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이상하든
김희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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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일종의 강박적인 자신만의 루틴 일상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건 어느 날 일어난 사건 때문이었는데, 사건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다시는 그런 일이 자신에게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맨홀 뚜껑을 절대 밟지 않고, 집에서 계단을 오르내릴 땐 계단 가장자리로 밟고 다니며, 자신의 행운의 여신이라고 여기는 옆집 언니를 몰래 훔쳐보며 일상의 평안을 지켜나가고 있었다.

일상의 평화가 유지되던 어느 날, 수녀 복장을 하고 사채업자를 피해 다니던 안승리를 만나고, 그림자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검은 형체의 물건인지 사람인지 하는 존재를 만나며 일상의 루틴이 서서히 깨져간다.

삶의 빚을 지고 살아간다고 느끼는 주인공은 이제 20살이었다. 빛나는 나이, 남들이 부러워하는 반짝임을 가진 사람이지만 누구보다 아픈 상처가 있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슬픔을 남에게 투사하지 않고, 평화만을 바라는 주인공 곁에는 강박적인 일상보다 더 강박적인 인물들이 곁을 지키고 있었는데,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 인물들에게도 서서히 변화가 있게 된다. 모두가 서로의 눈에는 이상한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치열하게 살아나가는 게 보였다. 이렇게 이상하게 살아가도 괜찮을까라는 물음에 얼마나 이상하든 살아가도 괜찮다고 답변을 얻은 것 같은 소설이었다. 그래서인지 검은 형체 김만초씨 같은 검은 그림자가 지나가는 내게 말을 걸어도 쉽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잔잔하게 살아가는 삶에 대한 여러 이야기에서 우리의 목적이 무엇이든 괜찮다는 위로가 되어준 소설이라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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