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과 편지란 소재를 잘 살린 소설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아말 엘-모흐타르.맥스 글래드스턴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7월

두 번은 우연이지만 세번은 적의 작전이다.

지겹도록 계속되는 시간 전쟁의 주인공인 레드와 블루는 두 집단 사이의 요원들이다.
어느 날 전투의 흔적들 사이에서 레드는 편지를 발견하게 된다.

두 요원은 시간 가닥들 사이에서 서로의 임무에 따라 움직이며,
때로는 파괴적이거나 덜 파괴적이게 행동하고 과거와 역사를 손아귀에 가지고 행동하는 인물들이었다.
전장에서 제대로 마주쳐서 싸우는 존재들이 아닌지라 서로를 가늠하는 두 사람이었는데, 블루가 먼저 레드에게 편지를 보내며 서로의 대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시간의 실이라는 소재로 태초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오가는 설정이 흥미로웠다.
두 요원은 자신들이 활동하는 시간을 '시간 가닥000'으로 명명하고 자신들의 활동하는 사건을 다루며 둘의 대화는 절대 있어서는 안될 일인걸 알지만 편지를 매개로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었다.

편지는 전쟁터에서의 잿더미 속에서, 혹은 바래져가는 잉크속에서, 물범의 피가 흩뿌려진 빙판위에서, 나무의 나이테 속에서, 우주 공간의 행성 속 잔해 속에서, 부글거리는 물병속에서, 별들 사이 혹은 쓸쓸한 숲속에서레드와 블루만이 알아 챌 수 있도록 비밀스럽게 오가고 있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갈수록 내용들이 감성적이며 시적이었다.

꼭 먹을 필요가 없는 육체, 언제든 외형을 바꿀 수 있고, 의식이 육체를 벗어날 수 있으며, 시간 가닥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존재들이지만 서로를 인식하고 느끼게 되자 감정이 겉잡을 수 없을만큼 커졌고, 그만큼 풍부한 표현력으로 서로에 대한 감정을 편지로 드러내고 있었던것이 굉장히 큰 읽을거리였다.

상부의 명령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요원이지만 철학적인 생각을 하게되고, 욕구와 허기를 느끼게되며, 인간적인 모습을 가진 두 요원이 서로를 느끼고 애뜻하게 그리워하는것이 사랑스럽게 그려졌던것 같다.
위기가 고조될수록 두 사람의 감정도 깊어지는것과 초반부터 그려진 그림자같은 추격자의 존재가 마지막에 반전이었다.

많은 상을 휩쓴 책이라고해서 어떤 의미에서 그렇게 모든 사람들이 입을 모아 칭찬한걸까 궁금했는데 완독하고 왜 상을 휩쓸었는지 고개 끄덕이며 이해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최근 읽은 작품중에서 가장 공감각적이었다.
SF장르라 기대 했지만 내가 기대한것보다 더 내가 상상할 수 있는 한도까지 끌어 올려줘서 행복했고, 마지막장이 다가올수록완독이 아쉽게만 느껴진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시간여행과 편지라는 소재로 이렇게 세련되게 사랑을 표현한 작품은 처음이었던것 같다.
짧은 감상평으로 남기자면 너무 재밌게 읽어서 주변사람들에게 무한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