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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자살
조영주 지음 / CABINET(캐비넷) / 2020년 9월
평점 :
품절
명지는 이상한 악몽을 꾸었다. 대학시절부터 꽤 오래만난 전 남친 준혁과의 꿈이었다. 다만 꿈내용이 심상치 않았는데, 꿈속에서 준혁이 명지를 죽이려고 했다. 항상 젠틀했던 전 남친과의 꿈이 찝찝했는지 일어나서도 머리가 띵해 두통약을 먹고도 시원치 않았다. 그러다 자신의 팔을 내려보고 흠칫 놀래고 만다. 꿈속에서 준혁이 잡았던 자신의 손목의 감촉과 손자국 멍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인들의 연락을 통해 알게된 준혁의 사고사, 꿈이라고 생각했던 기억보다 확실하게 자신의 기억속에 남은 준혁의 마지막 영상이 계속 머리속에 밟히는데... 사고사라고 사건이 종결될지 아니면 자신에게 다가온 형사 나영의 조사로 사건이 재 조사가 들어갈지 숨막힌 진실이 날짜별로 정리되어 독자에게 보여지는 소설이었다.
우선 살인 사건이 일어났고, 첫장면부터 사건의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독자들에게 사건의 전말을 시간대별로 정리해줘서 차츰 혼란을 정리하는 방식의 소설이었다. 시간대별로 진행되는 방식은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주는것 같고, 전개가 빠르게 느껴져 좋았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헷갈렸던건 준혁이라는 인물이 동명이인이었다는것이었다. 명지가 과거 사랑했던 과외 선생님이자 현재 새롭게 만나려고 하는 준혁 그리고 대학생때부터 아버지의 부탁으로 만남을 이어가 미래까지 생각했던 전 남친 준혁, 처음엔 이해가 안가서 헷갈렸는데, 뒷부분으로 갈수록 대충 인물의 관계를 정리하고날때쯤 제목이 왜 혐오 자살인지 알 수 있었다. 혐오가 만연한 현대사회에 준혁은 혐오를 실행하는 인물이자 혐오를 감당해내는 인물이었다. 튀는 사람을 용서 못하는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 인물, 사람들 이목을 받는건 좋아하지만 회사내의 이목은 견디지 못했던 인물의 허황된 삶, 그리고 그가 회사에서 나오고나서 무너지는 과정에서 만났던 미래 아파트 주민들의 혐오가 기억에 남는다. 연쇄 살인사건으로 묶어진 사건의 반전 결말과 사건을 파고들수록 진짜 살인마의 혐오를 마주칠 수 있었는데, 현실을 반영하는 혐오였던것 같아 뭔가 더 섬뜩했다.
붉은 쇼파라는 작가님의 전 소설과 이어지는 내용이라고해서 왠지 내가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더 잘 정리해줄것 같아 작가님전작도 읽어보고 싶게한 소설이었다.
오랜만에 긴장감 넘치게 시간을 보내게해준 소설이라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