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의사와 미친 이웃들
니나 리케 지음, 장윤경 옮김 / 팩토리나인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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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50이 넘은 평범한 중산층 여의사로 얼마 전부터 자신의 진료실이 집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 이 일은 병원 내에는 비밀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조심히 진행되고 있었다. 이렇게 되기 시작한 이유는 1년 전 평범한 어느 날로 돌아가게 된다. 
30년 전 헤어지고 연락 한번 하지 않은 전 남자친구를 SNS에서 찾게 되었고, 순간의 실수(?)로 대화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답이 없을 줄 알았던 그에게서 답장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당연히 대화로만 끝날 줄 알았던 그 둘은 평범한 일상 속 활력이 되는 대화가 점점 진척되면서 왜 이런 상황이 오게 되었는지 1년의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었다.

사실 소설은 여의사의 불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여의사는 가운을 입으면 언제나 많은 사람들의 고민거리를 소견서와 처방전으로 해결해 주는 해결사 같은 역할을 일상에서 하고 있었다.
하얀 가운이 잘 어울리는 중년의 주인공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평범한 의사의 모습 속에 더 평범한 인간적 고뇌가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 읽는 재미를 주고 있었다. 
특히 평범하지 않은 환자들이 그 이유였는데, 
병원에 찾아오면서 자신의 치질이 무서워 볼일 보고 뒤도 안 닦고 오는 환자에 대한 불만이라든지, 기본 위생에 대한 소양이 필요한 환자였는데 그 환자가 원하는 심리 상담이 필요하다는 소견서를 써야 하는 일이라든지,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당뇨가 있다고 착각해서 수없이 찾아오는 것에 대한 불만, MRI가 필요하지 않지만 스스로 필요하다고 우기는 환자들에 대한 불만, 여행 때문에 아기를 낙태하고자 하는 철없는 부부나, 5명의 아이를 가지고도 새로 만나는 연인의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또 다른 철없는 연인 등 가정의학과 의사로서 지친 일상을 읽으며 모든 직장인들의 고뇌를 여의사의 고뇌로 함께 공감하고 위로받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언어의 관찰자라는 별명을 가진 작가답게 이야기들로 유머를 이끌어내서 재밌게 읽어나갔다.
불륜이라는 소재가 무겁지 않았지만 함께 지내온 파트너에 대한 애정과 애증이 느껴져서 신선했고, 평범한 인간의 번뇌를 여러 가지 이야기를 통해 잘 풀어 나갔던 것 같아 꽤 재미있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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