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스타그램
이갑수 지음 / 시월이일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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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안의 가훈을 눈여겨보자
그 집의 가훈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였다.

이 집안은 겉으로 보기엔 엄청 평범해 보이나 속 사정을 알고 보면 기함할만한 직업군을 가지고 있었는데
바로 집안 구성원 모두가 킬러라는 본업을 가졌다는 것.

우선 주인공인 17살 소년은 집안의 내력과 다른 어울리지 않는 체격과 체질을 가졌는데, 
초등학생 때부터 온갖 무술을 배우고 단련해왔지만 자신의 지르기나 단순 발차기로는 절대 사람을 죽일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킬러 조직에는 반드시 맨손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근접전에 강한 사람이 필요했고, 그 자리를 맡았던 삼촌이, 어느 날 갑자기 '이제 아무도 죽이지 않는다'라는 선언을 한 이후 근접 킬러 자리가 공석이되었고 주인공이 하루 빨리 무술들을 섭렵해 빈자리를 대신해야만 했다. 
 
이 집안에는 근접 살인에 능통한 삼촌 이외에도 온갖 독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할아버지와, 폭탄 전문가 할머니,
총기로 장거리에서 목표물을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을 지닌 누나, 목표물들을 제거하고 난 뒤 수습을 맡은 형, 온갖 의뢰들 중에
진짜 수행 가능한 일거리를 찾아내는 일과 암기술에 유능한 엄마, 그리고 사람들을 자살로 이끄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아빠의 이야기도 각각 에피로 소개하고 있었는데, 에피에서 각자의 개성과 자신만의 직업에 대한 철학이 확고한 캐릭터들이었다는걸 알 수 있었다.
캐릭터들도 매력적이었지만 작가님의 유머가 이야기마다 녹여져 있어서 블랙코미디란 소개를 십분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누군가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이 죽는다'라는 기본적 전제로 이 세계는 아슬아슬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보고 있었다.
그러므로 세상에는 킬러가 필요했고, 이 집안의 역할은 세상에 꼭 필요한 중요한 중심점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여지고 있었다.

대한 합기도협회 말고는 헤겔의 합기도 입문이라는 책을 세상은 눈여겨보지 않고 있는데, 헤겔의 (정신현상학 만큼이나 소중한) 그의 저서 <합기도 입문>을 주인공가족이 눈여겨보며 합기도의 정신과 킬러 정신의 공통점, 그리고 책에 적힌 모순만큼이나 실제로 존재하는 많은 모순이 모여 이 소설을 존재하게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존재하는 킬러 가족의 이야기. 왠지 뒷이야기가 존재할것같아 마지막 장이 끝났는데도 궁금해졌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재밌게 읽었기 때문에 요즘 웃을만한 일이 없는 사람들에게 필히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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