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너희 세상에도
남유하 지음 / 고블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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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내가 좋아하는 단편 모음집이었다.

일단 작가님은 이번 작품으로 처음 만났는데, 워낙 다른 작품으로 유명했던 분이라 읽기 전부터 나름 기대치가 있었다. 내 취향에 부합하는 내용들로 꽉꽉 채워져 있었는데, 이번 작품을 시작으로 다른 작품들을 읽어봐야지 마음먹게 했다. 

표지가 살짝 을씨년스럽지만 매혹적인 부분이 있어서 눈길을 끌었는데 내용은 좀 더 서늘하고 비현실적 내용 속에 현실이 녹아 있어서 작가님의 매력을 듬뿍 담아냈던 작품집이었다.

[반짝이는 것은] 
주인공은 80이 넘은 노년의 남자였다. 
7년 전 ACAS라는 후천성 심정지 증후군이 처음 생겨났다. ACAS란 후천적 심정지 증후군이란 뜻으로 심폐기능은 저지되지만 뇌가 완전히 소멸될 때까지 식욕만 살아남은 사람들 일명 좀비가 존재하는 세계였다. 

감염률이 높지 않지만 주인공은 감염 증상이 나타났고, 감염 억제제를 맞고 자체적으로 마지막을 준비하던 중이었다. 월세방을 전전하던 가난을 평생 지고 살았던 그는, 얼마 전 감염자 소탕 작전 중 부인이 억울하게 살해당하고 국가 보상금으로 편안한 노년을 보내는가 했는데, 이렇게 감염자가 되고 말았다. 가족과의 연대가 끈끈하지 않았던 게 탓이었을까? 얼마 전 자신을 모시겠다고 합가를 했지만 감염자가 되자마자 가족에게 버림받게 되고, 결국 죽음을 선택하고자 했지만 안락사조차 돈이 없어서 좌절하게 된다. 물 없이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한 인간이 물이 햇빛에 반짝거리는 걸 쫓는 것처럼 자신도 죽음의 반짝임을 쫓다 삶을 마감하는 이야기가 꽤나 잔잔하지만 충격적이었다.

[에이의 숟가락]
어느 날 운명처럼 한 숟가락을 만나게 된다. 평소 소유욕을 숨기고 살았던 소녀가 숟가락의 능력을 발견하고 소유욕의 욕망의 현실화하게 되며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데스노트가 생각나게 했다. 사실 죽음보다 자신이 소외되지 않는 자기중심적인 삶을 중요시하는 주인공이 소름 끼쳤는데, 그것의 실현해 주는 숟가락의 핏빛 능력이 둘이 꽤나 합이 잘 맞는 파트너처럼 보이게 해서 소름 돋았던 작품이었다.

[뇌의 나무] 
모든 것을 알려주는 나무는 인간을 평화롭게 만들었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었고, 결국 인간을 헤치게 했다. 결국 모든 건 돌고 돌아온다는 걸 알려주는 이야기 같아서 한편의 잔혹 동화 같았다.

[화면 공포증]
화면 공포증이란 화면을 보면 이유 없이 불쾌해지고 공포를 느끼다가 결국은 미쳐서 자신의 해치게 만든다는 공포증인데, 주인공은 어느 날 영화관에서 갑자기 자해를 해서 죽은 남자를 목격하게 되고, 실제 화면 공포증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화면 없이 살아가는 걸 느끼게 되고, 자신 또한 스크린에 눈을 뗄 수 없이 살아가는 걸 느끼고 화면 공포증을 겪고 있다는 걸 눈치채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실제 우리의 생활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공포증의 소재라 반갑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실제 우리는 새로운 만남을 갖는 순간에도, 밥을 먹거나 쉬는 순간 등 시간의 빈틈 사이에 언제나 휴대폰이나 모니터 화면을 보게 되는데 이에 대한 경고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한숨 쉬어가듯 우리의 눈과 정신을 화면에서 멀어지게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들게 했던 이야기였다.

[미래를 기억하는 남자]
기시감에 대한 이야기였다. 
우리는 일상에서 가끔 기시감(한번 도 경험한 적 없는 일이지만 이미 경험한 것 같은 익숙함)을 느끼곤 하는데, 그것이 미래 혹은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라는 설정이었다. 

기시감을 무시할 것인지, 아니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현실에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굉장히 진지하게 다루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이었다.

[이름 먹는 괴물] 
어느 날 교실에 분홍색 물체가 날아들고, 아이들을 잡아먹게 된다. 무분별한 피해가 일어나고 괴물은 어떤 규칙에 의해서만 움직임을 알게 되는데, 순수한 아이들조차 돌발 상황에서는 파괴의 생존 본능이 발휘된다는 것을, 흥미로운 소재로 표현한 작품이었다. 

[목소리] 
'살고 싶으면 열두 시간 안에 사람을 죽여라'
어느 날 머릿속에 영문을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들리고, 무시하기엔 무시무시한 현실이 벌어지는 목소리라는 걸 알게 된다. 서로가 서로를 죽여야 살아남는 눈치 싸움의 시작, 인간의 생존 본능은 어디까지일지 굉장히 충격적 반전이 있는 작품이었다.

[부디 너희 세상에도]
주인공은 작가다. 글이 막힐 때면 사우나로 향하여 글발을 받는 작가가 어느 날처럼 사우나의 도움을 받으러 가는 길에 사건이 일어난다. 이 작품의 소재도 좀비였는데, 작품을 써 내려간 작가가 상상할법한 특이한 소재였고, 주인공이 화면 밖으로 나와 작가를 저주하는 것이 굉장히 작가의 상상 속 인물이 현실이 되는 느낌이라 색다른 느낌의 작품이었다.

일상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작품을 사랑하는 편인데, 이번 작품이 그러했다. 있을 법해서 무서운, 그리고 두려운 작품들이 재미있게 그려져 있었고, 여러 부분에서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순간이 많아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현대 사회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주인공이라 반가웠고, 그들의 원초적인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던 것이 굉장히 솔직하게 느껴졌던 부분이었다. 조금 있으면 무더운 계절이 돌아오는데 후덥지근한 날씨에 서늘한 공기가 그리울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단편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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