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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 펀치
이유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0월
평점 :
작가님의 허를 찌르는 상상력에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할 만큼 함박웃음 지으며 읽을 수 있었던 단편집이었다.
8개의 짧은 단편이 한 권에 담겨 있었는데, 하나도 놓칠 수 없을 만큼 재미있어서 기억에 남았던 책이었다.
'브로콜리 펀치'
복싱 선수인 남자친구 고원준의 오른손이 하루아침에 싱싱한 브로콜리가 되어버렸다.
요양보호사인 주인공이 돌보는 안필순 할머니의 애인, 박광석 할아버지의 말에 의하면 멀쩡하던 사람 손가락이 하루아침에 강낭콩이 되고 벌건 고추가 되는 일이 흔했는데, 이게 다 마음에 짐이 커서 그런다고 했다. 원준의 마음고생을 풀어주기 위한 방도로 할아버지는 산에 올라가 노래를 부르자고 제안했고, 브로콜리가 된 오른손을 고치기 위해 안필순 할머니, 박광석 할아버지, 주인공과 고원준은 산으로 향하게 된다. 과연 산에서 박광석 할아버지의 치료법으로 브로콜리가 된 오른손을 고칠 수 있을 것인가?
싱싱한 브로콜리가 된 걸 좋아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내가 마음의 병이 생기면 어떤 야채가 될지 굉장히 궁금해졌던 단편이었다.
작가님의 모든 작품들이 이런 식이었다.
다 읽고 나서도 어떻게 발상을 했을까 하는 놀라움과 감탄이 절로 나왔다.
환상적 작품은 생각보다 굉장히 현실적 고민을 담고 있었는데, 그래서 이상했고, 새로웠고, 재밌었다.
황당한 설정은 이야기를 듣다 보면 다정한 우연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게 했다.
천천히 풀어내는 이야기들 하나하나가 굉장히 조근조근 한데 가볍지만은 않다고도 생각이 들었다.
뭔가 로맨스 같다가도 로맨스는 아닌 거 같은 묘한 기시감,
작품마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한가득 쏟아져 나와 정신 차리지 못하게 하면서도 길게 여운을 남기는 작가님만의 특유의 문체가 굉장히 내 취향이었다.
망태기에 담아두고 읽고 싶은 작품이었고, 그래서 과감하게 강력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