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정면
윤지이 지음 / 델피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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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아래 햇살 받으며 하얀 가운을 입고 앉아 진료를 보는 주인공은 정신과 의사이다.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러운 환자, 안색이 갈수록 어두워지는 환자, 늘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진료하다 보면 자신의 가면을 잊고 살게 된다. 
주인공 곁에는 자유분방한 아내가 있다. 4년 차 레지던트 과정 때 4번째 환자를 잃고 의사란 직업을 포기하고 카페를 운영하며 지중해 해변을 그리는 취미를 가진 여자, 자신의 부인에 대한 애틋함과 완전히 소유하지 못해서 불안해하는 모습, 그리고 본과 생때부터 자신을 따라다닌 소년의 환영에 누구보다 자신의 증상을 잘 알고 괴로워하는 모습이 소설 내내 그려졌다. 사회적 위치를 보면 그러지 말아야 하는 걸 알지만 본능적으로 일탈을 하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제목의 이유를 소설을 읽으면서 깨닫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인이라면 한 번쯤, 혹은 한 번도 겪지 못할 일이 죽음이 아닐까 싶다. 가까운 친지, 혹은 주변인의 죽음은 충격적이라고 할 만큼 드문 일인 것이 일반적인데, 생각보다 의사란 직업은 죽음과 굉장히 가까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정신과 의사는 직접적으로 죽음을 가까이하지 않지만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암울한 모습을 가장 가까이 만나는 직업이므로 주인공에겐 죽음은 직업적으로 멀어지게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었는데, 첫 장면부터 주인공은 죽음의 소리를 듣고, 죽음의 공포를 알면서도 충동적으로 구매한 로프를 들고 옥상으로 올라가 어둠의 정면을 맞닥뜨리는 모습이 보였다.

이일을 계기로 주인공의 상태가 점점 극에 치닫게 되면서 기대를 하고 읽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 같다. 

불안한 삶과 죽음에 관하여 굉장히 독특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줬고, 캐릭터 설정이 소설에서 볼 수 있는 상상력을 끌어내준 것 같아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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