풍때 츄리닝으로 멋부리고 싶어했을 아디다스 추리닝에 대한 이야기는 커서나 어렸을때나 우리는 참 소비에 현실적일 수 밖에 없구나 라는 생각들 들게 했다. 이외에도 작가님이 가장 사랑하는 드라마 커피 프린스1호점으로 뚜껑을 여닿는 차를 갖고 싶어졌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렇게 카푸어의 길로 들어서게한 애마 라마에 대한 눈물겨운 상봉과 헤어짐의 스토리는 왜인지 모르게 살짝 눈물나게 공감되었으며, 유명 맛집과 로또 명당의 상관 관계에서는 맛집만 가면 그 근처에서 로또 명당을 찾았던 내 모습이 투영되어 보여졌서 굉장히 반가웠다는 후문이다.
사람 사는게 비슷하다고 느껴질때 참으로 깊은 공감이 이뤄지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주 토요일 내 주변은 로또를 사는 사람과 사지 않는 사람으로 나뉜다. 이중에 로또를 사는 사람들에게 안부처럼 묻는 이번주 로또 구입 여부, 그리고 지난주 당첨에 대한 소소한 얘깃거리가 그렇게나 즐거운 수다거리로 다뤄진다. 그러다보니 작가님의 책이 온전히 내 사람들의 이야기거리라고 느껴져서 더 재밌게 읽었던것 같다.
오늘도 1등이 된다면 어떻게 돈을 쓸지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나에게 마흔 다섯개의 숫자중 여섯개의 행운이란 기적이 일어날까, 그리고 1등이 된다면 농협 본점은 어떻게 가야 현명할지 구체적으로 상상할 그 날을 꿈꿔보며 나랑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이라면 재밌게 읽을거라고 장담하며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