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문디 언덕에서 우리는
김혜나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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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메이. 한국이름 윤희는 160센티미터의 키에 통통한 몸, 그리고 검은 생머리를 어깨까지 늘어뜨리고 다니는 평범한 삼십대의 여성이었다. 부모님은 얼마 전에 이혼하고 아버지는 살던 집을 어머니에게 넘기고 홀연히 떠나버렸고, 하나뿐인 오빠는 회사에서 성희롱 사건에 휘말려 해고당하고 집에 돌아온 상태였다. 집에서 돈을 벌 사람이 사라진 집에서 메이는 무작정 인도로 떠나버리고자 했고, 엄마는 떠나는 그녀 뒤로 맹비난을 퍼붓는다. 그럼에도 그녀에겐 인도로 떠나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 처음으로 인간적 애정을 느끼고 사랑했던 요한과의 이별이 있었고, 요가를 통해 자신을 수련하고 있지만 정신적으로 조절안되는 폭식증에 대한 방황이 있었다. 어릴적부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아버지 대신 사랑이란걸 느끼게 해준 고모의 마지막을 자신이 목격했고, 자신의 선택이 그 마지막을 다르게 해주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들이 사는 동안 책임감과 죄책감을 느끼게 하고 있었다. 도피하듯 달려온 인도에서조차 한국에서처럼 인간 관계에 대한 회의, 그리고 삶과 종교에 대한 고뇌가 계속되는 모습이 그려졌다. 

책을 읽기 전에 삼십대의 삶에 대한 이야기라고 소개를 듣고 어떤 내용일까 궁금했다. 불안정한 삼십대에 대한 소개를 한 책은 없었기에 나름 기대감이 있었다. 

평소 소설 속 삼십대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안정적인 심리, 사회적 상태를 가지고 있다는것이 현실적이지 않고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있었다. 나는 아직도 여전히 불안정하고 매사에 고민하고 후회하며 다시 시작하는데, 주인공도 그런 인물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마침 내가 생각하던 주인공이 바로 메이이자 윤희였다. 

끊임없이 윤희와 메이 사이를 오가며 자신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윤희는 참 좋은 사람이었다. 분노를 표출하지 못하고 자신의 내면에 담아두는 사람,매사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사람, 남을 위해 화를 내줄 수 있는 사람, 선천적으로 몸이 아픈 요한의 내면을 사랑했던 사람, 자신에 대한 비난도 자신의 탓으로 생각하는 사람, 그런 사람인 윤희가 분노하던것은 두가지였다. 당연하게 인도의 계급를 받아들이는 인도 사람을 대신하여 그것을 있게한 신에 대한 분노, 태어날때부터 건강한 몸을 갖지 못한것에도 불만이 없던 요한의 불공평한 신체조건을 있게한 신에 대한 분노였다. 

그런 그녀가 마지막에 화를 참지 못하고 차문디 언덕으로 향하게 되는데 차문디 언덕에서 맞이하는 그녀의 해답이 바로 인생에 대한 해답이었다는 생각을 했던것 같다. 그리고 그녀가 비로써 느끼게 된 신에 대한 생각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과도 같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부분이 아직도 여운이 남아 아직도 써내려갈게 많은 삼십대를 위한 소설이라는 소개로 충분히 설명가능한 책이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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