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 없는 월드 클래스 안전가옥 쇼-트 9
류연웅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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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시리즈는 믿고 읽는 시리즈이다.
근데 이번 시리즈는 믿음을 주던 내용들이라기보다 굉장히 독특한 구성이 눈에 띄었다.

요즘의 유머가 가득했고, 작가님이 대놓고 뿌린 많은 떡밥들로 설레였고, 또 그것을 소설 곳곳에서 대놓고 회수하고 있어서 순간이라도 눈을 뗄 수 없었던 소설이었다.

우선 세계관은
2040년에 대한민국은 축구는 가정 폭력, 성폭력, 불량식품, 학교 폭력과 함께 정부가 선정한 5대 사회악 중 하나였다.
당연히 모든 축구 경기가 폐지되고, 축구 선수들은 축구 근절 센터로 강제 입소되어 버렸다. 축구와 관련된 경력 인정도 안되고 어디서 축구했다고 말도 못 꺼내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는 설정이었다.

이런 세계에서 주인공은 과제 헌터로 조별 과제에서 팀원들에게 50만 원씩 받고 조별 과제를 A 학점을 받겠다며 영업을 하게 된다. 만약 학점이 A가 아니라면 200배 환불해 준다는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해버렸고, 약속을 가볍게 생각하고 사라질 생각을 했으나, 조원들도 만만치 않은 상대들이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갑자기 과제가 생각치도 못했던것으로 바뀌어 버렸는데, 바로 근본 없는 월드 클래스 전 축구선수 김덕배를 인터뷰해 다큐멘터리로 제작해서 오라는 것이었다.

2030년 월드컵에 혜성같이 등장했던 김덕배, 어느 악플러가 이럴 거면 불곡 고등학교 3학년 김덕배를 축구 대표 선수로 뽑으라 하길래 뽑았던 일반인이었던 김덕배 선수였다. 얼덜껼에 멍때리다 공을 넣은 이후 행운은 그를 열심히 비껴나갔고, 결국 월드컵에서 3전 3패를 겪고, 국민들에게 분노를 안기게 하고 사라진 비운의 선수, 그가 사라진지 언 10년이나 지나버렸고, 축구인을 찾기도 힘든 세계에서 과거 축구 선수 김덕배를 찾기 위해 과제 헌터 채연은 고군 분투를 시작한다.


계획 따윈 없이 조원들에게 돈을 뜯어내서 평탄한 한 학기를 보내려다가 이슈의 중심이 되어버린 채연, 별 볼일 없는 일도 노력하면 다 복선이 되어버리고, 명분이 없어도 명분을 만들어버리면 모든 사람이 납득하는 명분이 되어버리는 기가 막힌 서사가 책에 가득 담겨 있었다.

2014년 월드컵에서 대한민국과 알제리 조별 예선전에서 전 만전만 세 골을 먹었던 경기에서 음모론을 제기하며 써 내려간 이야기라는 게 작가님의 후기였는데, 어떻게 그 장면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지 신기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 남았던 책이었다.

근본이 근본을 만들어내는 기적, 인생의 아이러니를 깨닫게 해주고 구질구질하게 노력해도 얻지 못하던 게 우연히 생긴 기회로 모든 게 술술 풀리게 되는 삶으로 요즘 시대의 근본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 이번 시리즈 참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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