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븐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책세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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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끝나가는 어느 날, 필통에 작게 접힌 쪽지 하나가 놓여 있는 걸 발견한다.
'우리는 한편이야' 연한 연필로 쓴 글씨체였다. 한 문장 밖에 쓰여있지 않은 쪽지에 시간이 정지된 듯 마음의 고요가 흔들리는 기분을 받게 된다.
그다음부터는 책상 서랍 속에 테이프로 붙여둔 편지를 뒤로도 몇 차례 더 받게 되고 학교에 와서 책상 밑에 편지를 확인하는 것이 작은 습관이 될 무렵 
'만나고 싶어, 학교 마치고 5시에서 7시 사이 여기서 기다릴게'라는 새로운 내용의 편지를 받게 된다. 
학교 가는 길 작은 공터에서 편지의 주인공과 첫 만남을 가졌는데, 그 아이는 집이 가난하고 더럽다는 이유로 반에서 아이들에게 따돌림당하던 고지마였다.
예상치 못했던 인물이지만 그동안 편지로 쌓아온 그 아이의 인상은 벌써 주인공의 마음에 새겨졌고, 괜찮다면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고지마, 답장도 쓰겠다는 약속을 하고 둘은 헤어졌다.

주인공은 남들과 다른 눈 사시를 가진 인물이었다.
그 이유로 반 아이들에게 지속적 괴롭힘을 당하던 중에 편지 한 통을 받게 된다. 처음엔 자신을 괴롭히는 새로운 수단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지만, 그 편지의 주인공이 자신과 같은 처지인 왕따 고지마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친구가 되기로 한순간부터 편지로 소통하는 내용이 사춘기 청소년의 풋풋한 감성이 잘 담겨 있었다. 

평화로운 초반부를 지나고 나면 두 사람이 당하는 학교 폭력 내용이 함께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처참 그 자체였다. 줄넘기로 손이 묶이고 걸레로 입이 틀어 막힌 채 청소 도구함에 갇힌다던가, 축구공 대신 머리통을 차며 인간 축구를 하는 등 아이들의 괴롭힘은 점점 도를 지나쳐가고 있었다.

둘의 왕따 배경은 조금 달랐다. 고지마는 부모님이 이혼하여 어머니의 재혼으로 배신감을 느끼는 상태였고, 친부와의 연결고리의 일환으로 자신을 더럽게 유지하고 학교 폭력을 벗어나고자 노력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래서 고지마는 스스로 왕따를 선택한 부분이 있다고 느껴졌지만 주인공은 태어나길 사시로 태어나 자신이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고지마는 이런 주인공의 환경을 높게 사며 이 고난을 극복하면 자신들은 헤븐에 도달할 수 있다며 주인공을 위로하는 모습이 보였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일방적 학대에 반응하지 않고 견디는 것이 옳은 것인지, 아니면 벗어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자신을 괴롭히는 일당 중 한 명인 모모세와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그쯤 사시를 고칠 수 있다는 주치의와의 면담으로 주인공은 선택권을 갖게 되며 고지마와의 관계를 놓지 않을지, 왕따를 벗어날지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학교 폭력의 지독함과 현실성 고증이 제대로 된 작품이라 읽는 동안 주인공만큼은 아니겠지만 조금 힘들었던 부분이 있었다. 고지마의 상황도 이해되고, 주인공의 상황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라 어떤 선택을 해도 응원하겠다는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읽었던 것 같다. 

헤븐이라는 상징성이 개인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리고 점차 용기 내며 성장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는 게 꽤 괜찮았던 부분이었다.

고민하는 사춘기를 헤븐이라는 소재로 잘 풀어낸 작품이라고 생각이 들었고, 세상이 바로 보이게 된 마지막 부분이 이 헤븐이라는 상징성을 잘 표현한 부분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어 괜찮은 마무리가 꽤 맘에 들었다는 감상평을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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