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단편소설집이었다.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곤희'였다.주인공은 젊은 여성 판사로 자신의 판결 이후 아들을 잃은 여성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자신의 개인적 공명심에 대한 주위의시선에 조용히 생각하는 모습이 보여진다.주인공의 판단을 순진하게 여기는 부장이 자신에게 내리는 시험대 같은 부탁을 받게 된다.부장판사의 지시는 곤희라는 열아홉살 소녀를 맡는 것이었다.곤희는 보육원에서 자고 나란 아이였다. 정확한 임무는 공식적으로 보육원에서 후원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소녀를 맡는 일, 곤희의 첫인상은 동행한 선생님만큼이나 아가씨같아보이는 조숙함과 '유리잔의 투명하게 담겨 있는 물'이란 표현이 어울리는 모습이었다.말하는것도 신기해할만큼 가슴께 버튼 누르면 녹음되는 말하는 느낌의 인형같은 소녀,부장이 딸처럼 아끼는 소녀와의 만남, 첫만남부터 친근하게 다가가지 못하고 서로에게 막이 있는 느낌의 두사람의 대화는 계속되었다.두사람의 짧은 만남속 곤희가 보이는 행동들에는 상대에게 받는 연민에 대해 부담받는 않는 태도가 그려졌고,자신의 할말은 하면서 어설픈 연민을 차단하는것까지 곤희 주인공에게 색다른 모습이 정확하게 그려져있었다.곤희가 보여준 보육원의 꼬막이라는 강아지, 그리고 주인공이 선배와 나누는 폭력적인 섹스와 겹쳐지는 부분에 있어서도주인공이 정한 세이프워드와 그녀가 직접 정한 세이프한 선에 대한 생각을 다시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아니었나 싶었다.'새끼돼지'와 '마음만 먹으면'이란 소설도 짧지만 곤희라는 이야기만큼 곰곰히 생각해볼 수 있게 여러 질문을 던져 준것이 기억에 남는다.나와 타인, 그리고 위태로운 그들 사이의 보여지는 모습과 이면의 모습을 다룬 모습이 팽팽한 긴장감을 던져주고 있어서 한자한자 읽어내려가는데 오랜 시간을 들였던것 같다.말한마디에 세워지는 벽과 의심이 흡집이 되어 커다래지는듯한 모습을 잘 담아낸 위험하지만 매력적인 소설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